– 그 주요 내용과 시사점 –
‘상표(브랜드)’ 즉,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장(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호)은 기업의 명성과 신용을 대표하는 가장 핵심적인 지식재산권입니다. 따라서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 구축한 상표와 관련하여 불필요한 분쟁들이 발생하는 경우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기업이 가진 고유한 가치마저 훼손될 수 있습니다.
2023. 10. 6.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개정안에 따라 일부 개정되는 「상표법」(이하 “개정 상표법”)은 상표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분쟁과 불편을 미연에 방지하고, 나아가 상표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할 수 있는 ‘상표공존동의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새로운 규정을 마련하였습니다.
I. 개정 상표법 전반
2023. 10. 6.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상표법은 세간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표공존동의제도’의 도입에 관한 사항 이외에도 10여가지의 상표법 전반의 다양한 개정사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개정 상표법은 공포되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후 내년 4월 중 시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래에서 개정 상표법의 전반적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II. 상표공존동의제도에 관한 개정 상표법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이번에 통과된 개정 상표법은 선등록상표권자 및 선출원인의 동의를 전제로 후출원상표의 상표등록을 허용하는 ‘상표공존동의제도’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상표공존동의제도에 관한 개정 상표법 조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개정 상표법 중 상표공존동의제도 관련 조문
현행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에 따르면 선등록상표와 동일 · 유사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실제 상표 사용에 있어 지리적 차이가 존재하고, 판매상품이 달라 실제로는 상표의 오인 · 혼동 우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등록(선출원) 상표와 동일 · 유사한 상표라는 이유만으로 후출원상표의 등록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대해 선등록상표의 등록무효를 구하는 등의 관련 분쟁도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의해 불필요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표의 등록이 지나치게 제약된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고, 실무적으로 당사자들의 합의 하에 동일 · 유사한 상표를 공존시키기는 경우에도 상표등록을 받기 위해서는 상표 이전, 양도 등의 우회적인 방식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해왔습니다.
이를 개선하고자 개정 상표법에서는 선등록상표권자 및 선출원인이 동의하는 경우 선등록(선출원) 상표와 동일 · 유사한 후출원상표도 등록받고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습니다(개정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 단서 및 제35조 제6항). 다만, 상표공존동의에 의해 등록된 상표가 부정경쟁의 목적으로 사용되어 수요자의 오인 · 혼동을 야기한 경우를 상표등록 취소심판 청구사유로 규정하고(개정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5호의2), 취소심판의 제척기간을 3년으로 하였습니다(개정 상표법 제122조 제2항). 그리고 취소심판을 통해 등록이 취소된 상표와 동일 · 유사한 상표는 심결 확정일로부터 3년 동안 재출원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개정 상표법 제34조 제3항).
2. 시사점
상표법이 개정되어 상표공존동의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기업은 보다 안정적인 상표의 사용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번 상표법 개정으로 도입되는 상표공존동의제도는 미국, EU, 싱가포르 등 해당 제도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선택한 ‘유보형 공존동의’이므로 상표권자의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고 ① 출처의 오인 · 혼동 우려가 존재하는 경우, ② 선등록(선출원)상표와 후출원상표 및 지정상품이 모두 동일한 경우, ③ 이외의 다른 등록거절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면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III. 일본 개정 상표법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일본은 과거 2006. 2.과 2016. 7.에 상표공존동의제도(コンセント制度)의 도입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당시 ‘수요자들의 출처 혼동 우려’ 개념 정립의 어려움을 이유로 상표법 개정이 불발된 이후 2017. 4. ‘거래실정설명서제도’를 규정하여 심사운용을 통해 상표공존동의제도와 유사하게 운영하여 오다가, 2021. 7. 상표공존동의제도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여 도입 여부를 재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2023. 3. 10. 일본 경제산업성은 상표공존동의제도에 관한 상표법 개정안을 일본 제211회 통상국회에 제출하였고, 2023. 6. 6. 참의원 본회의에서 가결되어 그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상표공존동의제도에 관하여 개정된 일본 상표법(이하 “일본 개정 상표법”)을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1. 일본 개정 상표법 중 상표공존동의제도 관련 조문[1]
일본 개정 상표법은 ① 선등록상표권자의 승낙이 존재할 것, ② 선등록상표와의 출처 혼동의 우려가 없을 것을 요건으로 하여 선등록상표 또는 이와 유사한 상표의 등록을 허용하고 있습니다(일본 개정 상표법 제4조 제4항). 그리고 상표공존동의에 의해 상표가 등록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일방의 상표권자가 다른 상표권자에 대하여 혼동방지표시를 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습니다(일본 개정 상표법 제24조의4 제1호). 또한 일방의 상표권자가 부정경쟁의 목적으로 상표의 출처 혼동을 야기하는 경우에는 누구나 상표등록 취소심판의 청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일본 개정 상표법 제52조의2).
2. 시사점
일본 개정 상표법에 의한 상표공존동의제도(コンセント制度)의 요건 및 그 내용은 우리가 도입하고자 하는 상표공존동의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본 개정 상표법은 ① 혼동의 우려와 관련하여 상표권자 이외에 해당 상표에 관련된 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도 명시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 ② 공존동의에 의해 상표가 등록됨에 따라 출처의 혼동이 우려되는 경우 일방의 상표권자가 다른 상표권자에 대하여 혼동방지표시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상표등록 후의 혼동 방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IV. 향후 전망
상표공존동의제도가 시행되면 기업이 사용하고자 하는 상표에 유사한 선등록상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출원 및 등록이 거절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기업은 보다 안정적이고, 유연하게 상표를 등록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표의 공존이 법률의 강제나 규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상호간의 자율적인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 역시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상표공존동의제도와 관련하여서는 ① 오인 · 혼동의 우려 판단을 위한 구체적인 요소 및 상세 기준에 관한 실무지침 마련, ② 상표등록 후 혼동 방지를 위한 공시시스템 등의 조치 마련, ③ 부당한 상표공존 동의 방지 방안의 마련 등의 선결과제가 산적하여 있으므로 상표공존동의제도의 성공적인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이미 상표공존동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나 일본 개정 상표법 등을 참고하여 선결과제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여야 하고, 기업 또한 상표공존동의제도가 기업의 상표 사용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여 이에 대한 전략을 마련하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일본 개정 상표법 원문은 https://elaws.e-gov.go.jp/document?lawid=334AC0000000127_20240613_505AC0000000051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