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행정법원은 ① 연장근로 사전 합의의 존재, ②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을 합한 탄력근로 제도의 적법 여부 등이 문제된 사안에서, 연장근로에 대한 사전동의의 유효성, 사전동의된 연장근로와 탄력근로를 합친 근로시간 운영의 적법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3. 7. 14. 선고 2022구합69452 판결).
대상 회사는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제조, 판매하고 A/S 수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가전제품 출장 A/S를 위해 외근하는 수리기사들과 체결한 근로계약에는 회사의 사정상 긴급하게 부득이한 경우 연장근로에 동의한다는 사전동의조항이 있고, 여름철에는 에어컨, 냉장고의 수리 수요가 폭증하여 소정근로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합니다.
회사는 여름철 대응을 위해 전사 단위로 과반수노동조합이 아니지만 수리기사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과 6개월 단위 탄력근로제 도입을 서면합의하였고, 합의서에 단위기간의 근로일과 그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명시했습니다. 근로일별 근로스케줄에는 탄력근로시간과 최대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을 포함하였는데 이는 사전합의된 연장근로과 서면합의된 탄력근로의 결합입니다.
수리기사 A는 결합된 근로시간제도에 반대하면서 성수기 동안 근무스케줄을 준수하지 않았고, 무조건 하루 8시간만 근로하였는데, 회사의 거듭된 근로시간 준수 촉구에도 불응하였습니다. 회사는 부득이 근로시간 미준수, 근무명령 위반을 사유로 A에게 정직의 징계를 하였습니다.
A는 부산지노위에 부당정직구제신청을 제기하였고, ① 탄력근로 합의주체, ② 연장근로에 대한 포괄적 사전합의의 효력, ③ 근무스케줄상 연장근로시간 포함 가능성 및 소정근로와 연장근로의 구분통지 필요성이 주로 다투어졌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지노위 단계부터 회사를 대리하였고, 지노위 및 중노위에서 구제신청 기각판정을 이끌어냈고, 최근 법원에서도 같은 결론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쟁점별 주요 판단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탄력근로 합의주체
근로기준법 제51조의2 제1항은 탄력근로제 도입시 원칙적으로 근로자대표의 서면 합의를 요구하고 있고, 과반수 노동조합은 근로자대표가 됩니다. 대상회사와 탄력근로 합의를 한 노동조합은 적용대상 근로자 과반수가 가입하였지만, 전사 기준으로는 과반수 노동조합은 아니었습니다. 법원은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근로자 집단 이외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 집단만이 동의 주체가 된다는 판례법리(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두2238 판결)를 원용하여 위 노동조합은 탄력근로제 도입과 관련하여 적법한 근로자대표가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② 연장근로에 대한 포괄적 사전합의의 유효성
먼저 법원은 연장근로에 대한 합의는 연장근로를 할 때마다 그때그때 할 필요는 없고 근로계약 등으로 미리 약정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법리를 명확히 재확인하였습니다(대법원 2000. 6. 23. 선고 98다54960 판결).
그리고 법원은 에어컨을 포함한 가전제품의 수리 건수는 7~8월 여름철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긴급한 수리 건에 적시 대응하지 않을 경우 고객의 손해 및 인명 피해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수리가 지연될 경우 회사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성수기는 근로계약상 연장근로 요건인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연장근로의 합의가 적용된다고 인정하였습니다.
③ 탄력근로 제도 및 근로시간 통지의 적법성
탄력근로 스케줄에 소정근로 외에 연장근로를 포함할 수 있는 지에 관하여, 법원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1조 및 제51조의2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근로기준법 제53조 제2항 전단에 따라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연장근로는 병행 시행될 수 있고, 연장근로시간까지 포함하여 근로시간을 정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근로일별로 소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의 구분통지가 필요한 지에 관하여, 법원은 근로기준법 제51조의2 제3항은 “사용자는 제1항 제3호(단위기간의 주별 근로시간)에 따른 각 주의 근로일이 시작되기 2주 전까지 근로자에게 해당 주의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탄력근로 합의서는 특정일에 실제로 근로하여야 할 시간의 총량을 명시하고 있어 이를 통하여 근로자는 단위기간 동안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으며, 주당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한다는 점은 사전에 고지가 되었으므로 근로일별 소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이 구별되어 통지되지 않은 것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연장근로 사전합의의 효력범위, 탄력근로의 근무스케줄 작성방법에 관한 최초의 판시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계절적 요인에 의하여 업무량이 증가하는 데에 탄력근로 제도와 연장근로를 함께 시행하여 대처하고 있거나 이를 고려하고 있는 기업에 시사점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