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은 회사분할에도 불구하고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하지 않았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1. 11. 12. 선고 2021구합58394 판결).
이 사건의 개요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회사는 서로 성격을 달리하는 a사업과 b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甲 노동조합과 乙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습니다. 甲 노동조합은 A회사의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으로 주로 a사업 근로자들이 가입하고 있고, 乙 노동조합은 근로자뿐만 아니라 A회사와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매니저도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으로 주로 b사업 매니저들이 가입하고 있습니다. A회사에서 교섭창구단일화절차가 진행되어 乙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었습니다. 이후 甲 노동조합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매니저 직종에 대한 교섭단위분리를 신청하였고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초심결정이 내려졌습니다. 乙 노동조합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신청을 하였는데, 재심절차 진행 중 A회사는 b 사업을 분할하여 B회사를 신설하는 내용으로 회사분할이 이루어졌습니다. 회사분할 결과 b 사업 소속 매니저들은 분할신설회사로 그 소속이 변경되었습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신청을 인용하여 매니저 직종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정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① 재심결정 당시 A회사의 특정 사업부문을 분할신설하는 상법상 회사분할이 이루어져 노동위원회 결정과 무관하게 이미 기존 교섭단위가 분리된 것인지, ② 회사분할 이후 기존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가 존속회사와의 관계에서 유지되는지, 유지되지 않는다면 재심신청의 구제실익이 인정되는지가 핵심쟁점이었고, 그밖에 ③ A회사의 매니저 직종과 일반근로자 간에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도 쟁점이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이하 “BKL”)은 상법상 회사분할이 이루어지면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분리 결정과 무관하게 교섭단위는 이미 분리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때 분할 전 교섭단위를 전제로 하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는 존속회사 및 분할신설회사 모두와 관계에서 유지되지 않으며, 교섭단위별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새로이 결정하여야 하므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 회복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BKL은 A회사의 매니저 직종과 일반근로자 간에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및 유의미한 고용형태의 차이가 존재하고, 매니저 직종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함으로써 달성하려는 이익이 교섭단위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달성되는 이익보다 더 큰 점을 고려하면, 매니저 직종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점도 강조하였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BKL의 위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재심결정을 취소하였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①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분리 결정 뿐 아니라 회사분할 역시 1사업장 1교섭단위 원칙에 따라 교섭단위가 분리되는 사정에 해당한다는 점, ② 회사분할로 인한 교섭단위 분리 시 사후적으로 기존 교섭단위를 전제로 한 노동위원회의 결정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점, ③ 회사분할 이후 분할신설회사 뿐 아니라 존속회사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등을 거쳐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새로이 결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향후 회사분할 등 기업 조직변경 이후에 단체교섭 등 집단적 노사관계가 문제되는 유사 사건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