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과징금 취소 행정판결 및 하수급인 상대 채무부존재확인소송 승소 민사판결
-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법원이 외국사업자의 하도급법상 '원사업자' 해당 여부를 명시적으로 판단한 최초 사례
I. 사건의 개요
대법원은 2026. 10. 8.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외국법인인 건설사(이하 "A사")에 대하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을 적용하여 부과한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한 서울고등법원 2026. 6. 18. 선고 2023누73078 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이에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2026. 7. 9. 같은 건설사가 하수급인(이하 "B사")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서, 원고의 본소청구를 인용하고 하수급인의 반소청구(공사대금 및 하도급법상 손해배상)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6. 7. 9. 2025나211473(본소), 2025나211474(반소), 확정].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두 사건 모두에서 외국 건설사(이하 "A사")를 대리하여, 외국사업자가 하도급법상 원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과 하수급인(이하 "B사")과 체결한 정산합의가 유효하다는 점을 주장·입증함으로써 행정사건과 민사사건 모두에서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
- A사는 외국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국내 영업소를 등기하고 건설업등록을 마친 뒤 국내 건설공사의 일부를 중소기업자인 B사에 하도급하였습니다.
- 하도급대금 분쟁이 생기자 B사는 공정위에 신고하였습니다. 이후 A사와 B사는 하도급대금 일체를 정산하는 합의를 체결하였고, B사는 신고를 취하하였습니다.
- 그러나 공정위는 A사가 하도급법상 원사업자임을 전제로 하도급대금 및 지연이자 미지급 등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습니다.
- 이후 B사는 정산합의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하도급법상 지연이율(연 15.5%)에 따른 잔여 대금 지급과, 정산 과정의 공제가 하도급법 제11조의 부당감액이라는 이유로 하도급법 제35조에 따른 손해배상을 반소로 청구하였습니다.
두 사건의 공통 핵심 쟁점은 외국사업자가 하도급법 제2조 제2항의 "원사업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민사사건에서는 이에 더해 정산합의의 효력도 다투어졌습니다.
II. 법원의 판단
1. 행정사건: 외국사업자는 하도급법상 원사업자가 아님
서울고등법원은 침익적 처분의 근거 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상대방에게 불리하게 확대·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전제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 제2호(중소기업자인 원사업자):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자는 국내사업자에 한정되므로, 외국법인은 중소기업자인 원사업자(제2호)가 될 수 없음.
- 제1호(중소기업자가 아닌 원사업자): 외국사업자를 "중소기업자가 아닌 사업자"(제1호)에 포함하면 규모나 우월적 지위와 무관하게 모든 외국사업자가 규제되는 불합리가 생기고, 그 범위를 제한할 명확한 기준도 없음. 따라서 제1호는 "국내사업자 중 중소기업자가 아닌 자"를 의미함.
- 공정위 주장 배척: 법원은 속지주의에 따라 국내법을 적용하는 문제와 하도급법상 원사업자 해당 여부는 별개라고 판단함. 또한 외국사업자에게도 공정거래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므로 규제 공백이 생기지 않고, 하도급계약에서 스스로를 "원사업자"로 지칭한 사정 등 사법상 계약 내용이 행정법규 해석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봄.
- 결론: 원사업자가 아닌 자에게 하도급법을 적용한 하자는 중대하므로 관련 처분은 취소되어야 함(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
2. 민사사건: 하도급법 미적용으로 부당감액 등 하도급법 위반 주장 전부 배척
민사사건 제1심은 정산합의로 공사대금과 지연손해금 일체가 정산되어 채무가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반소 부분에서는 A사를 원사업자로 보아 정산 과정의 일부 공제를 하도급법 제11조의 부당감액으로 인정하고, 하도급법 제35조에 따라 손해액의 1.5배를 배상하라고 명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 부분을 취소하고 B사의 반소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 정산합의의 효력: B사가 직접 정산금액을 제안하고 정산내역서를 검토한 경위에 비추어, 정산합의는 신속한 대금 확보를 위한 B사의 경영상 판단과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임. 이에 따라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는 주장은 배척하는 한편, 신고 취하를 정산 조건으로 붙인 것 또한 위법하지 않음.
- 하도급법 직접 적용 부정: 행정사건과 같은 법리에 따라 외국사업자는 원사업자가 아니므로 하도급계약과 정산합의에 하도급법이 직접 적용되지 않음. 그 결과 부당감액(제11조)을 전제로 한 하도급법 제35조의 손해배상청구는 부당감액 해당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인정되지 않음. 하도급법상 지연이율(연 15.5%)을 전제로 한 청구 또한 동일한 취지에서 인정되지 않음.
- 계약상 준수 조항에 따른 우회 적용 부정: 표준하도급계약서의 "하도급법 및 관계법령을 준수한다"는 조항은 일반적·선언적 규정에 불과함. 따라서 이 조항만으로 하도급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거나 제35조를 계약 내용으로 편입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음.
- 정산합의의 효력: 정산합의는 B사의 자발적 의사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유효함. 이에 따라 반사회질서·불공정 법률행위,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는 주장은 모두 배척하는 한편, 신고 취하를 정산 조건으로 붙이더라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
3. 두 판결의 관계
두 판결은 "외국사업자는 하도급법상 원사업자가 아니다"라는 동일한 법리를 공법과 사법 양면에서 적용하였습니다. 두 판결 모두 같은 취지의 헌법재판소 2024. 1. 25. 선고 2022헌마430 결정을 함께 인용하였습니다. 특히 행정사건에서 계약상 원사업자 지칭이나 하도급법 준수 조항이 행정법규 해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 판시 사항은, 민사사건에서 하도급법 준수 조항이 준거법 합의나 하도급법 제35조의 계약 편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판시 사항과 논리가 일관됩니다. 그 결과 하도급법이 규제 근거로도, 사법상 손해배상 근거로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일관되게 확인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민사 판결은 공정위 처분을 앞두고 체결된 정산합의가 피해구제 노력으로서 정당하다고 평가하였는데, 이는 향후 분쟁 종결에 관한 실무적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III. 의의 및 시사점
1. 법원이 외국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법 적용 가부를 명시적으로 판단한 최초 사례
헌법재판소는 2024. 1. 25. 선고 2022헌마430 결정에서, 외국사업자가 하도급법상 원사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수급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본 판결들은 그 이후 법원이 외국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법 적용 가부를 정면으로 다루어 명시적으로 판단한 최초의 사례로서 그 의의를 가집니다.
특히 본 판결들은 원사업자의 두 유형 모두에 대해 판단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자인 원사업자(제2호)뿐 아니라 "중소기업자가 아닌 사업자"(제1호)에도 외국사업자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외국사업자가 국내 영업소를 두고 국내 법인과 사실상 차이 없이 영업하더라도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로써 외국 건설사·인프라 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법 적용 범위에 관한 중요한 선례가 마련되었습니다. 다만 외국사업자에게도 공정거래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은 여전히 적용되므로, 이와 관련된 하도급 리스크 관리는 계속 필요합니다.
2. 민사분쟁에서의 실무적 의의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으면 수급사업자는 공정위 제재를 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민사소송에서도 부당감액 등 하도급법 위반을 근거로 한 손해배상(최대 3배 배상), 하도급법상 지연이율 등 하도급법 특유의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하도급법 준수 조항이 있더라도 이를 통한 우회 적용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관련 분쟁은 공정거래법·건설산업기본법이나 민법상 구제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외국사업자는 계약 조항의 표현과 정산합의의 체결 경위를 명확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3. 2025년 「하도급거래공정화지침」 개정안에 미칠 영향
공정위는 2025. 4. 17. 「하도급거래공정화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하였습니다. 개정안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형식적으로 국외에 법인을 설립하여 거래하는 경우에도 실질적 하도급관계가 인정되면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이때 국외 계약 체결이 원사업자의 요청·지시에 따른 것인지, 원사업자 임직원이 이행·관리를 주도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그 취지는 "실질적으로 국내 기업 간 거래로 판단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하도급법 적용을 명확히 하는 데 있습니다. 다만 본 판결들로 인해 개정안의 실질 판단 기준을 외국사업자 자체의 원사업자성 인정으로 확장하는 해석이나 집행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이 원사업자의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 만큼, 예규인 지침으로는 이 개념을 넓힐 수 없으므로, 외국사업자를 직접 규율하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보다 분명해졌다고 할 것입니다.
* *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하도급법·공정거래법 관련 공정위 조사·심의 대응과 이에 연계된 행정소송·민사분쟁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 기업의 국내 사업과 관련된 공정거래 쟁점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저자: 김준모 변호사, 서경원 변호사, 손승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