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책임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부정
I. 주요 판결 내용
최근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콘크리트 제품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제조업체의 공장에서 발생한 천장주행 크레인과 고소작업대 충돌로 인한 근로자 사망 사건에서 주목할 만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회사의 콘크리트 제품 제조 부문 대표이사에 대하여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한편, 공장장 등 현장 관리·감독자들에 대하여는 업무상과실치사·치상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되 각 집행유예를 선고하였습니다.
II. 사건의 경위
제조업체의 협력업체 직원은 천장주행 크레인을 리모컨으로 조종하여 자재를 운반하던 중 크레인 이동 경로에 있던 고소작업대(높이 약 6m)를 충격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고소작업대가 전도되어 그 위에서 작업중이던 피해자 2인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었습니다.
III.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
검찰은 경영책임자인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에서 규정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①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의 실질적 설정 의무, ②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의 마련 및 점검 의무, ③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 수행에 대한 평가 기준 마련 및 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BKL은 대표이사와 피고인 회사의 변호인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가 모두 이행되었으며, 설령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의무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적극 주장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BKL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주장하였습니다.
첫째,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의 설정과 관련하여, 피고인 회사 본사의 안전보건팀이 각 사업부문의 의견을 수렴하여 안전 관련 기본 방침과 목표를 수립하고,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이를 검토하여 이사회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해 왔으며, 사고가 발생한 공장 역시 이를 기초로 별도의 안전보건 방침과 목표를 수립·게시·교육하여 왔다는 사실을 입증하였습니다.
둘째,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과 관련하여, 피고인 회사가 위험성 평가를 위한 표준양식을 배포하였고, 공장은 이를 토대로 정기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여 크레인 충돌 위험을 도출한 후 3인 1조 작업, 크레인 리모컨 선(先)회수 등의 대책을 수립·이행하여 왔다는 점을 객관적 근거와 함께 제시하였습니다.
셋째,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평가·관리와 관련하여, 이천공장에서 상·하반기별 역량평가 및 업적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평가 기준에 '환경 및 안전관리' 역량과 '무재해 달성도' 항목이 포함되어 있어 사고 발생 요인의 파악 및 개선 조치 이행 여부가 인사고과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였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대표이사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거나, 그러한 의무위반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아울러 양벌규정에 따른 피고인 회사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IV. 의의 및 시사점
본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여부를 의무 항목별로 구체적이고 면밀하게 심리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법원은 단순히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경영책임자의 의무위반을 추정하지 않고, ① 안전보건 목표·방침의 설정, ② 유해·위험요인의 확인·개선 절차 및 점검, ③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 수행 평가 기준 마련·관리 등 각 의무 항목에 대하여 실제 이행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법원은 의무위반이 인정되더라도 그 의무위반과 구체적인 사고 발생(작업계획서 미작성 등 현장 관리자의 행위)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의 성립에 있어 경영책임자의 의무위반과 중대산업재해 사이에 구체적·개별적인 인과관계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해석론을 확인한 것으로, 향후 동종 사건에서 중요한 참고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본 판결은 기업의 경영책임자가 평소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체계적으로 구축·이행하고, 그 이행 내역을 객관적으로 문서화하여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안전보건 목표의 수립·승인, 위험성평가의 실시 및 개선조치의 이행, 안전보건 담당자에 대한 평가·관리 등 각 의무의 이행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향후 사고 발생 시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무적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 홍기태 변호사, 고범석 변호사, 김태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