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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2

석유화학 사업재편(대산 1호)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과 시사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26. 8. 20. 롯데케미칼 주식회사(이하 "롯데케미칼"), 롯데대산석화 주식회사(이하 "롯데대산석화"), 에이치디현대오일뱅크 주식회사(이하 "HD현대오일뱅크") 및 에이치디현대케미칼 주식회사(이하 "HD현대케미칼")가 석유화학 사업재편(대산 1호)의 일환으로 추진한 기업결합(이하 "본건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국내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및 EVA(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 2개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가격 인상·인하율 제한, 공급 유지 의무, 정보교환 금지, 임직원 인사 제한 등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부 승인을 결정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본건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석유화학 사업재편 가운데 공정위 심사가 완료된 첫 사안으로, 당사회사가 시장 1위가 아니고 합산 점유율이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에 미치지 못함에도 경쟁제한 우려가 인정되었고 선례 대비 상세한 행태적 시정조치가 5년간 부과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결합 심사 일반에 참고가 될 판단을 담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본건의 개요와 실무 시사점을 정리하여 안내드립니다.


I.    본건 기업결합과 시정조치의 개요

본건 기업결합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개편 로드맵에 따른 첫 번째 사업재편(대산 1호)입니다. HD현대케미칼은 2014년 HD현대오일뱅크(60%)와 롯데케미칼(40%)이 합작 설립한 회사인데, 본건은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하여 신설한 롯데대산석화를 HD현대케미칼이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이 합병 대가로 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거래로서, 기존 60:40 합작관계가 50:50 공동지배로 바뀌면서 대산 산업단지 내 양사 설비가 통합됩니다. 

공정위는 2025. 11. 26. 임의적 사전심사 신청 접수 후 총 12개 상품시장(수평결합 8개, 수직결합 8개 유형)을 심사하여, 약 9개월 만에 국내 LDPE 및 EVA 2개 시장에 한하여 경쟁제한 우려를 인정하고 가격 조치, 공급 조치, 정보교환 금지, 임직원 겸직 금지 등의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하였습니다. 이번 시정조치는 기업결합 시정방안 제출제도(공정거래법 제13조의2)에 따라 당사회사가 제출한 시정방안의 내용을 고려하고,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되었습니다.


II.    [시사점 ①] 과점시장 기업결합에 대한 엄격해진 경쟁제한성 판단

공정위가 경쟁제한 우려를 인정한 주된 근거는 경쟁사업자 수의 감소입니다. 국내 LDPE·EVA 시장은 결합 전부터 4개사 과점시장이었는데, 본건 기업결합으로 경쟁사업자가 3개로 감소하여 과점적 구조가 심화된다고 본 것입니다. 주목할 점은, 결합 후에도 당사회사가 1위 사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생산능력 기준 3사가 약 50:25:25로 시장을 점유) 합산 점유율이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을 충족할 정도로 높지 아니함에도 경쟁제한 우려가 인정되었다는 것입니다.

공정위는 나아가 전통적인 분석 틀을 넘는 판단을 보였습니다. 첫째, 본건은 기존 사업자(롯데케미칼)와 신규 진입자(HD현대케미칼) 간 결합으로서 신규진입으로 창출되었던 경쟁압력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결합 후 포트폴리오 전환 과정에서 저수익·저가 그레이드의 생산·공급이 중단되어 제품 다양성 감소와 간접적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수요자 대부분이 스펙 지정으로 구매선 전환이 어려운 중소 가공업체이고, 경쟁사 가동률이 이미 95~100%에 달해 대체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장 사정이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판단이 일련의 사업재편 거래 중 일부라는 본건의 특수성에 기한 것인지, 과점시장 기업결합 일반에 적용될 새로운 기준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적어도 향후 과점시장에서의 기업결합에서는 합산 점유율이 낮고 추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해당 시장의 정보 투명성과 제품 동질성, 결합 후 사업계획상 특정 제품군의 단종·공급 축소 가능성, 수요자의 구매선 전환 가능성과 경쟁사의 대체공급 여력, 나아가 당사회사가 최근 진입자로서 수행해 온 경쟁상 역할까지 미리 점검하여 공정위 심사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III.    [시사점 ②] 담합 전력과 동시다발적 사업재편

공정위는 협조효과 판단의 핵심 근거 중 하나로 해당 시장의 과거 담합 전력을 들었습니다. 현재와 같이 공급과잉이 문제되었던 1990년대에 국내 LDPE 시장에서 담합이 10여 년간 지속된 전례가 있다는 것으로, 공정위는 2007년 12월 7개 석유화학 사업자의 LDPE 판매가격 담합(1994. 4.~2005. 4.)을 적발하여 과징금 541억여 원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공정위는 석유화학 산업에서 연쇄적인 사업재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점을 명시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현재 심사 중인 여수 1호 건이 계획대로 완결되면 롯데케미칼을 매개로 복수의 합작법인 간 지분연계가 발생하고, 결합 후 경쟁사업자 간 협조가 이루어질 우려가 크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담합 전력이 있는 시장·사업자가 관련된 기업결합이나, 경쟁사업자 간 합작·지분관계 등 구조적 연결고리가 존재하거나 일련의 구조조정으로 형성될 수 있는 사안에서는, 협조효과에 대한 강화된 심사를 예상하고 현재 시장상황과 담합 당시의 차이, 지분연계를 통한 정보 유통 우려의 차단 방안을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IV.    [시사점 ③] 행태적 시정조치의 새로운 기준선과 시정방안 제출제도의 활용

본건 시정조치는 행태적 조치이지만 선례와 비교하여 상세하고 포괄적입니다. 첫째, 정보교환 금지의 인적 범위가 결합당사회사를 넘어 다른 피심인의 계열회사, 나아가 그 국내 계열회사의 중 LDPE·EVA 사업을 직∙간접적으로 수행하는 회사에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여수 1호 완결 시 형성될 지분연계까지 미리 염두에 둔 설계입니다. 둘째, 겸직 금지가 임원에 한정되지 않고 직원까지 포괄하며, 계열회사 파견과 전적 임직원 복귀 시 1년간 관련 부서 배치를 금지하는 인사 제한까지 포함되었습니다. 셋째, 효력기간이 5년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절차 측면에서는 시정방안 제출제도가 본격적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이번 시정조치는 당사회사가 제출한 시정방안을 토대로 이해관계자·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되었습니다. 경쟁제한 우려가 예상되는 기업결합에서 당사회사가 시정방안을 선제적으로 설계·제안하는 것이 심사 기간과 시정조치의 내용을 관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향후 협조효과 우려가 큰 기업결합에서는 산업을 불문하고 본건과 유사하거나 강화된 수준의 시정조치가 부과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특히 시정방안을 제안하는 경우에는 정보차단 대상자의 범위(계열회사·주주사 포함 여부), 겸직·인사 이동 제한의 범위, 가격 산정 기준·공급 요청 대응 절차·경쟁민감정보의 분류와 차단 체계 등 이행 단계의 세부 절차까지 실제 이행 가능성을 검증하여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V.    [시사점 ④] 협력업체·지역경제에 대한 고려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 석유화학업계의 위기로 협력업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기업결합 심사와는 별개로 통합법인인 HD현대케미칼이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공정위와 협의하여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상생협력 방안은 시정조치의 일부가 아니고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지만, 설비 통합을 수반하는 기업결합에서 협력업체·지역경제·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심사 과정에서 사실상의 관심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설비 통합, 사업장 폐쇄, 구매 채널 일원화 등을 수반하는 기업결합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경쟁제한성 대응과 별도로, 해당 거래가 협력업체의 거래관계와 지역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이를 완화할 상생협력·고용 유지 방안을 함께 검토해 두는 것이 심사의 원활한 진행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VI.    맺음말

본건은 사업재편 1호 기업결합을 신속하게 심사하여 산업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면서도, 경쟁제한 우려가 확인된 시장에는 상세한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한, 신속성과 엄격성을 병행한 심사 사례입니다. 공정위가 여수 1호 등 후속 기업결합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예고한 만큼, 구조조정형 기업결합을 준비하는 기업으로서는 경쟁제한성 분석, 시정방안 전략, 협력업체·고용 영향 검토를 통합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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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성운 변호사, 김현아 변호사, 조준연 변호사, 김영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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