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배경
최근 미국 정부는 해군 함정 건조·정비 사업에서 누적되어 온 비용 상승과 일정 지연 문제를 해소하고, 조선소·전문인력·핵심기술·부품 공급망 등 미 해양산업 전반의 기반 역량을 재건하는 방향으로 관련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단기적인 생산·운송 역량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역량을 제한적으로 활용하되, 이를 중장기적인 미국 내 산업기반 확충과 연계하는 방안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일환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8월 13일 미 조선산업 전반의 기반 역량을 재건하기 위한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National Security Presidential Memorandum)에 서명하였습니다. 이는 지난해 4월 발표된 「미 해양 지배력 회복(Restoring America’s Maritime Dominance)」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입니다. 각서는 미 조선산업에 장기 투자하고 현지 인력을 양성하는 외국 조선사에 대해 미국 내 생산역량이 충분히 확충될 때까지 최대 2척의 선박을 본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해운 분야에서도 연안운송을 위한 미국적 선박의 공급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한시적 예외조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2026년 3월부터 미 연안해운 및 조선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존스법(Jones Act)의 일부 적용을 면제해 왔으며, 해당 조치를 2026년 8월 17일부터 11월 15일까지 90일간 추가 연장하였습니다. 이에 석유제품·LNG·LPG·비료 등 일정 품목에 대해서는 외국적 선박을 활용한 미 항만 간 운송이 제한적으로 허용됩니다.
두 조치는 모두 외국 기업의 미 시장 참여를 일부 허용하지만, 시장 개방 자체보다 해외 역량을 한시적으로 활용하여 미국 내 생산·고용·공급망을 내재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조선 분야에서는 외국 기업의 기술·생산역량과 투자를 미 조선산업 재건에 연계하고, 해운 분야에서는 미국적 선박이 부족한 경우에 한하여 외국적 선박의 운항을 예외적으로 허용함으로써 단기적인 공급 부족에 대응하면서도 미국 내 산업기반 강화와 미국 선박 우선 원칙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II. 주요 내용
이번 조치들은 (1) 외국 조선사의 참여와 미국 내 투자 및 생산기반 확충을 연계하고, (2) 함정·부품 수리·재정비 및 조선소 인프라 역량을 강화하며, (3) 존스법 면제의 적용 범위와 이용 절차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 외국 조선사 참여와 역내 생산기반 확충 연계
대통령 각서는 미 조선산업에 장기적·실질적으로 투자하고 현지 인력을 양성하는 외국 조선사에 대해 미국 내 생산역량이 확충될 때까지 최대 2척을 본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하되, 이후에는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외국 조선사는 (1) 미국 내 신규 조선소를 건설 또는 기존 조선소를 인수하고(2) 미국인을 채용 및 훈련하며, (3) 본국 조선소의 건조기술을 미국 조선소에 라이선스하고, (4)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위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최초 2척에 대해서는 본국 조선소 건조가 가능할 수 있으나, 2척 이후의 모든 선박은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합니다.
이는 외국 조선사의 본국 건조는 미국 내 생산역량이 확충되기 전까지 적용되는 과도기적 조치이며, 외국 조선사의 참여는 미국 내 투자와 인력양성을 전제로 하는 구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함정·부품 수리 및 재정비 역량과 조선소 인프라 확충
미 정부는 신규 함정 건조역량과 함께 함정 및 핵심 부품의 수리·재정비 역량과 이를 뒷받침하는 조선소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입니다. 약 80년 만에 다섯 번째 해군 조선소를 신설하여 잠수함·항공모함의 수리 역량을 확대하고, Component Repair Center를 설립하여 잠수함 핵심 부품의 보관·수리·재정비 역량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또한 해군 해상 시스템 사령부(NAVSEA) 개혁을 통해 함정 건조·수리 사업의 비용 및 일정 관리체계 전반을 개선할 계획입니다.
다만 이번 각서가 외국 기업의 함정 수리·재정비 사업 참여를 직접 허용하거나 특정 시장을 개방한 것은 아니므로, 외국 기업의 실제 참여 가능성과 범위는 향후 후속 조달정책과 개별 사업의 자격·참여요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3. 존스법 면제 연장 및 이용 요건 강화
DHS는 존스법 면제를 2026년 11월 15일까지 90일 추가 연장하였으나, 면제 대상 HTS 코드를 종전 600개 이상에서 237개로 축소하였습니다. 또한 외국적 선박 이용 시 건별 사전승인 절차를 도입하여 면제 범위와 이용 요건을 강화하였습니다.
외국적 선박을 이용하려는 경우 운항 전에 DOW·MARAD 등에 선박 가용성 요청을 제출해야 하며, 미 해사청(MARAD)이 연안운송 적격선박의 가용성을 조사한 후 DOW가 외국적 선박 투입의 필요성을 건별로 심사·승인합니다. 신청자는 해당 운송이 미 국방상 이익에 부합하는 사유도 운항 전후에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한편, 존스법 면제를 활용한 외국 법인의 미 항만 간 운송소득은 통상적인 국제운항소득으로 취급되지 않아 미 국세법 제883조 등에 따른 국제운항소득 세제상 혜택이 적용되지 않으며, 관련 소득에 대해 미 법인세 신고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III. 시사점
이번 조선·해운 정책 변화는 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및 거래구조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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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국내 조선사는 본국 건조를 통한 단기적인 수주 가능성뿐 아니라 이후 미국 내 생산으로의 전환까지 고려하여 중장기 진출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향후 시장 참여에서는 가격·납기 경쟁력과 함께 현지 조선소 투자, 현지 고용·인력양성 및 미국 내 공급망 구축 역량의 중요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국내 조선사는 단순 수출 중심의 접근보다는 현지 생산거점 확보, 조선소 투자 및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 등 미국 내 생산기반 구축을 포함한 사업모델의 경제성과 실행 가능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조선사는 미국 내 조선소 신설 또는 인수, 현지 인력 확보 및 훈련 비용, 기술 라이선스에 따른 지식재산권 보호, 미국 내 공급망 구축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최초 2척 뿐만 아니라 후속 선박의 미국 현지 건조 단계까지 고려하여 사업비, 생산성 격차, 인력 확보, 공급망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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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재·함정 수리·재정비 관련 기업: 국내 기자재·기술 기업은 미 해군의 조선소·수리·재정비 인프라 확충 자체를 곧바로 시장 개방으로 해석하기보다, 향후 후속 조달정책과 개별 사업에서 외국 기업에 적용되는 자격·참여요건을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엔진, 전장·제어 시스템, 펌프·밸브 등 관련 기업은 구체적인 조달요건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실제 참여 가능한 사업과 품목을 선별하고, 필요한 경우 현지 생산법인·합작사, 현지 조달 및 A/S 체계 구축 등 미국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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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에너지·화학·트레이딩 기업: 존스법 면제는 한시적이고 건별 승인을 전제로 하는 만큼, 관련 기업은 면제 여부를 전제로 운송계획을 확정하기보다 승인 불확실성을 거래구조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 항만 간 운송이 포함된 거래에서는 면제 승인 지연 또는 불승인, 미국적 선박으로의 대체 및 이에 따른 운송일정 변경 가능성을 용선·운송계약과 물류계획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관련 운송소득에 국제운항소득에 관한 세제상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미 법인세 신고의무와 추가 조세비용을 포함하여 거래의 경제성과 수익성을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 박성원 변호사, 박윤정 외국변호사(영국, 미국 New York주), 한창완 변호사, 김준성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