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 불기소에 이어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업무상과실치사 전부 무죄
I. 주요 판결 내용
서울동부지방법원(이하 ‘법원’)은 2026. 9. 29. 교량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개구부로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에서, 수급업체 현장소장의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에 대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5고단909 판결).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이하 ‘BKL’)은 수급회사인 A사 측의 수사 대응부터 공판 변론까지 모두 수행하였습니다. BKL은 수사 단계에서 A사와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불기소처분을 이끌어 낸 데 이어, 이번에는 A사와 현장소장의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II. 사건의 경위
이 사건 공사현장에는 향후 자재 반출을 위한 개구부가 설치되어 있었고, 개구부 위에는 합판 덮개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A사 소속 근로자는 2022. 2. 16. 몰탈통을 운반하는 지게차를 유도하던 중 개구부 덮개를 들어 올려 밀다가 약 2.85m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하였습니다.
검찰은 현장소장이 개구부 덮개의 견고한 설치 및 명확한 표시, 개구부의 존재·위치와 추락 위험성에 관한 교육, 개구부를 반영한 지게차 작업계획서 작성, 작업지휘자 지정 및 지휘 등의 의무를 위반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보아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III.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에 대한 불기소 처분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와 관련하여, BKL은 A사가 중대재해처벌법령이 규정한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음을 변론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업무절차 마련 의무(중대재해처벌법시행령 제4조 제3호)에 대해, 위험성평가 관련 사내 지침을 마련하여 위험성평가를 위한 세부 업무절차 등을 상세히 규정한 다음, 이를 토대로 표준화된 현장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여 시공중인 공사 현장에 배포하고 개별 현장에서 해당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 해당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점을 설명하였습니다.
검사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현장에서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제대로 준수하지 아니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 곧바로 해당 업무절차가 형식적인 것으로서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아니한 경우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을 정도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처분하였습니다.
IV. 무죄판결의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
법원은 개구부 방호조치와 안전교육의 실제 이행 내역, 구체적인 사고 경위, 작업계획서와 작업지휘자의 역할 등을 검토하고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1. 개구부 덮개·표시 및 안전교육 관련 의무위반 부정
개구부에는 두께 약 18mm, 무게 약 26kg의 합판 덮개가 설치되었고, 합판은 콘크리트 못으로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코팅한 용지에 붉은 글씨로 ‘개구부’임이 표시되었고, 방호장치의 임의 해체 금지 등에 관한 교육과 작업 전 안전회의가 실시되었으며, 덮개의 고정 상태를 확인하는 순찰 및 안전점검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법원은 개구부 덮개·표시 설치나 추락 예방 교육에 관한 의무위반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사고 경위와 예견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심리
법원은 해당 개구부가 당분간 개방할 계획이 없는 폐쇄형 개구부였고, 사고 당일 오전까지 덮개가 못으로 고정되어 있었다는 진술이 있었던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아울러 사고 현장 부근에서 망치와 노루못뽑개가 발견된 사정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덮개를 직접 해체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과 현장의 안전관리 및 작업 상황을 종합하여 현장소장의 사고 예견가능성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3. 작업계획서 작성·변경 의무의 범위와 인과관계
법원은 작업계획서에 가능한 모든 상황을 빠짐없이 기재하거나, 세부 작업내용이 바뀔 때마다 반드시 계획서를 수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리(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3835 판결 등)를 전제로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근로자가 하적 지점 근처의 개구부 덮개를 들어 올리는 행위까지 예상하여 작업계획서에 방지방안을 포함하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설시한 다음, 설령 작업계획서 작성과 관련하여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이 사건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작업지휘자 지정·지휘 의무의 목적과 인과관계
법원은 한 대의 지게차가 운행되었고 유도원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주변 근로자의 작업 위치 등에 비추어 충돌 위험이 없었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작업지휘자를 지정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실제로는 관리책임자와 작업지휘자가 지정되어 있었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잠시 교량 하부로 이동한 상황이었던 점도 고려하였습니다.
특히 법원은 작업지휘자 지정의 목적이 지게차와 근로자의 충돌 위험을 방지하는 데 있는 것이지, 공사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행위를 통제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관련 의무위반을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개구부 추락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V. 의의 및 시사점
본 판결은 개별 의무의 내용과 실제 이행 여부, 사고의 예견가능성 및 인과관계를 구체적인 증거에 따라 엄격히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개구부 방호조치, 작업계획서 작성, 작업지휘자 지정 등 각 의무의 내용과 목적을 구분하여 심리하였다는 점에서, 유사한 산업재해 사건에서 중요한 참고기준이 될 수 있는 하급심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앞선 중대재해처벌법 무혐의처분에서 검찰은 본사 차원의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업무절차 마련 의무의 이행 여부를 현장의 절차 준수 여부나 사고 발생 여부와 구별하여 판단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에서는 나아가 현장 차원의 안전조치의무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와 현장의 개별 안전조치의무를 구분하여, 각 혐의의 구성요건과 증거관계에 맞추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아울러 안전시설의 설치·고정 상태, 점검·교육 내역, 작업계획서와 실제 작업 상황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실무적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BKL은 수사 단계부터 공판까지 A사를 변호하여 중대재해처벌법 무혐의처분에 이어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 공소사실 전부에 대한 무죄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경영책임자와 현장책임자를 아우르는 중대재해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의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저자: 김태진 변호사, 노민호 변호사, 이대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