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의 ‘낮은 단가’ 인정 기준과 과징금 재량통제의 기준을 제시한 판결(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5두35790 판결)
최근 대법원은 조선사가 사내 수급사업자와 사이에 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수정추가공사를 위탁한 다음 사후에 하도급대금을 결정한 행위 등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다툰 사건에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5두35790 판결). 이 판결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의 ‘낮은 단가’를 수급사업자의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인정할 수 있는 예외적 요건을 재확인하는 한편, 과징금 부과와 관련하여 법령 개정을 전후하여 과징금액에 현저한 격차가 발생한 경우의 재량통제 기준을 밝혔는바, 그 내용과 실무상 시사점을 소개합니다.
I.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은 조선사가 사내 수급사업자에게 선박·해양플랜트 관련 제조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서면발급의무 위반 등 하도급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입니다.
1. 처분의 경위
– 문제된 행위: ① 수급사업자의 작업착수 전까지 하도급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행위(제1행위), ② 하도급대금을 일방적으로 낮게 결정한 행위(제2행위), ③ 위탁을 취소·변경한 행위(제3행위).
– 처분의 내용: 공정위는 제1행위가 하도급법 제3조에, 제2행위가 제4조 제2항 제5호에, 제3행위가 제8조 제1항 제1호에 각 위반된다고 보아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함.
– 제2행위의 구조: 수급사업자들은 하도급대금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작업에 착수하였고, 이후에 하도급대금이 결정됨.
2. 법적 쟁점
종전 거래나 비교 대상 거래에 관한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급사업자의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의 ‘낮은 단가’를 인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과징금고시상 처분기준에 부합하는 과징금이라도 법령 개정 전후의 금액 격차를 이유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3. 소송의 경과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5. 10. 30. 선고 2021누37870 판결).
– 원고가 전자계약시스템에 전자계약서를 업로드한 것만으로는 하도급법 제3조의 서면발급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고, 수급사업자가 서면발급 이전에 임의로 수정추가공사에 착수하였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이상 서면발급의무 위반이 인정됨(제1행위).
– 수급사업자들이 하도급대금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하였고 원고가 실질적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하였으며 피고가 유사한 비교대상을 선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수급사업자의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낮은 단가’를 인정할 수 있음(제2행위).
– 공정위가 부당한 위탁취소·변경으로 본 111,500건의 위탁거래 중 33,229건은 수급사업자 측의 귀책으로 취소·변경된 경우 등에 해당하여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제3행위).
– 하도급법 시행령 및 과징금고시가 개정·시행된 2016. 7. 25.을 기준으로, 그 이전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납부명령은 제출된 자료만으로 적법한 과징금액을 산정할 수 없어 전부 취소하고, 그 이후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납부명령은 제3행위에 관한 부분만 취소함.
II.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심의 이유 설시 중 일부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1.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의 성립요건
가) 이원적 요건 구조
대법원은 제5호 위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우선 하도급대금이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져야 하고, 다음으로 그 하도급대금이 ‘낮은 단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4두35125 판결 참조). 두 요건은 순차적으로 심사되며, 일방적으로 정해진 것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낮은 단가로 추단되지는 않습니다.
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의 판단 방법
일방적 결정 여부는 원사업자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의 정도, 수급사업자의 거래의존도, 계속적 거래관계의 유무와 정도, 거래관계를 지속한 기간, 문제된 행위 전후의 시장 상황과 함께, 하도급대금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수급사업자가 의사표시의 자율성을 제약받지 않고 협의할 수 있었는지 여부와 그 제약의 정도, 결정된 하도급대금으로 인해 수급사업자가 입은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대법원 2017. 12. 7. 선고 2016두35540 판결,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59430 판결 참조).
다) ‘낮은 단가’ 인정의 원칙과 예외
대법원은 ‘낮은 단가’ 여부를 당사자들 사이에 있었던 종전 거래의 내용이나 비교 대상이 되는 다른 거래에서 형성된 대가 수준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종전 거래의 내용이나 비교 대상 거래에 관한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낮은 단가’로 결정되었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단순히 그 증명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수급사업자의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낮은 단가’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면서도, 종전 거래의 내용이나 비교 대상 거래를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원사업자가 위탁한 목적물 등을 수급사업자로부터 납품 등 받은 후에 비로소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면서 수급사업자의 가격 협상력이 낮아진 상태를 이용하여 실질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한 것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수급사업자의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낮은 단가’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4두35125 판결 참조).
라) 이 사건에의 적용
대법원은 원고의 수급사업자들이 하도급대금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작업을 하였고 원고가 실질적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하였다는 점, 피고가 유사한 비교대상을 선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수급사업자의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의 ‘낮은 단가’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제2행위가 하도급법 제4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과징금납부명령에 대한 재량통제
가) 처분기준 적합성과 처분의 적법성
대법원은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납부명령의 적법 여부가 과징금고시에 따른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므로, 처분기준에 적합하다고 하여 곧바로 당해 처분이 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처분기준 자체가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처분기준에 따른 제재적 행정처분이 처분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합니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취지 참조).
나) 위법성의 정도와 이득액 규모의 균형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은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로서의 성격과 함께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기 위한 부당이득 환수의 성격을 가지고, 구 하도급법 제25조의3 제2항이 준용하는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55조의3 제1항은 과징금 부과 시 위반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도 아울러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징금액은 위법성의 정도뿐만 아니라 이득액의 규모와도 상호 균형을 이룰 것이 요구되고, 그 균형을 상실하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6두33360 판결 취지 참조).
다) 이 사건에의 적용
대법원은 2016. 7. 24. 이전의 제1행위에 대한 과징금납부명령이 개정 법령이 적용되어 정액과징금이 부과된 그 이후 제1행위에 대한 과징금보다 약 20배 이상 많으므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평가할 수 있고, 이를 부정한 원심의 설시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다만 원심이 별도의 이유(제3위반행위에 관한 처분내역 중 일부는 그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6. 7. 24. 이전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납부명령을 전부 취소한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III. 판결의 의의 및 실무상 시사점
이 판결은 하도급대금을 낮게 결정하였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제조원가를 위법성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하는 한편, 장기·다건의 위반이 문제된 사건에서 과징금 재량통제의 실질적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가) 제조원가 기준의 예외성 확인: 대법원은 2024두35125 판결에서 제시한 ‘원칙적 불허·예외적 허용’ 구조를 조선업 사내하도급 사안에 다시 적용하였습니다.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삼기 위해서는 ① 비교 대상 거래를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 ② 작업 착수 이후에 비로소 대금이 결정되었을 것, ③ 협상력이 저하된 상태를 이용한 일방적 결정일 것이라는 사정이 함께 인정되어야 합니다. 원∙수급사업자는 하도급대금 결정함에 있어 위 세 요소와 함께 제조원가를 유기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 과징금 산정 연혁에 대한 별도 검토: 대법원이 개정 전후 과징금액의 배수 격차를 재량권 일탈·남용의 근거로 명시한 점은 향후 시사점이 될 수 있습니다. 동일한 유형의 위반행위가 법령 개정일을 전후하여 계속된 사건에서는, 처분사유별 다툼과 별도로 개정 전 부분의 과징금이 개정 후 산정방식에 따른 금액에 비하여 현저히 과다한지를 검토하여 비례원칙이 다퉈질 가능성이 큽니다. 아울러 처분사유 일부가 인정되지 않아 적법한 과징금액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 해당 과징금납부명령이 전부 취소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저자: 김상철 변호사, 손승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