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배경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26년 7월 17일 EU 배출권거래제(Emissions Trading System, ETS) 개편하기 위한 입법안을 제안하였습니다. 이번 제안은 EU의 2040년 기후목표에 맞추어 ETS 감축경로를 조정하는 동시에 산업계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ETS를 통해 조성된 재원을 EU 역내 산업 탈탄소화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 집행위 제안은 유럽 의회와 EU 이사회의 입법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향후 입법 협상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현행 EU ETS는 배출권 할당량에 관한 선형감축계수(LFR)를 2024년~2027년 4.3%, 2028년부터 4.4%로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40년 전후 배출권 공급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제안 발표를 앞두고 폴란드, 이탈리아 등 10개 회원국은 LRF 조정을 통한 배출 상한 소진 유예,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적용 산업의 무상할당 폐지 일정 연기, 국제선 항공 ETS 확대 철회 및 ETS2 재검토 등을 촉구하며EU 이사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하였습니다.
이에 집행위는 배출권 감축 경로를 완만하게 조정하여 2040년 이후에도 배출권이 신규 발행될 수 있도록 하고, 국제 탄소크레딧 및 영구 탄소제거를 EU 차원의 제도적 유연성 장치로 활용하고, 무상할당과 ETS 수입을 EU 역내 탈탄소화 투자에 보다 직접적으로 연계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는 장기적인 탄소가격 신호를 유지하되 산업계가 부담한 재원을 다시 산업 전환에 다시 활용함으로써 기후목표와 산업경쟁력 간 균형을 확보하려는 구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II. 주요 내용
이번 제안은 2040년 순 온실가스 배출량 90% 감축목표를 유지하면서, (1) 배출권 감축 경로 조정과 EU 차원의 유연성 확대, (2) ETS 재원의 산업 투자 환류와 무상할당 강화, (3) 탄소시장 안정화 장치 및 부문별 적용체계 보완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 배출권 감축 경로 조정 및 이행 유연성 확대
집행위는 연간 배출권 총량 감소율을 결정하는 LRF를 2031년부터 2035년까지 3.7%, 2036년부터 1.7%로 조정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이는 현행 감축경로에 비해 배출권 공급 감소 속도를 낮추어 이른바 ‘ETS End Game’의 도래 시점을 2048년 정도까지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제 탄소크레딧도 EU 차원의 유연성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제안되었습니다. 집행위는 2036년부터 2040년까지 역내 감축의무의 2%인 최대 260Mt의 배출권을 추가 경매하고 그 수입으로 파리협정 제6조에 기반한 고품질 국제 탄소크레딧을 EU 차원에서 구매, 조달하는 방안을 제안하였습니다. 만약, 고품질 크레딧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LRF를 2.7%로 자동 조정하는 fallback 메커니즘도 마련하였습니다. 이는 EU 전체의 감축경로에 일정한 완충수단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또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장기간 제거∙저장하는 영구 탄소제거(permanent carbon removals)를 EU ETS에 통합하는 방안도 제안되었습니다. EU 집행위는 2031년부터 2040년까지 최대 2억 5천만 배출권을 추가 발행∙경매하고, 그 수입을 활용해 EU 역내 CRCF 인증 영구 탄소제거량을 조달(BioCCS, DACCS)하는 방안을 제안하였으며, 사업장, 선사, 항공사 등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CRCF 인증 영구 탄소제거분 (BioCCS, DACCS 등)을 ETS 배출권 제출의무 이행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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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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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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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신설/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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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축경로(L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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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의 경로 규정,
2040년 목표 미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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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9 개정 — 2031년부터 EU 2040년 목표(-90%)에 정합하는 궤적 설정. 연간 감축률을 완만화(slower annual decline)하여 2040년대까지 배출권 지속 발행을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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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크레딧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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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역내 감축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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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Article 9b — 2036~2040년 동안 고품질 국제탄소크레딧을 누적 최대 260Mt까지 활용하여 EU 역내 감축의 일부를 국제감축실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맞춰 EU ETS의 감축경로(LRF)를 조정하였다. 아울러 국제탄소크레딧 구매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정 규모의 배출권을 예치(set aside)하도록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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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제거(영구 제거)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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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S 캡에 미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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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Article 9c — 집행위원회가 구매한 CRCF 인증 영구 탄소제거량(BioCCS, DACCS 등)만큼 EU ETS 배출권 총량(cap)을 1:1로 증량할 수 있는 근거 마련
또한 신설 Article 14(1a)를 통해 사업장·선사·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생산한 CRCF 인증 영구 탄소제거량을 ETS 배출권 제출의무 이행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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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TS 재원의 산업 투자 환류 및 무상할당 강화
집행위는 유럽 전역의 산업 탈탄소화를 지원하기 위해 2028년부터 2030년까지 4억 톤의 배출권을 ETS 투자 촉진 프로그램(ETS Investment Booster)에 활용하고, 2031년부터 2040년까지 다시 4억톤의 배출권을 활용하여 산업 탈탄소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하였습니다. 집행위는 산업탈탄소화은행(Industrial Decarbonization Bank)에 1,000억 유로를 배정하고, 기존의 혁신기금(Innovation Fund) 및 현대화기금 (Modernization Fund)에 따른 지원과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2031년 이후 산업부문의 무상할당은 유지하되, EU 역내 탈탄소화 투자와 긴밀하게 연계하는 방안이 제안되었습니다. 기업은 'Invest in EU Decarbonization Plan'을 수립·공개하고, 5년간 무상할당의 경제적 가치에 상응하는 탈탄소화 투자를 이행해야 합니다. 즉, 배출권의 무상할당을 탈탄소 투자계획 수립 및 이행과 연계하는 조건부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탈탄소 투자계획이 승인된 경우 배정 예정 무상할당랴의 80%를 우선 지급하고, 전여 20%는 5년 단위 검토기간 종료 시점에 실제 감축 투자 이행 및 감축 성과를 검증한 후 지급하는 구조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이는 무상할당을 단순한 비용 보전 수단에서 산업 부문의 실질적인 탈탄소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 수단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CBM 적용 부문에 대해서도 무상할당 감축 속도를 완화하여 당초 2034년까지인 무상할당 종료시점을 2038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제안되었습니다. 즉, 2026년 2.5%에서 시작하여 2034년에 100% 완전폐지에 이르는 단계적 폐지 일정을 조정하여, 2028년부터 15%의 무상할당량을 재도입하고 완전폐지 시점 자체를 2038년까지 연장하는 것인데, 2029년부터 2037년 사이의 구체적인 연도별 수치는 금번 제안에서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3. 탄소시장 안정화 및 부문별 적용체계 보완
집행위는 시장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과도한 가격 변동성을 억제하고 투자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중인 시장안정화예비분비축제도(Market Stability Reserve, MSR)의 운영방식 변경도 제안하였습니다. 현행 MSR에서는 유통 중인 배출권 수량(TNAC)이 8억3,300만 톤을 초과하는 경우 다음 연도 경매물량의 24%를 MSR에 편입하고, 반대로 TNAC가 4억 톤 미만으로 감소하는 경우 MSR 보유분에서 1억 톤을 추가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상한 기준을 9억4,700만톤으로 상향하고 해당 기준은 EU ETS 총량 감소경로와 연계하여 매년 4%씩 감소하도록 설계하였습니다. 또한, 상한 초과 시 MSR 편입률은 기존 24%에서 12%로 조정하였습니다. 하한의 경우 3억 톤 규모의 완충구간(buffer)을 새로 도입하여, TNAC가 4억톤에서 7억톤 사이인 경우에는 추가 공급량을 기존의 고정 1억톤이 아닌 4억톤과 TNAC 간 차이로 산정하도록 변경하였습니다.
또한, 집행위는 도시폐기물 소각 시설을 EU ETS 적용 대상에 단계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하였습니다. 그리고 항공 및 해운 부문에서는 CORSIA 및 IMO 등 국제 제도와의 정합성, 이중 탄소가격 부담방지 및 우회 방지를 고려해 ETS 적용범위와 조정장치를 보완하는 방안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III. 시사점
이번 개편안은 감축 속도를 일부 완화하면서도 재원을 산업 탈탄소화에 집중 투자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편하고 있어 우리 정부와 기업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1. 정부: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K-ETS)에서도 현재 한국형 시장안정화예비분비축제도(K-MSR)를 구체화하고 있으며, 8월 중으로 초안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K-MSR제도 구체화 단계에서 유럽의 MSR 제도 변경안의 내용을 벤치마킹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국내 철강 등 CBAM 대상업종에 대해 국내 무상할당, 보상 등을 감안하여 해당 기업이 실제 부담한 탄소가격을 CBAM상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EU의 산업탈탄소화은행 및 회원국 ETS 수입 재투자가 EU 역내 생산·투자 프로젝트에 집중되는 만큼 한국 기업의 EU 현지 법인, 합작법인(JV), 공급망이 지원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통상·산업∙외교 채널을 가동해야 합니다.
2. CBAM 대상 한국 수출기업: CBAM 적용 부문에 대한 무상할당 폐지가 2038년으로 연장되면, 수입품에 대해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CBAM 인증서 제출 수량의 증가도 기존 제도보다 완만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철강, 알루미늄 등 CBAM 대상 품목을 EU로 수출하는 우리 기업의 단기적 탄소비용 증가를 늦출 가능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EU 기업 역시 무상할당을 더 오래 유지하므로, 이를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 개선으로 곧바로 연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출기업은 제품별 내재배출량, 국내 실효 부담 탄소비용, EU 경쟁제품 대비 탄소집약도, 배출권 가격, 계약상 가격전가 조항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3. EU 역내 생산시설 보유 기업: 이번 개편은 EU 역내에 ETS 적용 설비를 보유한 한국 기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번 제안은 단순한 규제의 준수 문제를 넘어, 무상할당과 EU 역내 탈탄소화 투자가 결합되는 제도 변화에 해당합니다. 제안이 채택될 경우, 해당 기업은 Invest in EU Decarbonization Plan 제출을 준비하고, 배출권 조달, 5년 단위 탈탄소화 CAPEX·OPEX, 실제 감축성과 및 검증자료 등을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국제크레딧 조달여부, LRF 및 MSR 개편, 배출권 가격 변동 등을 고려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여 탄소비용과 감축투자의 경제성을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EU 역외로 관련 생산활동을 이전할 경우 무상할당의 전부 또는 일부가 회수되거나 이미 배정된 배출권을 반환할 수도 있으므로, 중장기 생산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4. EU 탈소화 투자 확대 기회: EU 탈탄소화 투자 확대에 따른 청정기술 및 관련 설비 시장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탈탄소화은행에 1,000억 유로가 배정되고 혁신기금과 ETS 투자 촉진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이 확대됨에 따라, EU 내 산업 탈탄소화와 청정기술 상용화를 위한 투자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기화, CCS, CCU, 에너지효율 및 저탄소 공정전환 관련 기술과 설비를 공급하는 우리 기업은 향후 지원대상, 자격, 요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EU의 지원정책이 역내 제조기반 및 공급망 강화를 지향하는 만큼 단순 국산 완제품 수출뿐만 아니라 EU 내 프로젝트, 현지법인, 합작법인, 기술실증, 현지 공급망 연동 등 다양한 시장 진입 기회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5. 지속적 모니터링: 개편안 발표 직전 10개 회원국이 LRF 추가 완화, CBAM 무상할당 폐지 일정 연장, 국제선 항공에 대한 ETS 적용 철회, ETS2 재검토를 요구하고, 이사회에서의 저지 소수 형성을 포함한 정치적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일부 세부 내용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특히 LRF, 무상할당 조건 및 CBAM 전환 일정은 기업의 탄소비용과 직결되는 만큼 관련 기업들은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제도 변화에 따른 비용 영향을 사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 김진효 외국변호사(미국 Oregon주), 김현아 변호사 , 한창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