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며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6월 26일, 「플랫폼의 알고리즘 기반 자사우대 행위에 관한 소비자 행동 실험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공정위가 직접 소비자 행동실험을 설계·수행하여 알고리즘 기반 자사우대가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플랫폼은 거래를 중개하는 동시에 자사 상품을 판매하는 '이중적 지위(dual role)'를 가지므로, 알고리즘을 자사에 유리하게 설계할 유인을 갖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사우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고 소비자도 그 영향을 인식하기 어려워, 기존 경쟁법으로는 경쟁제한효과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3,072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소비자가 검색순위에 크게 의존하며, 단순한 순위 변경만으로도 구매행태가 크게 달라지고 라벨이나 공시만으로는 이러한 선택왜곡을 충분히 교정하기 어렵다는 결과를 제시하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공정위의 공식 법적 판단은 아니지만, 향후 플랫폼 사건에서 행동경제학과 실험경제학을 활용한 새로운 경쟁법 집행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II. 연구보고서의 주요 내용
1. 연구의 배경
최근 EU의 Google Shopping 사건, Amazon 사건, 국내 네이버쇼핑 사건과 쿠팡 사건 등 주요 경쟁당국의 법집행에서는 플랫폼의 자사우대(Self-Preferencing) 행위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자사우대란 플랫폼 사업자가 검색·추천·랭킹 알고리즘 등을 이용하여 자사 상품 또는 서비스를 경쟁사업자보다 유리하게 노출하거나 추천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플랫폼은 거래를 중개하는 '심판'인 동시에 자사 상품을 판매하는 '선수'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므로, 알고리즘을 자사에 유리하게 설계할 유인을 갖습니다.
문제는 소비자가 검색순위를 객관적인 품질이나 적합성의 결과로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알고리즘 기반 자사우대가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수행되었습니다.
2. 실험 설계
공정위는 실제 온라인 쇼핑몰을 충실히 재현한 가상 쇼핑몰(SC몰)을 구축하고, 온라인 쇼핑 경험이 있는 소비자 3,072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하였고, 실험은 다음과 같이 설계되었습니다.
- 1차 쇼핑에서는 자사우대가 없는 일반적인 검색결과를 제공
- 2차 쇼핑에서는 가격만 10% 더 높은 자사상품을 검색 상단으로 이동
- 참가자를 ▲통제군 ▲라벨 ▲공시 ▲라벨+공시의 네 개 집단으로 무작위 배정
- 클릭, 스크롤, 페이지 이동, 필터 사용, 정렬 변경 등 소비자의 모든 탐색행동을 행동로그로 기록
이처럼 가격 이외의 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검색순위만 변경함으로써 알고리즘 조작이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순수한 효과를 측정하였습니다.
3. 주요 연구 결과
(1) 소비자는 검색순위에 매우 강하게 의존한다.
연구 결과 소비자의 구매는 대부분 검색결과 상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구매의 51.7%가 상위 5개 상품에 집중 ▲94.6%가 첫 페이지에서 구매 완료 ▲ 74.8%는 기본 정렬기준을 변경하지 않음 ▲ 83.8%는 필터 기능도 사용하지 않음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소비자가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본 검색순서를 객관적인 품질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비교·탐색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2) 단순한 순위 변경만으로 소비자 선택이 크게 달라졌다.
가격이 10% 더 높은 자사상품을 검색 상단에 배치하자 ▲자사상품 구매율은 약 34%p 증가 ▲기존 상위권 경쟁상품 구매율은 약 32%p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즉 소비자는 상품 자체보다 검색순위를 품질의 신호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며, 알고리즘 조작만으로도 경쟁사업자의 거래기회가 크게 감소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3) 정보제공만으로는 선택왜곡을 교정하기 어려웠다.
자사상품임을 표시하는 라벨(SCpay)은 소비자의 탐색행동을 오히려 감소시켰고, 자사상품 구매율도 추가적으로 약 4.5%p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정렬기준 공시를 실제 확인한 소비자는 10.7%에 불과하였습니다. 공시를 확인한 일부 소비자에게서는 자사상품 구매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소비자 선택을 교정하는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 소비자는 자신의 손해를 인식하지 못하였다.
더욱 주목되는 결과는 소비자가 가격이 더 비싼 자사상품을 구매하고도 이를 손해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III. 본 연구의 의미 및 정책적 함의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개별 실험 결과보다 공정위의 플랫폼 경쟁법 집행 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첫째, 공정위는 알고리즘 사건에서 행동경제학과 실험경제학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알고리즘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경쟁제한효과를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RCT와 같은 실험방법론이 기존 경제분석을 보완하는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검색순위가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 자체가 경쟁제한효과를 판단하는 핵심 요소로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정책연구에 불과하며, 실제 사건에서는 시장지배력, 경쟁제한효과 및 효율성 증대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법성이 판단될 것입니다.
IV. 시사점 및 결어
플랫폼 사업자는 알고리즘이 자사상품을 우대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알고리즘 설계 기준과 변경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상품 노출 기준의 객관성과 이해상충 관리체계를 확보하는 한편, 알고리즘 거버넌스를 기존 공정거래 컴플라이언스와 연계하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번 연구는 자사우대의 위법성을 직접 입증한 것이 아니라, 향후 공정위가 플랫폼 사건에서 어떠한 분석도구와 증거방법을 활용할 것인지를 보여준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적 분석과 실험적 증거가 실제 법집행과 사법심사에서 어느 범위까지 활용될지에 따라 국내 플랫폼 경쟁법의 새로운 기준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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