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L Legal Update

2026.06.29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규칙 개정(2026. 6. 1. 시행)의 시사점

I. 들어가며

2026년 6월 1일부터 국제상업회의소(ICC)의 개정 중재규칙(“2026 규칙”)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은 국제중재 절차를 보다 빠르고 명확하게 운영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은 ICC 중재·ADR 위원회와 각국 위원회 등 국제중재 실무진의 폭넓은 협의를 거쳐 마련되었으며, 기업과 국가·국가기관의 분쟁해결 수요를 보다 실무적으로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ICC 국제중재원 Claudia Salomon 의장이 제시한 2026 규칙의 핵심 키워드는 ‘효율성(efficiency)’, ‘명확성(clarity)’, ‘활용성(usability)’입니다.1 

이 글에서는 2026 규칙의 주요 개정사항을 개관하고, 국제중재를 활용하는 기업에 대한 실무적 시사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II. 2026 ICC 중재규칙의 개정 방향

2021년 개정 이후 5년 만의 전면 개편으로, 실무 경험을 반영해 절차의 신속화, 디지털화, 간소화를 함께 추진했습니다. 이하에서 주요 개정사항을 항목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절차 운영의 디지털화

2026 규칙 제3조는 ICC 사무국과의 서면 교신을 원칙적으로 이메일 또는 기타 송신 기록이 남는 전자적 수단을 통해 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종이 문서는 당사자가 수령증 등이 필요하거나 전자적 송부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제출하면 됩니다. ICC는 이러한 전자 교신을 지원하기 위해 Opus 2(중재 사건관리 소프트웨어 회사) 기반의 ICC Case Connect 플랫폼을 2026 규칙 시행 이전부터 이미 운영하여 왔는데, 2026 규칙은 기존 실무를 규칙상 원칙으로 명시한 것입니다.


2. 중재인 공개·비밀유지 의무 강화

2026 규칙 제12조는 중재인 후보자의 이해충돌 공개 의무와 중재인의 비밀유지 의무를 다층적으로 강화했습니다.

1) 첫째, 이해충돌을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공개를 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였습니다(제12조 제2항).

2) 둘째, 이해충돌 사정을 공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중재인의 독립성 또는 공정성의 결여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여(제12조 제4항), 중재인 후보자가 불이익을 우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3) 셋째, 당사자들이 중재인 후보자에게 이해충돌 여부를 검토할 인물·단체 목록(예: 관계사, 대리인, 증인, 제3자 펀딩 회사 등)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여(제12조 제5항), 중재인 후보자가 공개해야 할 사항을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4) 넷째, 중재인의 비밀유지 의무를 명문화하여(제12조 제8항), 중재절차 관련 모든 사항을 기밀로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했습니다.


3. Terms of Reference 의무 폐지와 Case Management Conference 중심 사건관리

2021 규칙에서 필수였던 Terms of Reference (ToR)2 작성 의무가 폐지되어, 중재판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3 ToR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사건 초기 개최되는 Case Management Conference (CMC, 사건 초기에 일정과 절차를 정하는 회의)가 사건관리의 핵심적 절차가 되었습니다. 중재판정부는 사건기록 수령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초기 CMC를 열어야 하며, CMC 이후에는 중재판정부의 허가 없이 새로운 청구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제25조).


4. 조기결정 절차(Early Determination)의 명문화

2026 규칙 제30조는 명백히 근거 없는 청구·항변 또는 명백히 중재판정부의 관할권 밖인 청구·항변에 대해 조기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2017년 ICC 사무국이 발행한 실무지침에서 실무상 처음 도입된 절차를 명문화했습니다.


5. 신속절차(EPP) 확대 및 초신속중재절차(HEAP) 신설

1) 신속절차(Expedited Procedure Provisions, EPP) 확대: 비교적 간단한 사건을 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절차로, 원칙적으로 단독 중재인이 사건을 맡고, 중재판정부가 문서제출명령절차를 재량으로 허용하지 않을 수 있으며, CMC로부터 6개월 이내에 판정을 내립니다. 2026년 6월 1일 이후 체결된 중재합의에 대해서는 EPP 적용 기준금액이 미화 400만 달러로 상향되어 보다 많은 사건들에서 EPP가 자동 적용됩니다(당사자는 opt-out 가능).

2) 초신속중재절차(Highly Expedited Arbitration Provisions, HEAP) 신설: EPP보다 더 간소화된 절차로, 당사자가 합의하면 분쟁금액과 관계없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opt-in). 단독 중재인이 사건을 맡고, 초기에 서면과 증거를 집중적으로 제출하며, EPP와 달리 병합, 추가당사자 참가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판정 기한은 CMC로부터 3개월로, EPP(6개월)의 절반입니다. HEAP 판정은 이유 설시가 필요하지 않으나, 이처럼 이유가 기재되지 않은 HEAP 판정이 국내에서 집행되는 데에 문제가 없을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6. 긴급중재 확대 및 예비적 명령(Preliminary Orders) 신설

2026 규칙 제31조 및 부속서 IV는 긴급중재인(Emergency Arbitrator) 제도4의 적용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2026 규칙은 중재합의의 서명당사자, 승계인뿐 아니라, 구속력 있는 중재합의가 존재한다고 ICC 의장이 판단하는 당사자에 대해서도 긴급중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확대했습니다.

또한 예비적 명령(preliminary orders) 제도가 신설되었습니다. 이는 법원의 가처분과 유사하게, 긴급중재인 절차 중 상대방이 신청의 목적을 좌절시키지 못하도록(예: 자산 은닉, 증거 멸실 방지) 상대방에 대한 사전 통지 없이 발령될 수 있는 명령입니다. 다만 발령 후에는 상대방에게 즉시 의견진술 기회가 부여됩니다.


7. 판정·비용·중재판정부 운영 관련 정비

1) 판정의 전자서명 및 통지: 2026 규칙 제38조는 중재판정부가 당사자와 협의 후 판정에 전자서명하거나, 중재인들이 각자 별도의 문서에 서명한 뒤 이를 취합하는 방식(counterparts)으로 서명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또한 판정의 통지도 전자적 방법으로 할 수 있습니다.

2) 판정 정정 기한 연장: 2026 규칙 제39조는 중재판정부가 직권으로 판정을 정정할 수 있는 기한을 30일에서 45일로 연장했습니다.

3) 판정기한: 2026 규칙 제34조는 기존의 ToR 서명일로부터 6개월이라는 기본 시한을 폐지하고, 의장이 절차일정표(procedural timetable) 또는 중재판정부가 이유를 밝힌 연장 요청을 반영하여 판정기한을 설정·연장하도록 했습니다.

4) 중재판정부 비서(Tribunal Secretary): 2026 규칙 제44조는 중재판정부가 당사자와 협의 후 비서를 선임할 수 있음을 명문화하고, 비서에게도 중재인과 동일한 독립성·공정성·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5) ICC 관리비용 조정: 1,000만 미국 달러 미만 분쟁에 대한 ICC 관리비용이 인하되었으며, ICC 중재 전 ICC 조정을 거친 경우 조정 관리비용의 절반을 중재 관리비용에 충당합니다.


III. 시사점 및 기업의 대응 전략

1. ICC 중재조항 재점검: 계약서 표준 중재조항 및 내부 분쟁대응 매뉴얼을 2026 규칙에 맞춰 신속히 업데이트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표준 ICC 중재조항이 있는 경우, 이번 개정으로 인해 EPP 기준 금액이 상향되어 400만 달러 이하의 분쟁에는 자동적으로 EPP 규정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적용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계약서에 EPP 배제(opt-out) 조항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나아가 이번에 신설된 HEAP 활용을 원하시면 당사자 합의가 필요하므로, 미리 계약서에 이를 규정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미 존재하는 계약서들의 경우에도, ICC 중재조항이 2026 규칙 하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2. 분쟁 초기 단계 집중(Front-Loading) 전략: ToR이 더 이상 의무가 아니고 CMC 이후 신규 청구가 제한되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 주장과 증거를 더 충실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중재신청서나 답변서 단계에서 청구 구조, 관할 주장, 증거계획, 공개검토 대상 인물·단체 목록을 가능한 한 빠짐없이 제시하셔야 합니다.

3. 조기결정 절차의 전략적 활용: 상대방의 청구나 항변이 명백히 근거 없거나 관할권 밖인 경우, 본안 심리 전에 조기결정을 신청하여 기각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명백히 근거 없음"이라는 높은 입증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신청이 기각되면 오히려 절차 지연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4. 긴급중재 및 예비적 명령 활용: 재산 은닉·증거 멸실 위험이 있는 경우, 예비적 명령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통지 없이도 신속한 구제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5. EPP과 HEAP 사이에서의 전략적 선택: 단순한 상사 분쟁이나 개별 쟁점(매매대금 조정, 기술 분쟁 등)에는 HEAP이 유용할 수 있으나, 복잡한 증거조사·다수당사자 사건·광범위한 문서제출 필요 사건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HEAP의 경우 판정에 이유를 불기재하게 되므로, 그러한 판정의 국내 집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전에 확인하셔야 합니다.

6. 디지털 증거·비밀유지 대응: 2026 규칙은 당사자 간 일반적 비밀유지 의무를 기본 설정하지 않으므로(중재판정부가 비밀유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 제23조 제3항의 반대해석), 중재합의 단계에서 비밀유지 조항을 명시하고, 전자증거 보안 프로토콜을 사전에 마련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IV. 맺음말

2026 ICC 중재규칙은 ToR 의무 폐지, 신속·초신속절차 확대, 조기결정 명문화, 긴급중재 강화, 디지털화 등 실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핵심은 절차를 더 빠르고 명확하며 쓰기 쉽게 만든 데 있습니다.

국제중재를 활용하는 한국 기업은 이번 개정을 계기로 계약서 중재조항과 분쟁 대응 절차를 다시 점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절차를 적절히 활용하시면 분쟁해결의 효율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실 수 있습니다.
 

 

  1. Claudia Salomon, “New ICC Rules of Arbitration enhance efficiency, clarity and usability,” ICC, 22 May 2026.

  2. ToR은 중재판정부가 당사자들과 협의하여 당사자 정보, 청구·항변의 요약, 쟁점 목록, 절차 일정 등 관련 사항을 정리하여 작성하는 문서입니다.

  3. ICC, "Unveiling the 2026 ICC Arbitration Rules, part 2: Moving beyond mandatory Terms of Reference," 15 May 2026.

  4. 긴급중재인 제도는 중재판정부가 구성되기 전에 긴급한 임시적·보전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ICC가 신속하게 임명하는 임시 중재인이 그 조치를 명하는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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