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3일 제정된 법률 제2026-122호를 통해, 프랑스 역사상 최초로 사내변호사의 법률자문에 대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비밀유지의무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이번 개정 이전까지 프랑스에서는 사내변호사가 제공한 법률자문은 비밀유지권 보호를 받지 못하였으며, 소송이나 규제 당국의 조사·검사 과정에서 제출을 요구받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였습니다.
새로 도입될 제도는 늦어도 2027년 2월 이전에 시행될 예정으로, 구체적인 효력발생일은 시행령을 통해 정해질 예정입니다. 이번 입법은 특히 2026년 1월 29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개정 변호사법이 통과되면서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이 도입된 점과 맞물려, 한국 기업 및 실무가들에게 시의적절한 의미가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게 해당 제도는 중요한 변화입니다만, 해당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엄격한 형식적·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고, 그 보호의 범위 또한 프랑스법상 외부 변호사에 적용되는 직업상의 비밀 혹은 영미법상 일반적인 법률특권(general legal privileges)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본 뉴스레터에서는 프랑스의 새로운 비밀유지의무 제도의 주요 내용 및 한계를 살펴보고, 프랑스와 관련성이 있는 내부 법률자문, 조사, 분쟁을 관리함에 있어 한국 기업이 유의해야 할 실무적 사항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I. 새로운 제도의 비밀유지의무 범위 및 주요 예외
프랑스의 새로운 제도상 비밀유지의무는, 다른 영미법계 국가들과 같이 사내변호사의 지위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고, 특정한 법률자문의 내용에 대하여 부여됩니다. 즉, 보호 대상은 법 규범의 적용을 전제로 한 개별적인 법률 의견 또는 자문에 한정되며, 이에 따라 경영적·상업적·전략적·운영상의 문서는 비밀유지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는 해당 문서나 이메일 교신이 사내 법무팀에 의해 작성·검토되었거나 사내 법무팀을 참조하였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비밀유지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문서가 일정한 학력 요건(또는 이에 상응하는 경력) 및 윤리 교육 요건을 충족하는 사내변호사에 의해 작성된 것이어야 합니다. 위 요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적용 방식은 향후 제정될 시행령 및 장관령에서 정해질 예정입니다.
아울러 해당 법률자문은 회사 또는 기업집단 내 특정한 경영·지배구조만을 위하여 작성된 것이어야 하며, 사전에 지정된 수신인에게 한정적으로 제공된 것이어야만 합니다. 즉, 허용 대상 범위를 넘어 공유되거나 광범위하게 배포된 경우에는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한편 해당 법은 명확히 예외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사, 상사 및 행정절차에는 비밀유지 보호가 적용되지만 형사절차 및 조세 관련 절차에서는 비밀유지 보호가 적용되지 않으며, EU 기관이 조사·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이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한편 민사 및 행정절차에서도, 요건 미충족 또는 불법행위를 방조하거나 조장하기 위한 자문인 경우에는 법원이 위 보호를 배제할 수 있습니다.
II. 기업의 법무 및 컴플라이언스 조직에 미칠 실무적 영향
비밀유지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문서가 관련 법령상 정해진 방식에 따라 명시적으로 비밀문서로 표시되어야 하며, 작성자가 특정되어야 하고, 전용 내부 문서관리 절차에 따라 생성·보관되어야 합니다. 보호 대상이 되는 법률자문의 초안 및 수정본 역시 보호 범위에 포함됩니다. 다만, 비밀문서 지정이 부적절하거나 이러한 지정을 남용할 경우, 작성자는 과태료 및 (사안의 경중에 따라) 형사책임까지 부담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 기업의 경우, 법률자문과 경영·컴플라이언스·운영상 커뮤니케이션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비록 해당 문서에 법무 인력이 관여했거나 참조되었더라도, 법원과 감독기관은 법률적 성격보다 비법률적 요소가 주된 문서에 대해서는 보호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법률 분석과 상업적·전략적 논의가 혼재되어 있을 경우는 비밀유지 주장이 배척되는 대표적인 사유 중 하나이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의 운영상 관점에서는 법률자문이 ‘need-to-know basis’로 엄격히 알 필요가 있는 범위 내에서만 공유되도록 하고, 일반적인 상업적 커뮤니케이션과 혼합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조직 내에서 광범위하게 회람되는 것을 지양해야 합니다. 또한 조사, 감독, 검사 등 각종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비밀성을 신속하고 일관되게 주장해야 하며, 내부관리가 미비하거나 위 주장이 지연될 경우 비밀유지 보호가 더 이상 부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III. 중재 및 국제분쟁에 대한 시사점
프랑스의 이번 개정은 프랑스 기업에만 국한되는 제도는 아니며, 프랑스에 소재한 외국기업 및 외국기업의 프랑스 자회사나 지점에도 실무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프랑스 소송이나 프랑스를 중재지로 하는 국제중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종래 프랑스에서는 사내 법률자문에 대한 보호가 인정되지 않아, 문서제출 단계에서 사내변호사에 대한 법률특권을 인정하는 관할에 소재한 상대방에 비해 프랑스 관련 기업이 불리한 지위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법령상 비밀유지 제도를 도입하면서 프랑스는 사내변호사 법률자문에 대한 보호를 인정하는 국가들과의 간극을 일부 해소하였으며, 중재판정부는 보호 대상이 되는 사내 법률자문에 관한 비밀유지 주장을 앞으로 보다 명확한 기준 하에서 판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프랑스법상 보호 범위는 여전히 영미법상의 ‘법률자문에 대한 비밀유지권(legal advice privilege)’보다 좁은 개념이며, 실무에 있어 중재판정부는 자문의 목적, 수신인의 범위, 법정 요건 충족 여부를 엄격하게 검토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특히 고위험 분쟁 또는 국제분쟁의 대상이 되는 경우, 핵심적 사안 또는 전략적으로 민감한 법률 분석을 외부 변호사의 의견서 형태로 문서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IV. 주요 시사점
프랑스의 사내 법률자문 비밀유지 제도 도입은 프랑스 법제에 있어 눈에 띄는 변화이나, 일반적인 법률특권을 부여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해당 보호는 작성자, 내용, 문서 표시 및 배포 등과 관련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개별적 법률자문에 한정되며, 형사·조세 절차 및 EU 규제 조사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프랑스와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고 있거나 분쟁을 진행 중인 한국 기업은 사내 법률자문 작성·표시·보관에 관한 내부 프로토콜이 새로운 제도 하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률 의견과 경영 관련 커뮤니케이션의 명확한 분리, 조사·검사 단계에서의 문서 관리, 그리고 민감한 사안에 대한 외부 법률자문사와의 조기 협업 등이 핵심적인 고려 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보다 넓게 보면, 프랑스의 새로운 제도는 대륙법계 국가에서 사내변호사의 법률자문에 대한 비밀유지 제도를 도입할 경우의 가능성과 내재적인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국 역시 2026년 1월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프랑스 모델의 요건·한계, 그리고 이를 둘러싼 논의는 새롭게 도입된 한국 제도의 실무적 운용 방안을 모색하는 기업과 실무가들에게 유익한 비교법적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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