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광고 산업의 지형을 크게 변화시켰으며, 생성형 AI를 통해 구현된 가상인물(Virtual Persona)은 이제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상인물의 활용이 활발해짐에 따라 소비자 기만 이슈가 새로운 법적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비롯하여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규제 당국은 가상인물을 활용한 광고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AI 가상인물 광고에 관한 공정위의 심사지침 개정안 주요 내용과 글로벌 규제 동향을 살펴보고, 기업들이 유의해야 할 실무적 시사점을 정리해드립니다.
1. 공정위의 추천∙보증 심사지침 개정안 마련
공정위는 가상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광고가 급증함에 따라 소비자의 혼란을 방지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하였습니다. 동 개정안은 2026. 4. 8. 행정예고되었으며, 2026. 4. 28.까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될 예정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추천·보증의 주체로서 ‘가상인물’을 명문화하고, 상업적 콘텐츠에 대한 고지의무를 강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가상인물 유형 신설
기존 심사지침은 추천·보증의 주체를 소비자, 유명인, 전문가, 단체·기관의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람과 구분이 어려운 가상의 존재가 광고 전면에 등장함에 따라, 공정위는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여 생성한 가상인물’을 다섯 번째 유형으로 추가하였습니다. 이로써 AI로 생성된 가상의 소비자나 전문가를 활용한 광고는 모두 명확한 규제 권역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매체별 표시 방법의 구체화
소비자가 광고를 접하는 즉시 해당 인물이 가상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상세한 표시 방법이 제시되었습니다. 블로그나 카페 등 문자 중심 매체는 제목이나 게시물 도입부에 "AI 기반 가상인물 포함 게시물"임을 명시해야 합니다. 사진 및 동영상 매체의 경우, 가상인물이 등장하는 화면 내에 인물과 근접한 위치에 "가상인물"이라는 문구를 지속적으로 노출해야 합니다. 이는 영상의 끝부분에만 짧게 고지하거나 식별하기 어려운 작은 글씨를 사용하는 기만적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경험적 사실 표현의 제약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경험적 사실’ 표현에 대한 제한입니다. 가상인물은 제품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리적 실체가 없으므로 "내가 직접 써봤다", "먹어보니 효과가 좋았다"와 같이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부당 광고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향후 가상인물을 활용한 마케팅 시 후기 형식의 서술은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2. AI 가상인물 광고에 대한 글로벌 규제 동향
글로벌 규제 측면에서 보더라도 “AI 생성 콘텐츠임을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투명성 원칙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한국 공정위의 금번 개정안 또한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궤를 같이합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3년 개정된 『추천 및 보증 지침(Endorsement Guides)』을 통해 가상 엔도서(Virtual Endorser) 역시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투명성 의무를 지닌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FTC 규제의 대전제는 광고주와 추천인 사이에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질적 연결성'이 있다면 이를 명확히(Clear and Conspicuous) 공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럽연합
유럽연합은 포괄적 AI 규제 법안인 『AI Act』(2026. 8. 시행 예정) 제50조를 통해 생성형 AI 콘텐츠에 대한 투명성 의무를 부과합니다. AI 시스템 제공자는 제작물이 AI에 의해 생성되었음을 나타내는 표식(워터마크 등)을 삽입해야 하고, 딥페이크 콘텐츠를 활용하는 배포자는 해당 콘텐츠가 인공적으로 생성되었음을 이용자에게 고지해야 합니다. 상업 광고는 예술·풍자 작품에 허용되는 ‘최소 표시’의 예외가 적용되지 않아, 고지 의무가 전면적으로 적용됩니다.
중국
중국은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AI 생성물 표시 규정을 시행 중입니다. 소비자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콘텐츠 표면에 부착하는 '명시적 표식(Explicit Labels)'뿐 아니라, AI 생성 파일의 메타데이터에 서비스 제공자 명칭과 생성 일시 등을 내장하는 ‘묵시적 표식(Implicit Labels)’까지 요구합니다. 묵시적 표식은 콘텐츠가 재배포∙수정되더라도 원천 소스를 추적할 수 있게 하여, 딥페이크를 이용한 허위 정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3. 실무적 시사점
AI 가상인물을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으로서는 고도화되는 글로벌 규제 환경에 맞춘 전략적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에 기업 마케팅 및 법무 차원에서는 다음 사항을 선제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① 현황 진단: 마케팅 콘텐츠에서 AI 가상인물을 사용한 케이스를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의료기기·화장품·교육 업종의 경우 가상인물을 활용한 경험적 사실 표현의 제약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② 표시 템플릿 및 가이드라인 정비: 공정위가 제시한 예시 문구를 내부 표준으로 채택하고, 영상 매체의 경우 가상인물 등장 구간 내 자막 노출 위치와 시간을 규정에 맞게 설정한 내부 가이드를 배포해야 합니다.
③ 이중 공개의무 체계 구축: 가상인물을 활용한 광고 콘텐츠는 기존 심사지침에 따른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유료 광고 표시)' 의무에 더하여, 이번 개정으로 신설되는 'AI 가상인물 표시' 의무까지 이중으로 이행해야 합니다. 글로벌 캠페인의 경우 가장 엄격한 국가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④ 계약 조항의 고도화: 광고 대행사 및 크리에이터와의 계약 시 ▲AI 가상인물 사용 시 사전 고지 의무 ▲심사지침에 따른 표시 문구 삽입 의무 ▲규정 위반 시 책임 분담 조항을 신설해야 합니다.
⑤ 실증자료 관리: 가상인물이 특정 제품의 성능을 설명할 경우, 해당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적 데이터나 임상 시험 결과를 확보해야 합니다. 가상인물은 주관적 경험을 대변할 수 없으므로, 메시지의 초점을 '경험 후기'가 아닌 '객관적 정보 전달'로 전환하는 것이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실질적 대응책이 됩니다.
4. 결론
공정위는 2026년 업무 계획에서 SNS 광고 모니터링 범위를 AI 악용 광고로 확대하고, 소비자원의 AI 부당광고 모니터링 및 차단 체계도 강화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바, 본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공정위는 적극적으로 AI 활용 광고에 대한 규제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상인물 광고에 대한 규제는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추어 더욱 정교해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규제를 넘어 '투명성'이 브랜드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법무, 마케팅, 기술 부서가 협력하는 통합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각국의 규제 변화를 모니터링하여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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