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심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접수되는 불공정 약관 관련 상담 및 심사 청구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상 불공정 약관 시정을 통해 약관을 제안 받는 상대방(소비자 포함)의 권익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공정위의 작년(2024년) 약관 시정 실적은 총 168건으로 전년(2023년)의 112건 대비 약 50% 증가하였으며, 올해 5월에는 웹툰·웹소설 분야에서 콘텐츠 제작·공급, 출판 및 플랫폼 연재 사업을 영위하는 23개 사업자의 이용약관 전반을 심사하여 총 141개 약관에서 1,112건의 불공정 약관조항(21개 유형)을 시정한 바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2024년부터 최근까지의 주요 약관 시정 사례 중 실무에 참고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안내 드리고자 합니다.
I. 최근 주요 약관 시정 사례
1. 경쟁관계에 있는 타 사업자와의 거래를 금지하고 위반 시 계약해지 및 손해배상 등의 페널티를 부과하는 조항(2024. 4.)
일부 VAN(Value Added Network, 부가통신망) 사업자들은 VAN 대리점과의 계약약관에서 VAN 대리점 및 그 임직원이 경쟁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행위를 일괄적으로 금지 또는 제한하거나, 서면 협의 또는 통지하도록 하는 조항을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원칙적으로 사업자는 자신의 경영상황 및 영업전략에 따라 거래상대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상 금지되므로 해당 약관 조항은 약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웹툰 콘텐츠의 영화・드라마 제작 등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부여한 조항(2024. 4.)
일부 웹툰 서비스 사업자들은 계약 약관에 원저작물 이용과 함께 2차적 저작물 작성권까지 포괄적으로 설정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웹툰 콘텐츠의 연재와 같은 원저작물의 사용권을 보유한 사업자라 하더라도 「저작권법」 제22조에 따라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원저작자에게 귀속되고, 웹툰 작가가 어떠한 형태의 2차적 저작물을 누구와 언제 제작할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를 보유하므로 해당 조항은 약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조항(2025. 5.)
일부 웹툰·웹소설 플랫폼 사업자들은 계약 약관에 저작자로 하여금 성명표시권 및 동일성유지권을 포기하도록 하거나 해당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인격권에 해당하며, 일신전속적인 성격을 가지므로 저작자가 임의로 포기할 수 없고,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성명표시 여부를 결정하고 원형을 유지할 권리를 보유하므로, 해당 조항은 약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중단·제한할 우려가 있는 조항(2024. 10.)
일부 금융기관들은 계약 약관에 “서비스 운영상의 필요”, “기타 은행에서 정한 사유” 등 서비스 이용 중단·제한 사유를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고객의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거나 제한·변경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해당 사유가 고객이 예측하기 어려운 추상적 표현이거나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어서는 안되므로, 이러한 조항은 약관법상 ‘상당한 이유 없이 급부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중지할 수 있게 하는 조항’ 및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5. 이용자의 개인정보 및 콘텐츠를 부당하게 수집·활용하는 조항(2024. 11.)
일부 플랫폼 사업자들은 약관을 통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거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제공받는 자, 항목, 이용기간 등을 명시하지 않은 채 포괄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용자가 자신이 제공한 콘텐츠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고, 사업자에게 영구적인 사용권을 부여하도록 정한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사업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제3자 제공 시 구체적인 정보를 명시해야 하며,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수집 목적 외의 이용이나 제공이 금지된다고 보았습니다. 아울러, 「저작권법」상 저작재산권의 이용허락을 받은 자는 허락받은 범위 내에서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이용자 콘텐츠에 대한 광범위한 권리 포기는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6. 계약해지 사유를 추상적·포괄적으로 정한 조항(2024. 10.)
일부 금융기관들은 계약 약관에 “약관을 위반”, “부당한 행위” 등 계약 해지 사유를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계약의 해제·해지는 비록 의무 위반이 있더라도 그 위반이 경미하여 계약의 존속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는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하며, 해지 사유 역시 구체적으로 열거되어야 하므로, 해당 조항은 약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7. 고객의 부작위에 대하여 의사표시를 의제하는 조항(2024. 10.)
일부 금융기관들은 고객의 부작위에 대해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약관에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고객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따라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간주하는 이른바 '의사표시 의제 조항'은 그로 인해 중요한 법률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별도로 명확히 고지되어야 하며,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개별 고지 없이 고객의 부작위만으로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의제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고객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원치 않는 법률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약관법상 부당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8. 중개플랫폼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조항(2024. 10.)
일부 플랫폼 사업자들은 중개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으며, 모든 책임을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내용을 약관에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도 이용자가 중개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부담하며,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므로, 귀책 사유나 책임의 정도와 관계없이 사업자의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는 조항은 약관법상 불공정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9. 필수옵션을 기본제공 서비스에서 제외하여 별도항목으로 구성한 조항(2024. 11.)
일부 결혼준비대행업체들은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으로 구성된 기본 ‘스·드·메’ 패키지에 최소한의 서비스만 포함하고, 드레스 피팅비, 사진 파일(원본/수정본) 구입비, 메이크업 얼리스타트 비용 등 수십 개에 달하는 항목에 대해 별도의 옵션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요금체계를 이원화하고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이러한 항목들을 기본 서비스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이 이를 필수구매 항목으로 표시하거나 기본 패키지에서 제외하여 가격을 낮춰 보이게 하려는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에, 해당 약관조항은 결혼이라는 중요한 행사를 앞둔 소비자의 취약한 거래상 지위, 가격 비교의 어려움, 실질적인 필수옵션의 비경쟁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소비자에게 부당한 부담을 전가하는 조항으로서 약관법상 불공정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0. 회원 게시물의 부당한 취급 관련 조항(2024. 11.)
일부 플랫폼 사업자들은 회원이 게시한 콘텐츠에 대해 사전 통지 없이 삭제하거나 임시 조치할 수 있도록 하고, 회원의 게시물을 서비스 제공과 무관하게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회원에게는 해당 게시물의 사용 중단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지 않는 조항을 약관에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회원의 게시물이 법령에 명백히 위반되거나, 그대로 방치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플랫폼이 사전 통지 없이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임시 조치해서는 안 되며, 게시물의 이용 또한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회원이 언제든 사용 중단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아 약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I. 시사점
약관법을 위반한 약관 조항은 무효가 되며, 공정위는 불공정 약관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게 합니다. 공정위는 또한 해당 불공정 약관이 시정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자사의 약관에 위 사례들에서 약관법 위반으로 판단된 조항들과 유사한 불공정 조항이 포함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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