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사례

국내소송2026-01-22
회계법인 감사상 과실로 인한 600억원대 손해배상...손해인과관계 부존재 입증 성공

법무법인(유한) 태평양(“BKL”)은 최근 외부감사인의 감사상 과실이 문제된 사건에서 회계법인인 외부감사인(피고)을 대리하여 투자자가 입은 손해와 오류가 있었던 감사보고서 사이의 인과관계를 일부 부인하는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1. 28. 선고 2024가합41678 판결, 이하 “대상판결”).


I. 사안의 개요

원고투자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법인이며, 피고는 제조업을 영위하는 상장사 A회사의 2020~2022년 외부감사를 맡아 2020~2022년 재무제표에 대하여 ‘적정’ 의견을 표명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원고의 모회사는 2022. 12.경 A회사 측과 90억 원 규모의 구주 매매계약, 약 700억 원 규모의 신주 인수계약, 4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인수계약을 각 체결하였고, 원고는 2023. 3.경 계약상 지위를 승계받아 2023. 4.경까지 대금을 모두 지급하고 A회사의 주식 등을 취득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4개월 후 A회사의 2023년 외부감사를 맡게 된 다른 회계법인이 재고자산 검토범위 제한 등을 이유로 A회사의 반기재무제표에 대해 의견거절을 표명하였습니다. 그러자 A회사의 주가는 폭락하였고, 이후 A회사는 2024년 2월부터 여러 차례 재무제표를 포함한 과거 재무제표를 정정 공시하였습니다.

금융감독당국의 회계감리 결과, 피고가 감사한 A회사의 2020~2022년 재무제표에 재고자산,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대규모로 과대 계상되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는 피고의 감사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주식 등의 취득가액 과 현재 가격의 차액을 기준으로 약 633억 원 이상의 투자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1. 감사보고서의 허위 기재, 거래인과관계 및 주의의무 위반 인정 

법원은 재고자산이 회사의 영업 및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항목이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임을 전제하며, 피고가 A회사의 재고자산 등이 3배 이상 과대 계상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고 ‘적정’ 감사의견을 표명한 것은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투자계약 체결 전 공시된 2020~2021년 감사보고서와 원고의 투자계약 체결 사이에 거래인과관계가 인정되고, 피고에게 감사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워크아웃 공시로 인한 주가 하락분에 대한 손해인과관계 불인정 

또한 법원은 A회사의 2023년 반기 재무제표에 대한 후속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 공시 직후 2023. 8. 16.경 형성된 주가를 ‘정상주가’로 인정하면서도 의견거절 공시로부터 약 한 달 전 있었던 A회사의 워크아웃 공시로 인한 주가 하락분(2023. 7. 13.~7. 20., 약 30% 하락)에 대해서는 감사보고서의 기재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관하여 법원은 (i) A회사의 워크아웃 절차 돌입은 채무이행자금 부족으로 인한 사채원리금 미지급 및 워크아웃 신청에 관한 것으로 재고자산 과대 계상 등 회계 오류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ii) A회사의 주가 흐름에 비추어 보더라도 시장이 워크아웃 공시와 회계 오류 공시를 별개의 사건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원고의 손해 약 633억 원에서 위 워크아웃 공시로 인한 주가 하락분 약 144억 원을 차감한 약 489억 원에 대하여서만 손해인과관계를 인정하였습니다.  


3. 외부감사인의 책임을 10%로 제한 

이후 구체적인 책임 범위를 정함에 있어, 법원은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 이념에 따라 이 사안의 다양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10%로 제한하고, 피고가 약 49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III. 대상판결의 시사점 

자본시장법은 감사보고서에 허위 또는 부실기재를 한 회계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면서, 이 경우 회계감사인이 배상할 금액은 ‘매수가격 – 변론종결시(처분시) 가격’의 방법으로 산정하도록 하고(자본시장법 제170조 제2항), 다만 배상책임을 질 자가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감사보고서의 허위 또는 부실기재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님을 증명할 경우 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자본시장법 제170조 제3항). 이는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2항에 따라 산정되는 투자자의 손해와 회계감사인의 과실 사이의 인과관계(이른바 손해인과관계)를 법률상 추정한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a) 직접적으로 문제된 당해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가 손해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이나 부분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b) 간접적으로 문제된 당해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하여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추정을 복멸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으나(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8다92336 판결), 실제 사례에서 (b)의 방법에 의한 손해인과관계의 부존재 입증을 인정한 사례는 매우 드문 편입니다.

BKL은 A회사의 전반적인 주가 흐름을 상세하게 분석함으로써 A회사의 주가 하락에 워크아웃 등 다른 요인이 개입하였다는 점을 밝혀냈고, 이에 따라 위와 같이 극히 드물게 인정되는 ‘간접적 증명에 의한 손해인과관계의 복멸’에 성공하였습니다. 나아가 BKL은 외부감사업무의 특성 및 외부감사제도의 내재적 한계, 선례와 대상사건의 차이점 등을 치열하게 논증하였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 불리한 회계감리 결과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책임범위를 원고가 입은 전체 손해의 10% 수준으로 방어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BKL은 다년간 쌓은 금융 및 회계 분야에서의 다양한 자문 대응 및 송무 경험을 바탕으로 외부감사 및 자본시장 관련 소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온 다수의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여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