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L의 통상전략혁신 허브(Trade Strategy and Innovation Hub, “TSI Hub”)는 새로운 통상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의 혁신적인 대응 전략의 수립과 실행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TSI Hub는 중요한 통상 현안에 관한 통찰력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I. 개요
한미 양국은 2025년 10월 29일 경주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무역 합의에 도달하였다고 각각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중 핵심 일정으로, 약 2시간 가량의 만찬 회동에서 양국의 경제·안보 협력 방안이 집중 논의되었습니다.1
양국은 올해 초부터 논의해온 관세 및 투자 관련 협상을 마무리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의 투자금 조달과 기간별 배분, 투자처 선정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확정하고,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완화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한미는 안보 공조와 핵추진 잠수함 관련 기술 협력 문제도 함께 논의했습니다.
본 뉴스레터에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합의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우리 기업이 대미 투자와 공급망 전략을 수립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II. 주요 내용
1. 자동차/부품에 상호관세 적용 및 대미투자 관련 세부 협의2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말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하였으나, 한국산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대해서는 여전히 25%의 관세율을 적용 받고 있었습니다. 이번 합의로 15%의 상호관세율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됨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여건이 개선될 전망입니다. 반도체 부문 역시 대만에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관세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대만과 미국 간 관세 협상이 최종 타결되지 않아 구체적인 세율은 변동 가능성이 있습니다.3
양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 조성을 최종 확정하였으며, 세부 구성은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산업 협력 1,500억 달러로 이루어졌습니다. 현금 투자의 경우 연간 최대 200억 달러 한도를 설정하여 10년 이상에 걸쳐 분할 납입하는 방식으로 추진됩니다. 조선 분야 투자금은 현금, 선박금융(RG), 보증 등 복합 형태로 구성되며, 펀드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원리금 회수 전까지 한미가 5대5로 분배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합의는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을 전제로 미국이 관세 완화를 확정한 형태로, 상호 간 경제적 기여와 통상 조정이 결합된 사례로 평가됩니다. 또한 한미 통화스왑은 별도로 설정되지 않았으며, 장기 분납 구조로 인해 외환시장 변동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됩니다.4
2. 원자력 및 안보 협력 강화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확보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운용에 필요한 핵연료(농축우라늄) 확보를 위한 미국의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보다 장기간 잠항이 가능해 북한과 중국의 잠수함 전력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전략자산으로 평가됩니다.5
이 과정에서 한미 원자력협정상 제약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잠수함 연료로 사용되는 농축우라늄은 군사 목적 핵물질로 분류되어, 한국이 이를 확보하거나 운용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번 논의는 이러한 제약을 완화하고 핵연료 및 원자력 기술 협력 확대를 검토하기 위한 첫 공식 협의이기도 합니다.6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원칙적으로 승인하였으며, 첫 건조는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형태로 추진될 예정입니다. 이는 미국이 동맹국에 핵추진 기술 이전을 허용한 첫 사례로, 한미 간 방위 기술 협력이 확장억제 수준에서 전략 기술 협력 단계로 전환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한미 양국은 또한 이번 회담을 통해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강화 및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체계 고도화 등 안보 협력 방향을 재확인하였습니다. 이번 합의는 경제적 기여와 방위 협력을 연계한 새로운 형태의 동맹 구조로, 양국이 경제안보 일체화 구상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3. 대미 산업별 투자 및 협력 확대7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항공, 방산, 에너지, 디지털 등 주요 산업별 협력 프로젝트가 잇따라 발표되었습니다.
항공·방산 분야에서는 양국 간 대규모 항공기·엔진 구매 계약과 조기경보기 개발 사업이 체결되어,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한국의 항공우주 기술 협력 확대가 동시에 추진될 전망입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미국산 LNG 장기 도입, 우라늄 농축시설 확장, 전력망 인프라 투자 등 양국 간 에너지 공급망 협력 강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디지털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양국이 ‘기술번영협정(Technology Prosperity Deal)’ 체결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6G,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기술 분야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조선·해양 산업에서는 미국 내 조선소 현대화, 해양 방산 협력, 인력 양성 등 기존 합의의 후속 조치가 본격화될 예정입니다.
이러한 산업별 협력은 미국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과 연계되어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 확대와 기술 동맹 강화를 동시에 촉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III. 시사점
1. 대미투자 합의에 대한 평가
이번 한미 투자 합의는 한국으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한국이 3,500억 달러 투자 규모를 유지하되 MASGA 1,500억 달러 이외 타 분야 2,000억 달러 투자를 매년 200억 달러씩 항후 10년에 걸쳐 투자하기로 한 것은 애초 현금 비중 5%에서 후퇴한 것이고, 통화스왑도 확보하지 못했지만, 한국의 우려가 반영된 "상업적 합리성 기반 투자" 문안을 MOU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추후 안전판을 확보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경주 APEC 계기로 만들어진 한미정상회담 기회를 놓치면 경쟁국인 일본, EU의 대미 자동차 관세 15% 보다 높은 25%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장기화된다는 우려 속에서 한국 제조업, 고용, 수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에 미칠 충격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미투자 세부사항 합의는 "어음주고 현찰받았다"는 평가가 내려집니다. 향후 MOU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모니터링과 분석이 요구됩니다.
2. 경제통상과 외교안보의 연계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간 경제통상 쟁점과 외교안보 쟁점이 연계되면서, 양 분야 협력이 동시에 진전된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관세 인하 조치는 자동차와 부품 산업의 대미 수출 경쟁력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조선 및 에너지 분야에서도 추가적인 협력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은 미국 내 생산 및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으나, 투자 구조와 자금 조달 방식을 둘러싼 실무 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된 기술 교류는 한국 조선 및 방위산업의 고도화를 촉진하는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국내 관련 산업 전반의 기술 경쟁력 향상과 산업 생태계 확장에 중요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또한 원자력협정 등을 기반으로 한 기술 협력 논의는 잠수함 추진 기술을 넘어 원전 등 이중용도 분야로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열어두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의 교류에서 국제 비확산체제 하 엄격한 규제 준수와 안전조치 이행은 필수적이며,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3. 함의와 과제
이번 정상회담의 한미 간 합의 내용과 구조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미중패권 경쟁시대에 한미동맹을 외교안보와 경제통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반으로 삼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에 저항하지 않고 협상했고, 대규모 대미 장기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일본, EU와 함께 미국 제조업 부흥의 핵심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핵심 파트너들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이끌려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를 넘어서는 미국의 지속적인 공급망 개편 전략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인력확보,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 해소 등 중장기적인 정책 과제가 남아있고, 한국 기업들은 현장의 어려움과 고민을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미 통상현안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님을 유념해야 합니다. 232조에 근거한 품목관세는 지속되고, 반도체, 의약품 등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꺼내는 품목들은 여전히 미래진행형입니다. 미국의 수출통제도 여전히 공고합니다. 기업들은 관련 사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시나리오별 전략수립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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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News (2025.10.30). “Trump scores golden gifts as United States and Seoul advance trade tal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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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브리핑 (2025.10.29). “한미 오찬 정상회담 관련 김용범 정책실장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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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2025.10.29). “S Korea announces lowering of tariffs as part of new US trade d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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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5.10.29). “한미 관세협상 전격 타결…2000억弗 현금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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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uters (2025.10.30). “Trump says South Korea has approval to build nuclear-powered subma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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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25.10.29). “[한미정상회담] 핵잠 확보 공식화…소형원자로·우라늄연료 확보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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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House (2025.10.29). “Fact Sheet: President Donald J. Trump Brings Home More Billion Dollar Deals During State Visit to the Republic of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