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사안의 개요
피고인 회사 A는 업무시설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그 중 기계식 주차설비의 단열공사를 ‘갑’회사에 하도급하였습니다. 주차설비에 설치된 주차기계는 차량 운반기, 균형추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로프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갑’회사의 근로자인 재해자는 방호울 안쪽에서 단열재 부착작업을 하고 있던 중, ‘갑’의 다른 근로자가 주차기계를 작동시키는 바람에 하강하는 균형추와 방호울 사이에 끼어 사망하였습니다.
II. 재판의 진행과정
검사는 피고인 회사 A의 대표이사이자 경영책임자인 B를 중대재해처벌법위반으로 기소하였습니다. 특히 경영책임자인 B가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법 제4조 제1항 제1호), 그 중에서도 ①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시행령 제4조 제3호), ②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고, 점검과 필요한 조치를 할 것(시행령 제4조 제7호), ③제3자에게 업무를 도급한 경우 종사자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기준과 절차의 준수 여부를 점검할 것(시행령 제4조 제9호)이라는 세가지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공소사실을 구성하였습니다.
제1심법원은 회사 A와 대표이사 B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A와 B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한 뒤 항소심 법원에 검사가 A와 B에 대하여 적용한 중대재해처벌법 중 제6조 제1항(처벌규정), 제4조 제1항 제1호(필요한 조치의 내용), 제5조(도급에 관한 규정),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 제7호, 제9호(필요한 조치의 구체적 내용)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항소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습니다.
III. 위헌법률심판제청의 요지
항소심 재판부는 위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 평등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을 모두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가. 과잉금지 원칙의 위반
항소심 재판부는 위 법률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위 법률조항은 전문적 기술이나 경험이 부족하여 해당 업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타인에게 업무를 맡긴 도급인에게 해당 업무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관하여 가혹할 정도의 형사책임을 추궁함으로써 도급계약과 위임계약의 법리를 정면으로 부정하여 목적의 정당성이 의심스럽다.
②기업의 경영자가 거대한 사업장의 모든 공정을 자세하게 알기 어렵고, 경영자가 전문적, 기술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공정을 직접 통제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사실상 완전히 예방할 수 없는 산업재해에 대하여 경영자를 처벌할 경우 위험성이 있는 산업현장은 사라지면서 결국에는 근로자들이 근로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장도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
③ 산업안전보건법은 이미 예외적으로 도급인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도급인 처벌규정에 비하여 법정형을 대폭 상향한 점, 위 법률조항은 모든 도급인 등을 잠재적 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여 처벌이 필요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확장될 여지가 있는 점, 산재보험과 손해배상 제도를 통하여서도 근로자 보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평등 원칙 위반
수급인이 5인 미만의 사업장인 경우 실제 사고 발생의 책임이 있는 수급인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아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지만, 도급인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비하여 형벌이 무거운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해 처벌받게 되어 형평에 반한다. 또한 사고발생에 직접 책임이 있는 과실행위자에게는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되는데, 사고 발생에 직접 책임이 없는 도급인에게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규정은 법정형이 훨씬 무겁다.
다. 명확성의 원칙 위배
위 법률조항은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라는 불확정 개념을 사용하면서도 그 구체적 의미를 대통령령에 전적으로 위임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IV. 시사점
항소심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중 도급인에게 적용되는 조항에 관한 것이지만,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부분은 도급계약과 무관하게 중대재해처벌법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 조항에 대한 판단이기도 합니다. 또한 결정문이 지적하는 과잉금지 원칙, 평등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위반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과정에서부터 계속되어 온 문제점으로, 항소심 재판부도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위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의 인정은 매우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 설령 유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을 양형에 있어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항소심 사건과 같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면서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판단한 이후 수사와 재판을 진행해달라는 요구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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