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미국 저작권청의 보고서 발표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 이하 “USCO”)은 2025. 1. 19.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생성한 산출물의 저작권 보호 가능성에 관한 보고서(Part 2: Copyrightability, 이하 "2차 보고서")를 발간하였습니다. 이는 저작권과 AI에 대해 USCO가 발간하는 세 개의 보고서 중 두번째 보고서로, 2024. 7. 31.에는 Digital Replica(이하 “디지털 모사”)에 관한 보고서(Part 1: Digital Replicas, 이하 “1차 보고서”)를 발간하였고, 타인의 저작물을 AI 훈련용 데이터로 사용하는 것의 법적 문제를 다룬 보고서(이하 “3차 보고서”)는 추후 발간될 예정입니다.
II. 1차 보고서(Part 1: Digital Replicas)의 주요 내용
디지털 모사란 개인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만 실제와 다르게 조작된 영상, 이미지, 또는 오디오 녹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모사물은 AI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생성될 수 있으며, 허가된 경우는 물론 무단으로 제작된 경우도 포함됩니다. 1차 보고서는 디지털 모사의 긍정적 활용(예: 접근성 도구, 창작 활동)사례도 있지만, 이와 함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예: 예술가의 일자리 감소, 딥페이크 포르노, 사기, 허위 정보)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1차 보고서는 현재 디지털 모사와 관련하여 일부 주에서는 디지털 복제를 직접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을 제정하였고, 연방 법에서도 저작권법(Copyright Act), 연방거래위원회법(FTC Act), 연방상표법(Lanham Act), 통신법(Communications Act) 등에서 일부 보호 규정을 두고있지만, 무단 디지털 모사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무단 디지털 모사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연방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아래의 내용을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 포함하였습니다:
(1) 규율 대상: 실제와 구별하기 어려운 고도로 사실적인 디지털 복제물을 주요 규제 대상으로 함.
(2) 보호받는 개인의 범위: 보호 대상은 유명인이나 공적 인물뿐만 아니라 모든 개인을 포함함.
(3) 보호 기간: 개인의 생애 동안 보호되며, 사후에는 제한적인 보호를 제공함.
(4) 권리 침해 행위: 디지털 복제물을 무단으로 배포하거나 공개하는 행위에 법적 책임을 부과해야 하며, 단순히 생성하는 행위 자체를 포함한 개인적인 이용 행위는 침해 행위에서 제외함.
(5)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OSP)에 대한 면책: 온라인 서비스 제공업체(OSP)를 위한 면책 조항(safe harbor mechanism)을 마련함.
(6) 라이선스 및 권리 양도: 개인은 디지털 복제 권리를 라이선스로 허용할 수 있지만, 완전히 양도할 수는 없음.
(7) 양도 가능성: 디지털 모사에 관한 권리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이익과 재산의 성격이 혼합된 형태로서, 프라이버시권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모사에 관한 권리의 전면적인 양도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고, 이용허락의 측면에서는 기간 제한이나 미성년자 보호와 같은 보호 장치가 필요함.
(8) 표현의 자유(First Amendment) 고려: 연방 법률이 표현의 자유와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법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함.
(9) 구제책(Remedy): 금지명령(injunctive relief) 및 금전적 배상(monetary damages)을 포함한 강력한 구제 조치를 마련해야 하며, 법정 손해배상(statutorily defined damages) 및 변호사 비용(legal fees) 청구 조항도 포함해야 함.
III. 2차 보고서(Part 2: Copyrightability)의 주요 내용
2차 보고서는 현재의 저작권법이 AI 생성 콘텐츠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하며, 새로운 법률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작권 보호가 인간의 창작(authorship)을 전제로 한다는 것은 미국 헌법과 판례에서 확립된 원칙이므로, AI가 단독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AI 생성 콘텐츠가 포함된 작품이라도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충분하면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2차 보고서에서는 인간의 개입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례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1) AI의 보조적 활용(Assistive Uses of AI): AI가 창작 과정에서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지 않고 보조하는 데 그치는 경우, 저작권 보호에 영향 없음.
(2) 프롬프트(Prompts) 사용: 단순한 프롬프트(명령어)는 저작권 보호 요건을 충족하지 않음. 세부적인 프롬프트는 창작성을 반영할 수 있지만, AI의 처리 과정을 직접 통제하는 수준으로 볼 수 없어, 사용자를 저작자로 인정하기 어려움.
(3) 표현적 입력(Expressive Inputs):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인간이 창작한 요소가 명확하게 반영된 경우에 저작권 보호 가능. 예를 들어, 손으로 그린 삽화(illustration)를 AI에 입력하고, 그 요소가 최종 결과물에서 명확히 드러나는 경우에, 원본 삽화는 저작권 보호를 유지할 수 있음.
(4) AI 생성 콘텐츠의 수정 및 배열(Modifying or Arranging AI-Generated Content):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창의적으로 선택, 조정, 배열(selection, coordination, arrangement)하거나, 독창성을 충족하도록 수정(modification)한 경우, 인간의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음.
2차 보고서는 특히, AI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를 확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AI 생성물에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은 인간 창작성을 약화시키고, 저작권법의 근본적 목적에 어긋날 수 있으며,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별도의 "특수 권리(sui generis rights)" 부여를 통한 추가 보호의 필요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부정적 입장입니다.
IV. 3차 보고서의 주제 및 최근 미국에서의 관련 분쟁의 움직임
3차 보고서는 AI와 기존 저작물 학습 활용에 관한 문제를 다룰 예정인데, 이와 관련하여 미국에서 현재 진행 중인 AI 저작권 관련 소송만해도 39건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1
최근 미국 연방법원에서는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가 로스 인텔리전스(Ross Intelligence)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었습니다.2 로스 인텔리전스가 리걸테크 AI 연구 플랫폼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로이터의 법률 데이터베이스인 웨스트로(Westlaw)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로스 인텔리전스는 AI 학습을 위해 웨스트로가 제공하는 법률 판례 요약(헤드노트)을 활용한 것이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으로 공정이용 원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로스 인텔리전스의 AI가 웨스토로의 법률 연구 서비스를 단순히 재구성했을 뿐이며, 새로운 의미나 해석을 더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의 결론을 모든 생성형 AI 관련 사건들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해당 판결은 i) 로스 인텔리전스의 AI는 ‘기존 콘텐츠를 그대로 복제하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광범위한 데이터를 학습해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생성형 AI와는 다르고, ii) 로스 인텔리전스의 AI가 직접적으로 웨스트로와 경쟁하는 상품을 내놓으려 한 점 또한 주요한 요소로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은 AI가 기존 저작물을 학습하고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저작권법의 판단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지만, 생성형 AI의 공정 이용 논쟁과는 구별하여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V. 국내에서의 AI와 저작권 관련 분쟁의 움직임
AI 학습에 타인의 저작물을 활용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에서는 이미 다수의 소송이 진행 중인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최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2025. 1. 13. 지상파 3사(SBS, MBC, KBS)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네이버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중지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네이버가 생성형 AI 학습을 위해 언론사 데이터를 무단으로 활용한 것이 이들 언론사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입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향후 AI 학습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물 활용이 정당한지, 공정 이용(fair use)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논쟁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분쟁이 계속해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며, 법원의 판단이 향후 AI 저작권 규제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VI. 시사점
미국 저작권청이 발간한 AI 관련 보고서 시리즈는 2023년 초에 시작된 ‘AI Initiative’의 일환으로, 이를 위해 네 차례의 공청회와 두 번의 웨비나를 개최하였으며, 2023년 8월 30일 AI와 저작권 관련 정보 요청서(Notice of Inquiry, NOI)를 통해 1만 건 이상의 의견을 수렴하는 대규모 공개 협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러한 장기적 연구와 폭넓은 의견 청취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보고서는 AI 기술과 저작권의 관계를 정의하는 중요한 정책적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AI 기술을 개발·운영하는 기업 및 콘텐츠 산업 관계자들은 위 보고서 내용과 논리를 면밀히 분석하여 AI 저작권 분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AI의 학습 과정에서 저작물 이용과 공정 이용 원칙의 적용 여부는 향후 글로벌 및 국내 분쟁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AI팀은 진행 중인 미국 내 관련 소송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판결내용을 분석하여 국내 AI 규제 환경과의 연관성을 검토할 것이며, 관련 내용을 업데이트해 드리겠습니다.
1 OpenAI와 관련하여 제기된 주요 소송의 쟁점과 진행 경과에 대해서는 2024. 12. 17.자 뉴스레터 ‘OpenAI 관련 소송을 통해 알아보는 AI 시대의 법적 쟁점들’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2 본안심리까지는 가지 않고 미국식 약식판결(Summary Judgement)로 내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