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개관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 등 주요 조항은 사업 또는 사업장[이하 “사업(장)”]을 단위로 상시 근로자수가 5명 이상일 때에 적용됩니다(근로기준법 제11조).
대법원은 2024. 10. 25. 외국법인의 자회사인 국내 법인과 별도의 국내 영업소가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근로기준법 적용 단위인 사업(장)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고[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두57876 판결(이하 “제1사건”)],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사업활동을 영위하며 근로자를 사용하는 국제근로관계에서 사업(장)의 판단기준 및 상시 근로자수 산정방법에 관하여 새로운 법리를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10. 25. 선고 2023두46074 판결(이하 “제2사건”)].
II. 대법원의 결론
1. 제1사건: 근로기준법 적용 단위의 판단기준: 원칙적으로 법인격이 다르면 하나의 사업(장)이 아님. 단,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라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법인격이 달라도 하나의 사업(장)이 될 수 있음
· 원칙: 근로기준법의 적용 단위가 되는 사업(장)은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를 의미하고, 법인격의 분리 여부가 독립적인 사업(장)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우선적인 기준이 되므로 법인격이 다른 조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나의 사업(장)이 될 수 없음
· 예외: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여러 개의 조직이라도 단순한 협력관계나 계열회사, 모자회사 사이의 일반적인 지배종속관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들을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볼 수 있음. 구체적으로 업무의 종류, 성질, 목적, 수행방식 및 장소가 동일한지, 업무지시와 근로자의 채용, 근로조건의 결정, 해고 등 인사 및 노무관리가 조직별로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사업주체 내지 경영진에 의하여 통일적으로 행사하는지, 각 단위별 사업활동의 내용이 하나의 사업목적을 위하여 결합되어 인적∙물적 조직과 재무∙회계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운영되는지 등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함
2. 제2사건: 외국계 기업의 상시 근로자수 = 국내 상시 근로자수(외국에 있는 본사 근로자 수와 합산하지 않음)
· ①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장)은 근로조건의 규율, 근로자들 간의 의견 교환 및 협의, 경영상 해고를 비롯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 등을 위한 기초 단위가 됨. 근로관계의 각종 규율이 통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하나의 사업(장)을 구성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사업(장)은 대한민국 내에 위치한 사업(장)을 말함
· ② 외국기업이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될 뿐이므로,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까지 합산하여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음
· 따라서,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사업활동을 영위하며 근로자를 사용하는 국제근로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국내 상시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함
III. 주요내용
1. 제1사건의 개요 및 사건의 경과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A외국법인(호주)을 최상위 지배법인으로 둔 B외국법인(두바이)의 국내 법인이고, C는 A외국법인(호주)을 최상의 지배법인으로 둔 D외국법인(두바이)의 국내 영업소입니다. 원고와 C는 동종 해외호텔예약업을 영위하면서 각자 다른 지역 호텔을 취급하였습니다. C는 2019. 3.경부터 2020. 10.경까지 원고의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였는데, 2019. 8.경 원고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차료, 전화요금 등 비용을 나누어 처리하였으며, 공간을 별도로 분리하지 않았고, 각자 별도의 전산시스템을 사용하였습니다.
참가인(근로자)은 2016. 10. 원고에 입사하여 회계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원고는 2020. 10. 사업 폐지에 따라 참가인에게 통상해고 통보를 하였습니다. 한편, 참가인은 해고 이전인 2019. 8. 휴직 신청을 하여 C로부터 승인을 받은 적이 있고, 참가인이 2020. 2. 원고와 C 소속 근로자들에게 노동조합 설립을 제안하는 이메일을 발송하였을 때 C가 같은 범위의 수신인들에게 관련 이메일을 회신하기도 하였습니다.
2) 노동위원회 판정
·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원고와 C를 별개의 사업(장)으로 판단 → 구제신청 각하
· 중앙노동위원회: 원고와 C를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판단하고 근로기준법 적용하여 부당해고 인정 → 근로자 승
3) 하급심 법원의 판단
· 제1심(서울행정법원 2022. 9. 23. 선고 2021구합68704 판결): 원고와 C는 별개의 독립된 법인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되었음. 원고와 C의 상시 근로자수를 합산하면 5명 이상이므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고, 부당해고에 해당함 → 근로자 승
· 원심(서울고등법원 2023. 9. 22. 선고 2022누65919 판결): 제1심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는 한편, 법적 형식에 기초한 사업의 외형적 조직이나 구성뿐만 아니라, 생산, 판매, 관리, 인사, 노무, 회계를 망라하는 사업 경영활동의 실질적 동일성 내지 단일성 여부가 핵심적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함 → 근로자 승
4) 대법원의 판단(상고기각): 근로자 승
·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Ⅱ의 1.항과 같은 판단기준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C는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된 하나의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아 원심을 수긍하였습니다.
· 원고와 C의 인적∙물적 조직과 재무회계가 서로 유기적으로 운영되었다고 볼 수 있음
· 원고 직원들과 C 직원들에 대한 인사 및 노무관리가 D외국법인(두바이) 측에 의하여 통일적으로 이루어졌음
· 원고와 C는 이 사건 해고 무렵 이미 인적∙물적 조직이 통합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로서 상당한 기간 동안 운영되어 온 상태였음
2. 제2사건의 개요 및 사건의 경과
1) 사안의 개요
참가인1.은 미국 아이오와 주에 본사를 두고 석유, 가스 관련 기계 최적화 서비스 사업을 하는 외국법인이고, 국내 사업장은 없습니다. 참가인2.는 2005. 12. 미국 델라웨어 주에 설립되고 미국 워싱턴 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비파괴 검사 장비 판매 사업을 영위하면서 한국 영업소를 두었습니다.
원고(근로자)는 2018. 3. 참가인1.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근무하면서, 참가인1.의 회사명, 도메인, 홈페이지 주소가 기재된 명함을 사용하였습니다. 원고는 참가인1. 소속 근로자 중 유일하게 대한민국에서 근무하였는데, 참가인1.의 국내 사업장이 없으므로, 참가인1.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참가인2.의 사무실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원고는 참가인1.로부터 근로계약만료 통지를 받았습니다.
2) 노동위원회 판정
· 중앙노동위원회(=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참가인1.은 국내 사업장이 없고 외국에서 원고에 대한 인사노무관리를 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음 → 구제신청 각하
3) 하급심 법원의 판단
· 제1심(서울행정법원 2022. 5. 12. 선고 2021구합52815 판결): 준거법이 미국 델라웨어주 법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함 → 근로자 패
· 원심(서울고등법원 2023. 6. 8. 선고 2022누44493 판결): 준거법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고, 상시 근로자수를 판단할 때 국내 법인과 외국 법인을 달리 볼 이유가 없으므로 참가인 본사가 외국에서 사용하는 근로자 수까지 합산하여야 함. 참가인 본사의 외국 상시 근로자수를 합산하면 5명 이상이므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고, 부당해고에 해당함 → 근로자 승
4) 대법원의 판단(파기환송): 근로자 패
· 대법원은 국제사법상 준거법은 근로기준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미국에 본사를 둔 참가인 본사의 국내 상시 근로자수가 1명에 불과한 이상 참가인 본사의 외국 상시 근로자수까지 합산하면 5명 이상이라 하더라도 참가인 본사가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이 정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IV. 의의 및 시사점
2022년 기준 외국인이 투자한 법인은 8,995개이고, 외국법인의 국내지점은 2,040개, 연락사무소는 1,170개에 달합니다(KOSIS 국가통계포털). 이처럼 외국기업이 국내 사업장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 규정이나 연장근로 등에 따른 가산임금(제56조), 휴업수당(제46조), 연차유급휴가(제60조) 규정 등 근로자의 지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여러 규정들은 상시 근로자수 5명 이상 사업(장)에 한하여 적용되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의 HR 이슈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근로기준법의 적용 단위가 되는 사업(장)의 판단기준 및 상시 근로자수의 판단은 매우 중요한 쟁점입니다.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의 적용 단위가 되는 사업(장)의 판단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법인격의 분리 여부를 기준으로 하면서 예외적으로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국제근로관계에서는 ‘국내 상시 근로자수’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명확히 판단함으로써, 향후 외국계 기업의 근로관계에 관한 자문이나 소송에 중요한 지침에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법원이 유사 사례에서 해당 법리를 적용하는 사례가 축적될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주목하면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체제를 개편하여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BKL은 각종 외국계 기업의 인사노무 관련 다양한 사건 수행 경험을 가지고 있는바, 이에 기반하여 적절한 법률 자문과 분쟁 해법을 제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