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통상 Legal Update』는 국제통상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패권경쟁, EU 신통상규범,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 다양한 통상이슈의 전개 동향을 발 빠르게 파악하고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의 통상관련 법률과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여 이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정부, 기업, 관계기관에 제공합니다.
I.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확정
EU 이사회가 현지 시간으로 2023. 4. 25. 정오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법안을 공식 승인하였습니다. 이로써 지난 2021년 7월 EU 집행위원회의 CBAM 법안 초안 공개로 시작한 입법 절차가 작년 12월 집행위와 의회, 그리고 이사회의 3자간 합의와 금번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최종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확정된 CBAM 규정은 다음 달 초 EU 관보 (Official Journal)에 게재된 후 그 다음 날부터 발효됩니다.
이번에 확정된 CBAM은 지난 해 3자 합의안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등 총 6개 업종에 우선 적용되며, CBAM 적용 대상 품목 별 탄소배출량 산정 방식이나 CBAM 인증서 감면 방식 등에 관한 세부 사항은 추후 별도 이행지침 (implementing act)을 통해 마련될 계획입니다.
참고로 CBAM 규정에 관한 주요 내용은 본 법무법인에서 작성한 과거 뉴스레터를 통해 보다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1]
II. 우리나라 기업의 CBAM 대응에 관한 주요 이슈
EU의 CBAM 시행이 확정됨에 따라 CBAM 대상 품목을 EU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당장 올해 4분기 (’23. 4Q) 수출실적부터 탄소배출량을 산정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EU 측에서 요구하는 경우 검증기관의 확인을 받은 다음, 수입자를 통해 EU 관계 당국에 제출해야 합니다. 비록 CBAM 시범기간인 2025년 12월 말까지는 CBAM 인증서 구매 및 제출을 통한 의무 이행은 필요하지 않지만, 기업들은 해당 시범기간 동안 배출량 산정 및 보고 체계 확립 등의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아래는 우리나라 기업이 CBAM을 대응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주요 이슈에 대해 간략히 정리한 것입니다.
1. 양국의 배출권거래제도 차이 (K-ETS, EU-ETS)
기본적으로 CBAM은 EU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인 EU-ETS와 연계된 규제입니다. EU-ETS에서 특정 기업들의 탄소누출(Carbon Leakage) 방지를 위해 배출권을 무상 할당해 주던 기존 방식을 점차 없애고, 대신 EU 역외에서 들어오는 수입 제품에 CBAM에 의한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CBAM을 이행하는 EU 역외 기업들은 EU-ETS에서의 온실가스배출량 산정, 배출권의 할당, 배출권의 경매 및 가격 등에 관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내 배출권거래제도인 K-ETS와 EU-ETS 간 차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양국 배출권거래제의 무상할당 수준이나 방식, 배출권 유상 경매 및 가격 차이에 따라 우리 기업의 CBAM 인증서 구매 부담이 달라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동종 기업들 간에도 K-ETS를 이행한 결과에 따라 CBAM 대응 비용에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이 CBAM 인증서 구매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큰 틀에서 CBAM 대상 품목에 대한 국내 기업과 유럽 역내 기업의 탄소배출 원단위 차이 및 양국 배출권거래제의 현황 차이에 의해 결정됩니다. 세부적으로는 국내 기업이 개별적으로 배출권거래제를 이행한 결과, 즉 배출권거래제 이행을 위해 배출권을 구매했는지, 반대로 잉여분을 판매했는지 등에 따라 차이가 날 것입니다.
2. 탄소배출량의 산정 범위
금번 EU 이사회의 승인으로 CBAM 시행이 확정됨에 따라 국내 대상 기업들은 2023년 10월부터 12월까지의 분기 수출품목에 대한 탄소배출량 보고서를 작성하여 2024년 1월까지 수입자를 통해 EU 관계당국에 제출해야 합니다. 참고로 CBAM 규정에는 시범기간 중 탄소배출량 산정보고서 미 제출에 따른 패널티 조항은 없으며, 이와 달리 EU 측에서 명확히 언급한 바는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현재 EU는 CBAM 대상 품목 별 탄소배출량 산정 방법론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EU 현지 기업에 비해 역외 CBAM 대상 기업들이 보고해야 하는 탄소배출량의 산정 범위가 상당히 넓은 것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역외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어 신중한 검토와 해결방안 모색이 필요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에서 소재(intermediary goods)를 구매하여 최종 CBAM 대상품목 생산에 투입한 경우에는 해당 소재의 탄소배출량도 포함하여 산정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CBAM 규정은 일부 전구체(precursor)[2] 의 탄소배출량도 포함하고 있는데, 이러한 소재나 전구체 배출량의 산정은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배출량, 즉 Scope 3에 해당하여 EU 역외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EU-ETS에서는 Scope1 배출량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편, CBAM 규정 제7조 (내재배출량의 산정) 및 부속서 IV에서는 실제 데이터를 통한 탄소 배출량 산정이 불가할 경우 ‘default’ 값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통상 default 값을 적용 받을 경우 CBAM 인증서 구매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3. 탄소배출량의 산정방식
우리나라 K-ETS의 탄소 배출량 산정 단위는 (제품이 아닌) 생산시설 또는 사업장인 반면, CBAM은 제품 단위로 배출량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CBAM에 대응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은 현행 K-ETS와는 다른 방식으로 탄소배출량을 산정해야 하는 이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력사용에 따른 Scope2 간접배출량 산정의 경우, 국내 K-ETS를 대응하는 상당 수의 기업들이 사업장 단위로 전력사용량을 계량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 별 전력사용량 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량 산정 시 반영하는 배출원 별 배출계수도 EU-ETS와 K-ETS의 적용 기준이 다를 수 있으므로, 국내 기업이 CBAM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EU의 방식을 따라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철강업종의 경우 부생가스 활용에 따른 배출량 산정 방식이 K-ETS와 EU-ETS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CBAM 대응을 위해서는 EU 기준을 적용하여 배출량을 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CBAM 제7조의 제품 별 내재배출량 산정에 관한 조항에서는 실제 데이터를 적용한 탄소배출량 산정이 어려운 경우 불리한 default 값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CBAM에서 요구하는 탄소배출량 산정방식을 생산공정에서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점검하여 필요한 경우 K-ETS와는 다른 방식의 대응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즉, EU에서 요구하는 방법론에 따라 제품 별 탄소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도록 계측 포인트를 구분하고 관련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III. CBAM 시행에 따른 우리기업의 대응방안
금번 EU 이사회의 승인으로 최종 확정된 CBAM 규정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당장 올해 10월부터 유럽으로 수출하는 대상품목에 대한 탄소배출량을 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2026년 부터는 본격적으로 대상품목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CBAM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기업들은 CBAM 대응에 관해 몇 가지 중요한 이슈들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EU-ETS와 K-ETS 제도의 차이로 인해 국내 기업의 CBAM 부담이 달라질 수 있고, CBAM에 대응하는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공급망의 탄소배출량에 의무를 부담하거나 무조건 EU의 배출량 산정 방식을 따라야 하는 등의 불합리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CBAM 시범기간 동안 탄소배출량 산정 및 보고를 위한 이행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며, 정부에서도 구체적으로 불합리한 규제 내용에 대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향후 지속적으로 EU 측과 개선방안을 협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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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집행위원회 CBAM 규정 도입 발표 (BKL Legal Update, 2021.8.3), EU탄소국경조정제도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 및 우리 기업의 대응방향 (BKL Legal Update, 2023. 2.2)
- 철강산업에서 제품제조 공정에 사용하는 소결광, 석회석 등이 해당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