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유럽의 지속가능성 공시 관련 규범 및 표준의 도입 배경
EU는 2017년부터 기업의 비재무정보공개지침인 NFRD(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를 시행해왔습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EU 그린딜이 2019년에 마련된 이래, 비재무정보 공시의 중요성과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증대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고가 재무보고만큼 중요해졌지만, 표준화된 공시 기준의 부재로 인한 정보의 비교 가능성 부족 등의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C”)는 지난 2022.11.28. NFRD을 개정한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를 최종 승인했습니다.
CSRD는 2023.3.부터 시행됩니다. 다만, CSRD는 Regulation(법률)이 아닌 Directive(지침) 형식의 입법으로 EU 회원국에 대해 직접적인 구속력은 갖지 않으며, 각 회원국은 18개월 이내에 자국 법률을 제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CSRD에 의하면 1차 적용대상 기업은 2024년 활동사항에 대해 2025년부터 공시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며, 공시의무 대상 기업은 2029년까지 점차 확대됩니다. 이를 위해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2022.11.에 CSRD의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안으로 유럽지속가능성공시표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ESRS)의 최종안을 공개했습니다.
ESRS는 CSRD 이행을 위한 관리 도구입니다. 즉, CSRD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의무화를 위한 법률이라면 ESRS는 지속가능성경영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공시할 정보의 범위와 기준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ESRS는 기존의 EU법과 이니셔티브는 물론 TCFD, ISSB, GRI와의 상호운영성(interoperability)을 고려하여 만들어졌으며, 최종안은 2022.4.에 앞서 공개된 초안(exposure draft, “ED”)을 대폭 완화해 TCFD와 ISSB IFRS S1와 S2, 그리고 가장 보편화된 GRI 기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기업의 부담을 낮췄습니다. 최종안은 여러 국제표준들이 기업에 혼란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수렴하여 ESRS의 실효성을 높였고, 각기 다른 공시규범들의 차이점을 면밀히 분석한 자료[1]들을 공개해 기업들이 전세계적인 공시의무 추세에 맞춰 준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EU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의 적용대상 기업
EU의 CSRD에 의한 보고의무화에 영향을 받는 기업은 EU에 기반을 둔 대기업과 상장기업(상장된 소규모 기업 제외)으로 약 50,000개 이상에 달하며, EU 내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제3국 기업의 자회사 또는 지점도 포함됩니다.
2. EU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의 공시기준: 유럽지속가능성공시표준(ESRS)
EC에 자문을 제공하는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CSRD의 주요 사항으로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ESRS)을 최종 발표했는데, ISSB와 SEC 기준안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의 규범으로 공개됐던 초안과 달리 상당 부분이 완화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보공개 요건은 136개에서 84개, 정량 및 정성 데이터(data point)는 2,161개에서 1,144개로 간소화됐습니다.
ESRS는 2개의 공통 표준과 11개의 주제별 표준을 제안하고 있으며 각 표준의 세부 내용은 다음 [그림1]과 같습니다. EFRAG은 향후 산업별, 기업별(중소·중견기업) 공시표준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그림 1] ESRS First Set of Draft: 최종안의 항목 수 및 주요 내용(예시)
1) 공통 표준: 포괄적 표준(General: Cross-cutting Standards)
ESRS의 공통표준은 일반 원칙(general requirements)을 담은 ESRS1과 일반 공시(general disclosure)를 규정한 ESRS2로 구성되었습니다. 포괄적 공시기준으로서 ESRS1는 CSRD에 따라 지속가능보고서 작성 시 적용해야 할 필수 개념과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ESRS의 목적 및 범위, 이중 중대성 평가 기반의 지속가능성 공시 원칙, 지속가능성 실사, 가치사슬(value chain), 시계열(time horizon) 보고체계, 지속가능성 정보의 준비 및 공개방법(preparation and presentation), 지속가능성 정보의 구조, 유예 기간 등 기본 원칙과 방향성을 담고 있습니다.
ESRS2는 CSRD를 적용한 구체적인 공통공시 항목을 ① 지배구조, ② 전략, ③ 임팩트 및 리스크와 기회관리, ④ 메트릭스/방법론 및 목표의 기준 및 필수 구성항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ESRS 1,2와 ESG 주제별 공시표준과의 연결 정보(data points) 및 적용원칙(application requirements), 관련 EU의 관련 법규(Commission Delegated Regulation, CDR 및 European Climate Law: 기후법 등)를 연동해 근거 기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SRS1,2는 기본적으로 TCFD의 양파 모델(TCFD onion)의 프레임워크를 반영하고 있으나, TCFD는 기후변화에 제한되었다면 ESRS은 지속가능성에 관한 전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적용 대상 기업의 영향·위험·기회에 대한 재무적 영향평가를 요구하는 이중 중대성 평가 공시에 대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기업의 세심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2) ESG 주제별 공시표준(Topical Standards)
주제별 공시 기준은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에 대한 요구사항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ESRS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사용자[2]들이 기업의 ESG 차원에서 직면하는 중대한 리스크와 기회요인에 대한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받아 기업의 가치 창출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사항은 포괄적인 공시 기준에 추가하여 적용되며, 2022.11.에 공개된 First Set에는 산업과 무관하게 적용되는(sector-agnostic)[3]공시 기준만 반영하고 있습니다.
- 환경Environment (ESRS E1 - E5): 환경영역은 E1 기후변화, E2 오염, E3 수자원 및 해양 자원, E4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TNFD규정 18개 산업[4]만 적용), E5 자원 사용 및 순환 경제에 대한 기업의 공시표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제 전환에 대한 역량 및 운영 계획, 유럽 그린딜 내 환경 목표에 대한 기여도 등을 알 수 있도록 ESRS E1-E5 정보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사회Social (ESRS S1 - S4): 사회영역은 S1 기업 자체의 노동력(own workforce), S2 가치사슬에 속하는 근로자, S3 기업활동에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 S4 기업의 제품/서비스의 실제 소비자 및 최종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보고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 지배구조Governance[5](ESRS G1): 지배구조 영역은 G1 사업 수행방식(business conduct)으로 기업의 사업 수행과 관련된 전략 및 접근방식, 운영과정, 절차, 그리고 성과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여 이해관계자 및 사용자의 이해를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3) 이중 중대성 평가(double materiality)
CSRD에 포함된 공시의무 사항으로 가장 논란이 된 주제 중 하나인 이중 중대성 평가는 최종안에도 유지됐습니다. 단, ‘rebuttable presumption(반박 가능한 추정)[6]’ 조항이 삭제되어 중대성 평가실행 절차 및 보고서 상 표기방식이 간소화 됐습니다. 또한, 이중 중대성 평가의 도출과정에 대해 영향 측정의 중요성과 재무평가와의 의존성을 조명함으로써 영향과 재무적 가치가 분리될 수 없음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 이중 중대성 평가를 위해 기업은 ① 재무적 가치(financial materiality), 그리고 ② 지속가능성에 대한 영향(sustainability impact)을 측정해야 하는데, 특히 이 둘의 상호 연관성 및 의존성을 반드시 고려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ESRS General Requirements의 항목 3.3 및 3.4에 의하면, 기업은 이중 중대성 평가를 지속가능성 영향/임팩트에서 시작하고 부정적 영향과 긍정적 영향을 모두 반영할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단기-중기-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 경제체제 전환을 위해 수반되는 환경 및 사회적 자원에 대한 가치평가를 기반으로 기업의 현금흐름, 사업 개발, 성과 및 경쟁시장/포지션을 재무적으로 평가할 것을 기술했습니다.
- 가치사슬(value chain): ESRS 공시기준은 업스트림 및 다운스트림 가치사슬 활동에 대한 정보도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 가치사슬에 대한 정보는 3년의 유예기간이 허용되며 이는 CSRD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향 평가에는 기업활동의 영향권에 직접적으로 속하는 사업상 관계자(business relationship)도 포함되어야 하며, 그 대상은 계약관계에만 제한되지는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림 2] EFRAG가 제시하는 중요이슈 선정방법 순서도 및 공시 효율 향상 시스템
3. 해외 기후공시 규범에 대한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
CSRD 및 ESRS가 요구하는 정보 공개의 범위와 수준이 방대한 만큼 CSRD 적용대상인 기업에 있어서는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정보관리와 내재화가 필수가 될 것입니다. ESRS 공시의 효율을 높이고자 EFRAG는 PoC XBRL Taxonomy라는 시스템을 개발해 최종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CSRD 적용대상인 기업의 담당자는 현재의 프로세스 관리자와 정보가 어떻게 정의되고 수집 및 보고되고 있는지, 데이터 및 제어 격차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 역시 EU 내 자회사/지점을 두고 있고 EU 내 매출액이 상당한 경우 CSRD, ESRS의 내용을 숙지하고, 내부 정보 관린 시스템을 그에 맞추어 사전에 준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다수 지역에 해외사업의 비중이 높거나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 참여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EU 외에도 미국 SEC의 기후공시를 비롯해 ISSB의 공시기준까지 감안하여 다양한 공시기준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시기준의 시작점으로 TCFD 기준과 공시원칙[7]을 고려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그림 3]와 같이 해외 공시기준간 비교분석을 시작으로 업종 및 기업유형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보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림 3] 주요 주체별 공시 기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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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23 BKL ESG Update에서는 새로운 규제 및 시장의 변화와 그에 대한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고자 하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또한, 매월 두 번째, 네 번째 수요일 오후 2시에 나눔채널을 Zoom환경에서 진행하여 실무자들과 상시 소통하고 있으니 참여를 희망하시는 분은 담당자(이연우 전문위원: yeonwoo.lee@bkl.co.kr, 02-3404-7301)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BKL-ESG 나눔채널 신청 링크
- EFRAG는 12개의 최종안 발표와 함께 구체적인 cost-benefit분석, TCFD-ESRS 비교분석, EFRS-ESRS 1&2 비교분석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상술한 자료들을 제공해주고 있음.
- EFRAG는 ESRS user를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음. 직접적인 사업관계자(근로자, 협력사),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 소비자(consumer, end-user), 투자자, 그리고 기업의 SR/ESG보고서를 읽고 활용하는 모든 이용자.
- EFRAG는 향후 빠른 시일 내에 Second Set을 통해 산업특성(sector-specific) 및 기업특성(entity-specific) 공시 기준을 공개하겠다고 언급함.
- TNFD가 2022.6에 명시된 우선순위 산업(ESRS E4 – 15번 문항): Agriculture and Farming Forestry, Construction and Engineering, Oil and Gas – from Midstream and Downstream, Energy Production and Utilities, Water and Waste Services, Food and Beverages, Paper and Wood Products, Building materials, Chemical products, Coal Mining, Mining, Oil and Gas – Upstream and Services, Pharma and biotechnology, Textiles, Accessories, Footwear and Jewelries, Tobacco, Transportation
- 초안에서는 지배구조(G) 부문을 2개로 분류함. 즉, G1 –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G2 – 사업 수행방식으로 분류하며 임명절차, 다양성 정책, 보상정책 등 총 20개의 세분화된 정보 공시를 규정했음. 그러나, 최종안은 (1) 기업문화 및 사업 수행정책, (2) 협력사 관계, (3) 부정부패 예방 및 감지, (4) 확인된 부정부패 정보, (4) 정치적 영향 및 로비활동, (5) 임금/보상 행위로 위 5개 항목에 대한 정보를 공시할 것으로 완화함.
- EFRAG이 ESRS의 초안(Exposure Draft: ED)을 통해 ‘rebuttable presumption(반박가능한 추청)’ 조항을 포함한 이유는 중대성 평가상 중대하지 않다고 평가한 항목(not material for the undertaking)에 대해서 기업이 ‘합리적이고 근거있는 자료(reasonable and supportable evidence)’를 덧붙여 설명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업이 최대한 많은 사업/기업행위 정보를 공시하게끔 유도하려던 장치였음. 그러나 이로 인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특히 공시가 불가능한 항목에 대해 과도한 설명을 하거나 공시를 회피하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등과 같은 의도하지 않은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삭제됨.
- ESRS는 공시 정보 중에서도 특히 정성적 항목(qualitative characteristics)의 관련성(relevance), 성실한 보고/작성(faithful presentation), 비교성(comparability), 검증성(verifiability), 이해가능성(understandability)의 정의와 기준을 상세히 명시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