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상법 제466조 제1항에 따른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 등사권 행사와 관련하여 기존 하급심 실무에서 요구되어 왔던 ‘주주가 열람 등사의 청구이유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로 제시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배척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9다270163 판결).
이번 대법원 판례는 회계장부 열람 등사 청구이유의 구체성과 관련하여 주주가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로 제시할 필요가 없으며 청구이유의 존부에 관한 증명책임은 회사가 부담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고, 그에 따라 실무상 주로 가처분을 통하여 해결되고 있는 회계장부 열람 등사 하급심 실무에도 주주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9다270163 판결의 구체적인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I. 상법 제466조 제1항에서 주주에게 열람 등사의 청구이유를 밝히도록 하는 취지
상법 제466조 제1항은 회사 발행주식의 총수 중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 등사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주주가 상법상 인정되는 이사해임청구권(상법 제385조), 위법행위 유지청구권(상법 제402조), 대표소송권(상법 제403조) 등 각종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업무나 재산상태에 대해 정확한 지식과 적절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하여 적절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는 주주로서는 상법 제448조에 따라 회사에 비치되어 있는 재무제표의 열람만으로는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위와 같이 재무제표의 기초를 이루는 회계장부와 회계서류까지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주에게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상법 제466조 제1항은 주주가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열람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여 주주에게 열람 등사가 필요한 청구이유를 밝히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취지는 회사로 하여금 열람 등사에 응할 의무의 존부나 열람 등사 대상인 회계장부와 서류의 범위 등을 손쉽게 판단하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대법원 1999. 12. 21. 선고 99다137 판결),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 등사권의 행사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이 점을 분명히 확인하였습니다.
II. 주주는 회계장부 열람 등사 청구이유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할 필요가 없고 청구이유의 존부에 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지도 않음
기존 하급심 실무는 주주에게 청구이유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하는 정도로 청구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 등사권 행사를 다소 엄격하게 인정하여 왔고 이번 대법원 판례의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19. 8. 23. 선고 2019나2010079 판결) 역시 그와 같은 전제에서 주주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존 하급심 실무의 입장은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하여 적절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는 주주에게 과중한 부담을 줌으로써 주주의 권리를 크게 제한하고 주주가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열람 등사권을 부여한 상법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어 부당하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기존 하급심 실무상 인정되어 온 법리를 배척하고 회계장부의 열람 등사를 청구하는 주주가 청구이유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또한, 열람 등사 청구이유의 존부와 관련하여 열람 등사 청구이유가 허위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든지 부당한 목적을 위한 것이라든가 하는 사정은 회사가 주장 증명하여야 하고, 주주가 열람 등사 청구이유 존부에 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III.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 등사 청구가 모색적 증거 수집에 해당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되어야 함
아울러 대법원 판례는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 등사권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주주에게 필요한 정보 획득과 자료 수집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 보장되는 권리라는 점을 고려하여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 등사 청구가 모색적 증거 수집에 해당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 등사권은 경영을 감독하기 위하여 부여되는 다른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전제로 회사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적 권리입니다. 대법원은 가급적 주주에게 경영 감독을 위하여 필요한 정보 획득과 자료 수집을 위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하여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 등사권 행사가 모색적 증거수집에 해당하는지는 신중하게 엄격하게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잇따라 이사의 감시의무를 강조하고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는 판례를 내놓고 있는데(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7다222368 판결 및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79347 판결), 이번 대법원 판례는 대표소송 등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전제로 회사의 업무나 재산상태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적 권리인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 등사권 행사를 폭넓게 보장함으로써 주주에 의한 경영 감독을 강화하려는 추세로 이해됩니다. 특히 2020년말 상법 개정으로 상장회사의 소수주주권 행사가 용이하게 되었고 다중대표소송이 허용됨에 따라 회계장부 열람 등사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경영을 감독하려는 주주행동주의의 흐름이 더욱 촉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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