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역외보조금 발효로 인해 EU에 진출하였거나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는 국내기업들의 M&A 등에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입니다.
EU 경쟁법 중 국가보조금(State Aid)제도 는 유럽 통합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중요한 규제여서, EU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보조금을 경쟁법 차원에서 규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EU 경쟁총국(DG Comp)의 업무 중 50% 이상이 국가보조금 사건일 정도로 그 중요성이 매우 큽니다.
그런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C)는 2021. 5. 5. 중국 등 자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고 EU 시장에서 활동하는 역외 기업들의 경쟁왜곡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역외보조금 규제 법안(Regulation of Foreign Subsidies)을 발표하였고, EU 이사회는 2022. 11. 28. 역외보조금 법안을 공식 채택하였습니다. 이는 국내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바, 특히 유럽에서의 M&A를 검토하는 기업들은 적절한 대응을 위해 역외보조금 관련 규정을 충분히 숙지하고 운영상황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EU에서 최근 채택된 역외보조금 규제법안을 중심으로 기업결합 시 미칠 영향에 관하여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제언 드리고자 합니다.
I. EU의 역외보조금 제도 개요
1. 입법 배경
EU는 회원국의 국가보조금을 경쟁정책 차원에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 등 제3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지원을 받은 역외기업은 EU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EU의 국가보조금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i) 외국에서 받은 역외보조금은 기업결합 심사시 고려 요소가 아니었고, (ii) 비 EU국가의 보조금은 국가보조금 심사대상에서 제외 되었는바, 이로 인한 역내 기업이 역외 기업에 비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비판과 불만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EC는 2021. 5. 5. ‘역내시장 왜곡 역외보조금에 관한 유럽의회 및 이사회 규정안’(역외보조금 규제 법안, Proposal for a Regulation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n foreign subsidies distorting the internal market)을 발표하였고, EU 이사회는 2022. 11. 28. 역외보조금 법안 최종안을 승인하였습니다. 이 법안은 2022. 12. ~ 2023. 1. Official Journal of the EU에 게재되어 2023. 중반 경 시행될 전망입니다.
2. 주요 내용
1) 역외보조금 제도: 일정 요건 하에 역외 기업이 ① EU 기업을 인수(M&A)하거나 ② 공공조달(public procurement)에 참여하는 경우, 사전에 EC에 신고하고 심사를 거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③ 신고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보조금 지원을 받은 역외 기업이 유럽연합 시장의 경쟁을 왜곡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 EC는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습니다.
2) 보조금 범위: 무이자 대출, 대출 보증, 재정 인센티브, 세금 면제 등 어떤 식으로든 정부가 기업에 재정적 기여를 하는 경우가 포함하는 등 매우 포괄적입니다. 역외 기업들이 자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는 경우는 물론, EU 역내 기업이 역외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경우도 포함합니다.
3) 경쟁 왜곡: ‘역외보조금으로 인해 EU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상 지위가 개선되고 이로 인해 실제 또는 잠재적으로 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① 구조조정 계획이 없고 기업의 상당한 자구노력이 없는 유동성 위기 기업에 대한 지원, ② 규모 · 기간의 제한이 없는 무제한적인 채무 보증, ③ 기업결합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보조금, ④ 공공조달에서 과도하게 유리한 입찰을 가능하게 하는 보조금의 경우 경쟁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과거 3년간 5백만 유로 미만인 경우에는 경쟁왜곡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II. 역외보조금 법안이 EU 기업결합 심사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
1. 기존 EU 기업결합 사건 절차 및 최근 심사 결과
기업결합 심사는 이사회 규정인 EU 합병규칙(COUNCIL REGULATION No 139/2004 “EUMR”)에 규제 근거를 두고 있고, EC는 EUMR의 수권 규정에 따라 필요한 세부사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EU 기업결합 신고대상: 원칙적으로 (i) 기업결합 당사회사의 전 세계 매출액 합계가 50억 유로를 초과하고, (ii) 기업결합 당사회사 각각의 EU내 매출액이 모두 2억 5,000만 유로를 초과하고, (ii) 기업결합 당사회사가 동일한 하나의 회원국에서 EU내 매출액의 2/3를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 기업결합 신고대상이 됩니다.
최근 심사 결과: EC는 매년 300~400 여 건의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받아 심사하고 있는데, 최근 5년 간 시정조치 비율은 약 5.1%에 달하여, 우리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비율(0.4%)과 비교하면, EC는 기업결합에 대하여 엄격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2. 역외보조금 법안이 기업결합 심사에 미칠 영향
1) 신고대상 확대
EC는 역외보조금을 지원받은 외국기업이 자금력을 앞세워 EU의 주요 기업들을 인수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M&A를 추진하는 기업이 앞서 살펴본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EC에 사전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합니다.
2) 심사기간 중 이행행위 금지
EC가 심사하는 기간 동안에는 기업결합 이행이 금지되고, EC는 예비조사를 거쳐 경쟁왜곡이 의심될 경우에는 심층조사를 개시합니다. 예비조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25 영업일이며, 심층조사 기간은 개시일로부터 90 영업일입니다(다만, 신고기업의 요청 또는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심사기간이 최대 20영업일 연장될 수 있고, EC가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조사를 거부하는 경우 심사기간이 중단됩니다).
만약 기업이 이를 위반하여 이행행위를 할 경우, EC는 매출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3) 조건부 승인(또는 금지) 위험
EC의 심사 결과 역외보조금 지원에 따른 경쟁왜곡이 인정될 경우 신고기업이 제출한 시정방안을 토대로 조건부 승인을 결정하거나, 시정방안이 불충분한 경우 기업결합 금지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3. 역외보조금 시행에 따른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
EC가 기업결합에 대하여 엄격하게 집행하고 있는 동향을 고려하면, 역외보조금이 기업결합 심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EU에 진출하였거나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 특히 EU에서 M&A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은 향후 역외보조금 규제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즉 우리 정부 및 국책은행으로부터 보조금을 수혜하고 있는지, 얼마나 수혜하고 있고 이를 통해 시장 경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기업결합의 조건부 승인(또는 금지)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수출 상품과 관련된 공급망 및 자금조달 방식을 재점검하고, 향후 EU 역외보조금 규정에 따라 요구될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국내 기업지원제도의 EU 역외보조금 해당 여부, 이로 인한 기업결합 신고 시 구비해야 할 자료, EC가 주장하는 시장왜곡 완화 또는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대응책 등을 구비하고,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준비 작업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미국의 매체 Politico는 역외보조금제도가 겨냥하는 산업으로 철강, 알루미늄 등 기초산업과 인프라 등을 지목하였습니다. 기사는 해당 산업의 중국 기업들을 주로 언급했지만, 한국의 조선업도 역외보조금제도의 주요 규제 대상으로 지목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국내외에서 동시에 기업결합신고가 이루어지는 국제적 기업결합 사건에서 해외 유수 로펌들과 유기적으로 협업하면서 고객을 위해 전체 진행상황을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외국 경쟁당국에 대한 기업결합신고 필요 여부 검토에서부터 신고서 작성 및 제출, 경쟁당국과의 협상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기업결합의 전 과정에 대하여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와 관련한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