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종·유사 근로자가 없는 경우, 사후 신설된 직군의 근로조건을 ‘합리적으로 정하였을 근로조건’으로 인정
I. 사건의 개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2026. 8. 20. A사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제기한 파견관계 인정을 전제로 한 임금차액 청구 사건에서, 원고들과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원고들에게 적용할 근로조건으로 A사가 직고용을 위하여 별도로 신설한 직군(이하 “신설 직군”)의 근로조건을 적용하는 판결(이하 “대상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원고들은 A사 제철소에서 크레인·공장·제품 업무를 수행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별도의 선행 소송에서 파견관계가 인정되어 직고용 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A사 정규직 생산기술직군(이하 “생산기술직군”)이 자신들과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비교대상 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 생산기술직군의 근로조건을 기준으로 임금차액을 청구하였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이하 “태평양”)은 피고를 대리하여 동종·유사 업무를 하는 근로자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청구가 전부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예비적으로 임금차액 지급의무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피고가 직접고용을 위해 별도로 마련한 직군의 근로조건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II. 법원의 판단
1.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의 부존재
법원은 동종·유사 업무 여부는 회사가 구분한 ‘직군’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실제 수행한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이 비교대상으로 특정한 생산기술직군의 개별 하위 직종과 원고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비교하였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같은 공정에서 협업하였거나 과거 일부 업무가 외주화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동종·유사 업무라고 볼 수 없고, 원고들의 업무와 생산기술직군 업무 사이에는 업무의 목적·내용·범위, 난이도와 강도, 책임·권한 및 전문성 등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원고들에게 생산기술직군의 근로조건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직고용 의무 발생 이후 신설된 직군의 근로조건 적용
대법원은 2024. 3. 12. 선고한 한국도로공사 사건에서, 사용사업주에게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 기존 근로조건을 하회하지 않는 범위에서 당사자가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원칙이나,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인하는 등의 사정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근로의 내용과 가치, 사용사업주의 근로조건 체계, 실제 직접고용 사례 등을 종합하여 당사자들이 합리적으로 정하였을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상판결도 이러한 법리를 원용하였습니다.
법원은 신설 직군이 원고들의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 발생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피고가 실제 파견근로자들을 직접고용하기 위하여 별도 직군을 신설하였고, 신설 직군이 기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 내용과 근무형태를 유지하면서 그 업무의 범위·책임·권한 등을 고려하여 설계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신설 직군의 근로조건이 피고와 원고들이 합리적으로 정하였을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임금 상당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3년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였음에도 사용사업주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파견근로자는 직접고용되었다면 지급받았을 임금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임금 상당 손해배상채권이 고용의무가 이행되었을 경우 취득하게 될 임금채권과 실질적·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들어, 임금채권과 마찬가지로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II.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한국도로공사 판결이 제시한 ‘당사자들이 합리적으로 정하였을 근로조건’에 관한 법리를 구체적인 사안에서 적용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당시 존재하던 근로조건만을 고려하는 경직된 판단을 하기 보다, 실제 업무의 내용과 가치, 사용사업주의 직군·임금체계 및 이후 이루어진 직접고용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직접고용의무 발생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신설 직군의 근로조건을 적용하는 유연한 판단을 하였고, 이는 합리적인 근로조건을 찾으라는 법리에 충실한 판단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은 신설 직군이 파견근로자들이 수행해 온 업무의 내용과 근무형태를 유지하면서 업무의 범위·책임·권한 등을 반영하여 설계되었고, 기존 근로조건보다 향상된 근로조건이라는 점을 고려하였습니다. 이는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적용할 근로조건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참고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대상판결이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임금 상당 손해배상채권에 3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한 점도 실무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쟁점에 관하여는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고 관련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속 중인 만큼, 향후 대법원이 어떠한 기준을 제시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뿐만 아니라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된 이후의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이 늘어나고 있고, 그 근로조건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부담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므로, 판례 경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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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인사노무그룹은 개별 근로관계 및 집단 노사관계 관련 다양한 자문을 제공하고 여러 유형의 분쟁을 대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내하도급·근로자파견 관련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차액 청구 분쟁, 직접고용 전환에 따른 근로조건 설계와 각종 임금 분쟁에 관하여 독보적인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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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욱래 변호사, 김상민 변호사, 박은정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