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개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은 상품·영업표지 혼동, 상품형태 모방, 아이디어 탈취, 데이터 부정사용 등 다양한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제2조 제1호 (파)목은 기존의 개별 유형으로 포섭하기 어려운 새로운 부정경쟁행위에 대응하기 위하여 도입된 이른바 “성과모용행위”에 관한 보충적 일반조항입니다.
대법원 2026. 7. 9. 선고 2023다290355(본소), 2023다290362(반소) 판결(이하 “대상판결”)은 대학교 리뷰 서비스 사업자가 수집·가공한 리뷰 데이터와 이에 대한 데이터 조회방법인 API를 둘러싼 분쟁에서, (i) 이러한 대상들이 (파)목의 보호대상인 “성과 등”에 해당하는지, (ii) “상당한 투자나 노력” 및 공공영역(public domain)과의 관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iii) 성과의 실제 사용 및 공정한 상거래 관행·경쟁질서 위반을 누가 어느 정도 증명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대법원 판결 이전에도 (파)목의 보호대상인 ‘성과 등’의 일반론적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으나(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9다282449 판결,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5다202970 판결 등 참조), 이번 사건에서는 (1) 개별 부정경쟁행위로 규정된 (차)목(아이디어 탈취 행위)과 보충적 일반규정인 (파)목 간의 관계를 보다 뚜렷하게 정립하고, (2) (파)목 사건에서 증명책임의 소재를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3) 특히 대상판결은 동일한 서비스 구성요소 중에서도 상당한 투자·노력이 투입된 “리뷰 데이터”와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통상적 요소로서의 “API”를 구별하여 보호대상 여부를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데이터·플랫폼·콘텐츠·브랜드·제품 기획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성과모용행위의 적용 범위를 정립해 나가는 데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파)목의 성격과 판단 기준
대법원은 (파)목이 2013년 개정으로 신설된 부정경쟁행위 유형으로서, 새로 등장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를 보호하고 입법자가 모든 부정경쟁행위를 미리 규정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하여 변화하는 거래관념을 적시에 반영하기 위한 “보충적 일반조항”임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보호대상인 “성과 등” 해당 여부는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또한 “상당한 투자나 노력”은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해당 산업의 관행과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되, 무단 사용으로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하였는지 여부는 당사자 간 경쟁관계 또는 장래 경쟁 가능성, 해당 산업의 상거래 관행과 경쟁질서, 시장 대체 가능성, 성과의 인지도, 수요자·거래자의 혼동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며, 그 증명책임은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2. 리뷰 데이터는 보호대상인 “성과 등”에 해당
대법원은 피고가 서비스를 위하여 수집·가공한 리뷰 데이터에 관하여, 투입된 노력·비용·기간, 그로 인해 형성된 명성과 경제적 가치 및 고객흡인력, 대학 리뷰 서비스 분야에서의 비중과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파)목이 정한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을 수긍하였습니다.
3. 통상적인 API 구조·기능은 보호대상성을 부정
반면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조회하는 이 사건 API에 대해서는, 데이터 조회 방법 자체가 해당 서비스 이전부터 동종 분야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고, 입력 인자 및 출력 인자 등 세부 요소도 유사한 기능의 API가 통상적으로 가지는 요소에 불과하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였습니다. 또한 권리자가 API에 투입한 투자·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구체적으로 밝히거나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점을 들어, 이를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이라고 본 원심 판단에는 증명책임에 대한 법리오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4. 보호대상으로 인정되더라도 “실제 사용”과 경쟁질서 위반은 별도로 증명되어야 함
대법원은 리뷰 데이터 자체를 보호대상으로 인정하면서도, 피고의 자신의 성과인 수많은 리뷰 데이터 중 단 하나라도 원고가 개발한 서비스에 실제 사용되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였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원고는 자체적으로 리뷰 데이터를 수집하였다는 자료를 제출하였고, 과거부터 유사한 리뷰 서비스를 운영하여 관련 기술력과 데이터 처리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었던 사정도 고려되었습니다.
또한 양 당사자가 경쟁관계에 있을 수 있고 서비스 외형이 유사하여 시장에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양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동일·유사하여 수요자 또는 거래자의 혼동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성과모용행위의 성립 및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III. 성과모용행위의 적용 기준 - 의의 및 시사점
1. “성과의 존재”와 “침해행위”를 단계적으로 구별하여 판단할 필요
대상판결은 (파)목 적용에서 먼저 보호대상인 성과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그 성과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형성되었으며 공공영역에 속하지 않는지를 판단한 다음, 침해자가 그 성과를 실제로 사용하였는지와 그 사용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지 여부를 별도로 심리하여야 함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즉, 경제적 가치가 있는 성과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성과모용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2. 일반적 기능·아이디어와 독자적 성과 사이의 경계 설정
동일한 서비스 내에서도 서비스에 필요한 요소로서 “리뷰 데이터”와 “API”를 달리 평가하고 그 근거를 밝혔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에서 통상적으로 채택되는 기술적 구조, 기능, 아이디어 자체는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어야 하는 공공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반면 법률상 보호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는 그 요건에 해당할 경우 (차)목에 따라 보호를 받게 됩니다. 따라서 (파)목을 통해 보호받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서비스 아이디어나 일반적 기능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떠한 요소에 어떠한 비용·인력·기간이 투입되었고 그 결과 어떠한 독자적 경제적 가치와 고객흡인력이 형성되었는지를 특정·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성과모용 주장자에게 요구되는 입증의 구체화
실무상 대상판결은 성과모용을 주장하는 측의 증거 수집 의무 및 그 수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성과의 형성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개발비, 인건비, 개발기간, 수집 및 가공 과정, 내부 개발자료, 시장점유율, 이용자 수, 고객흡인력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고, 침해와 관련해서는 단순히 결과물의 유사성만이 아니라 실제 접근 및 사용의 경로, 사용된 데이터·콘텐츠의 특정, 개발 과정에서의 의거 내지 의존관계 등을 증명할 자료가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4. 보충적 일반조항의 기능과 자유경쟁 보호의 균형
(파)목은 새로운 형태의 무형적 성과를 탄력적으로 보호하는 기능을 갖지만, 그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넓힐 경우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디자인권, 여타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되는 광의의 개별 지식재산권의 보호요건을 우회하거나 공공영역에 속하는 아이디어 또는 기능에 사실상 독점권을 부여할 위험이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상당한 투자나 노력”, “공공영역”, “실제 사용”, “경쟁질서 위반”을 각각 구체적으로 심리하도록 함으로써 성과 보호와 자유경쟁 사이의 경계를 보다 선명하게 제시하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IV. 최근 하급심 판결 동향
최근 하급심에서도 제품 구조, 어워즈 명칭, 제품 기획, 판매망 등 다양한 산업·콘텐츠 영역을 대상으로 한 성과모용행위 해당 여부가 다투어지고 있고, 법원은 (파)목 부정경쟁행위 인정이 자유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당사자들의 주장 및 증명방법에 대하여 심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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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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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모용 대상(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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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및 판단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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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방법원 2025. 12. 1.자 2025카합10256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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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용 침대가드의 구조·고정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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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사용방식 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성과모용을 부정. 기존 제품의 불편을 개선한 제품 개발까지 폭넓게 금지하면 자유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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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법원 2026. 7. 15. 선고 2026나1002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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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어워즈 명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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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비·행사비·홍보비의 구체적 지출 내역 및 시장점유율·인지도·고객흡인력에 관한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여 성과 해당성을 부정. 피고가 다른 어워즈 수상 사실을 잘못 표기한 것이 착오로 보이고 정정 요청도 있었던 점 등을 들어 경쟁질서에 반한 무단 사용도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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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법원 2026. 3. 31.자 2025카합10573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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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배터리 제품 설계 수정 의견, 판매 영업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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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설계 수정, 디자인 변경 의견은 제품에 관한 인적 또는 물적 자본을 투입한 성과로 보기 어렵고, 개방형 온라인 플랫폼 판매처 역시 독자적으로 구축한 영업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가처분 신청을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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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기타
대상판결 및 최근 하급심 사례를 종합하면,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서의 “성과모용행위”는 데이터, 콘텐츠, 브랜드, 행사, 제품 기획 등 기존 지식재산권의 전형적인 보호대상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경제적 성과에 대한 분쟁에 있어서 다툼의 영역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 판결들은 보호대상의 범위를 추상적으로 확장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특정된 성과에 대한 투자 노력과 경제적 가치, 공공영역 해당 여부, 실제 사용 및 경쟁질서 침해를 엄격하게 구별하고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이에 대한 증명 책임 및 증명 여부에 대하여 충실하게 심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체 데이터, 콘텐츠, 브랜드 자산의 형성 과정에서 투입된 비용, 인력, 기간과 그 경제적 성과를 사전에 문서, 기록화하는 한편, 경쟁사의 결과물을 참고하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경우에는 공공영역에 속하는 일반적 아이디어 및 기능과 타인의 독자적 성과를 구별하고, 개발 과정의 독립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확보해 둠으로써 기업의 고유한 자산을 보호함과 동시에 불필요한 법적 분쟁에 대한 리스크에 대해서도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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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Legal Update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내용이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의견을 구성하지 않습니다.
저자: 김지현 변호사, 염호준 변호사, 신혜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