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회피 목적 부동산 관리신탁의 효력
최근 대법원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절감을 목적으로 체결된 부동산 관리신탁계약 및 위탁자 지위 변경계약의 효력이 문제된 사안에서, 해당 신탁계약이 신탁의 본질에 반하여 실질적으로 명의신탁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5두35956 판결, 2026. 3 .12. 선고 2025두35801 판결).
I. 판결 요약
1. 사건 개요
부동산 소유자인 소외 2 회사(대표자 소외 1)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절감을 위해, 자사 대표자인 소외 1과 부동산 관리신탁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소외 1)에게는 수익자 승낙 없이 일체의 처분·관리행위가 금지되었고, 보수도 지급되지 않았으며, 수익자가 부동산에 관한 일체의 처분·관리권을 보유하고 언제든지 신탁을 종료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습니다.
신탁계약 체결 직후 불과 이틀 사이에 위탁자 지위가 소외 2 회사에서 원고, 원고에서 소외 3으로 연달아 이전되었으며, 이전 대가는 각 60만 원에 불과하였습니다. 양도인은 60만 원과 이자를 반환하면 언제든지 해제하고 원상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피고(용인시 기흥구청장)는 구 지방세법 제7조 제15항 본문에 따라 위탁자 지위 이전으로 원고가 부동산을 무상 취득하였다고 보아, 시가표준액을 과세표준으로 취득세 등을 부과하였습니다.
2. 법적 쟁점
본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사건 신탁계약이 신탁법상 신탁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신탁의 본질에 반하는 명의신탁에 불과하여 무효인지 여부이며, 이에 따라 구 지방세법 제7조 제15항의 과세요건(위탁자 지위 이전에 따른 취득세 부과)이 충족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와 사정을 종합하여, 원심이 이 사건 신탁계약의 실질을 심리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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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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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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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자의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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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자 승낙 없이 일체의 처분·관리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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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자의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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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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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자의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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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의 처분·관리권 보유, 언제든지 신탁 종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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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자 지위 변경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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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사이 연달아 체결, 대가 60만 원, 언제든지 원상회복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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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체결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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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종합부동산세 절감 목적 외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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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위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처분권한이 신탁계약 체결 이전과 마찬가지로 최초 위탁자(소외 2 회사)에 궁극적으로 유보되어 있어, 신탁의 본질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므로 신탁법상 신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실질적으로 명의신탁에 불과하여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아가 행정소송법 제26조에 따라 법원은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사실에 대하여도 직권으로 심리·판단할 수 있으므로, 원심이 이 사건 신탁계약의 실질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II. 선행 판결과의 관계
1.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5두34929 판결
이번 판결은 불과 수 개월 전에 선고된 대법원 2025두34929 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2025두34929 판결은 조세회피 목적의 부동산 관리신탁계약이 신탁의 본질에 반하여 명의신탁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본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한 사건으로, ‘신탁계약’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수탁자로부터 일체의 관리·처분권을 박탈하여 수탁자가 대내외적으로 아무런 행위를 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면 신탁의 본질에 반한다는 판단기준을 최초로 선언한 판결입니다.
이번 2025두35956 판결은 위 법리를 위탁자 지위 변경계약이 연달아 체결된 구조에까지 확장·적용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즉, 신탁계약 단독이 아니라 신탁계약과 위탁자 지위 변경계약이 결합된 구조 전체를 실질적으로 심사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2. 하급심의 흐름
이번 대법원 판결 이전에도 하급심에서는 조세회피 목적의 신탁계약 및 위탁자 지위 이전의 효력에 관한 분쟁이 다수 제기되어 왔습니다. 특히 서울행정법원은 2024년 종합부동산세 절감을 위해 ‘부동산 관리신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위탁자 지위만 이전하는 구조에 대하여, 위탁자 지위 이전 대가가 극히 소액이고, 양도인이 언제든지 해제·원상회복 가능하며, 수익을 여전히 양도인이 향유하는 점 등을 근거로 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3.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대법원은 이 사건과 동일하게 부동산 소유자가 해당 부동산에 대해 신탁계약을 체결한 직후 위탁자 지위를 제3자에게 형식적으로 이전하여 재산세 과세기준일(6월 1일) 직전 납세의무를 회피하려고 한 사안에서, 이와 같은 위탁자 지위의 이전은 조세회피목적의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당초 위탁자들이 실질적인 위탁자로서 지방세법 제107조 제2항 제5호에 따른 재산세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3두31225 판결, 2022두67630 판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위와 같은 일련의 판결과 입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III. 관련 입법 동향
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입법 동향으로, 2025년 세법 개정에서 종합부동산세법이 개정되어 신탁재산에 대한 수탁자의 물적납세의무 적용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신탁재산 자체에 대해서만 물적납세의무가 있었으나, 개정 후에는 신탁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등으로 수탁자가 얻은 재산에 대해서도 물적납세의무가 적용됩니다(2025. 12. 23. 개정, 2026. 1. 1. 시행).
또한 구 지방세법 제7조 제15항(2015. 12. 29. 신설)은 신탁법 제10조에 따라 위탁자 지위의 이전이 있는 경우 새로운 위탁자가 해당 신탁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되, 실질적인 소유권 변동이 없는 경우에는 과세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위탁자 지위 이전을 통한 과세공백을 메우기 위한 창설적 규정으로 해석되고 있으며(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두67810 판결), 이번 판결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신탁계약 자체가 무효인 경우 위탁자 지위 이전도 무효가 되어 과세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였습니다.
IV. 이번 판결의 실무적 시사점
1. 조세회피 목적 신탁계약에 대한 무효 리스크
이번 판결은 다음과 같은 유형의 신탁계약이 신탁의 본질에 반하여 무효로 판단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① 수탁자에게 실질적인 관리·처분권이 없는 신탁계약, ② 수탁자에게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 신탁계약, ③ 조세 절감 목적 외에 다른 신탁 목적이 없는 신탁계약, ④ 신탁계약 체결 직후 위탁자 지위 변경계약이 연달아 체결되는 구조, ⑤ 위탁자 지위 이전 대가가 극히 소액이고 언제든지 원상회복이 가능한 구조.
2. 부동산신탁사의 신탁계약 설계에 대한 영향
이번 판결은 부동산신탁사가 관리신탁계약을 설계·체결함에 있어, 수탁자에게 실질적인 관리·처분 권한이 부여되어 있는지, 정당한 신탁 목적이 존재하는지, 수탁자에게 적정한 보수가 지급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위탁자 지위 변경계약이 수반되는 구조에서는, 해당 구조가 신탁의 본질에 반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관리·처분 권한의 이전과 신탁 목적의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3. 과세관청의 실질과세 적용 범위 확대
이번 판결은 신탁계약과 위탁자 지위 변경계약이 결합된 구조 전체를 실질적으로 심사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과세관청의 실질과세 원칙 적용 가능성을 넓히는 의미가 있습니다. 대법원이 2025두34929 판결에 이어 동일한 법리를 재확인한 것은, 조세회피 목적 신탁계약에 대한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 확립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4. 행정소송에서의 직권심리 의무 강조
대법원은 행정소송법 제26조에 근거하여, 법원이 기록상 나타난 자료에 비추어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합리적 의심을 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이는 향후 유사한 조세 분쟁에서 법원의 적극적인 직권심리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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