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L Legal Update

2026.04.17

제조업 사내하청에서 적법도급을 인정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제철소 내에서 철강 포장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협력사의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 업무수행에 관한 재량 등을 근거로, 작업지시나 MES 사용이 불법파견의 징표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적법도급으로 인정

I. 사건의 내용 및 소송의 경과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피고 제철소 내에서 철강 포장업무를 수행한 A회사 소속 원고들은 위 도급계약의 실질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상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제1심과 원심은 피고와 A회사 사이의 도급계약의 실질이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A회사는 전체 매출액이 약 3,400억 원에 이르는 상장업체로, 그 중 포장사업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확정될 경우 기업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정도의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이하 ‘태평양’)은, A회사가 철강 포장사업을 시작한 1976년에 작성된 자료부터 하나씩 추적하여 A회사의 연혁과 특성을 강조하는 한편, 제철소 현장에서 철강 포장업무의 수행 모습을 확인하고, 동영상 등으로 법원에 생생히 전달함으로써 적법도급이라는 점을 주장하였습니다. 
특히 태평양은 피고가 창사 이래 철강 포장업무를 직접 수행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포장업무 수행 경험이 없는 피고가 포장업무에 관한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을 보유한 A회사 소속 근로자들에게 업무수행에 관한 지휘·명령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받아들여질 수 없고, MES나 작업지시서로 전달되는 정보는 수급인이 일을 하기 위해 반드시 전달이 필요한 것으로서 지휘·명령의 징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수 년간 심리 끝에 2026. 4. 16. 태평양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와 A회사 사이의 도급계약의 실질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원심에는 근로자파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이하 ‘대상판결’).


II. 대상판결의 구체적 판단

대법원이 제시한 근로자파견 판단의 핵심 기준은 ‘상당한 지휘·명령’과 ‘실질적 편입’이라고 할 것인데, 대상판결은 이를 포함한 5가지의 근로자파견 판단요소가 모두 충족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 주요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i) 피고는 포장작업을 직접 수행한 적이 없는 반면, A회사는 1976년경부터 포장작업을 수행하였음. 특히 A회사는 원고들의 계쟁기간 당시 이미 포장업무의 직접적인 실행 과정에 관하여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을 보유하였고, 이에 따라 작업표준서 등의 작성·변경 과정에서 A회사의 경험·기술이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었을 소지가 큼 → 상당한 지휘·명령 X

(ii) 포장라인 앞 야드의 존재로 인해 A회사에게 일정 범위 내에서 작업량과 작업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재량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피고 근로자와 A회사 근로자의 업무가 구분되어 서로 대체하는 관계에 있지 않음 → 실질적 편입 X 

(iii) A회사의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이 있는 이상 작업사양서에 작업별 표준인원이 기재되어 있고 이를 고려하여 도급금액이 산정되었다는 사정을 들어 피고가 A회사 근로자 인원 수나 근로시간 등에 대한 일반적인 결정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 없음

(iv) A회사의 업무 범위는 포장작업으로 한정되었고, 해당 업무에 관한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을 보유하면서 포장설비에 관한 특허를 다수 갖고 있는 등 전문성·기술성을 갖추었음. A회사는 1997년 이미 코스닥 상장법인으로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어섰고, 계약목적 달성에 필요한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도 갖추었음 


III.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대법원에서 제조업 포장업무에 대하여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을 부정한 최초의 사례일 뿐 아니라, 제조업 사내도급 사안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불법파견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제조업 사내도급의 경우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의 일부를 도급하는 사내도급의 구조와 특성상 도급인 수행 공정과 협력사 수행 공정 사이에 어느 정도의 연계성이 존재하고, 도급인이 품질관리나 검수 차원에서 협력사의 업무 수행 또는 결과물을 확인하거나 관여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 동안 법원은 그러한 조치가 필요한 이유나 경위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곧바로 불법파견의 징표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판단 경향에 제동에 걸어 사내하도급 사안에서 나타나는 사정을 불법파견의 징표로 평가할 수 없다면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이 부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나아가 ① 작업표준서가 당연히 지휘·명령의 징표가 되는 것은 아니고, ② 작업량과 작업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협력사의 재량이 있으면 어느 정도의 연계성만으로는 실질적 편입을 인정할 수 없으며, ③ 작업사양서에 기재된 작업별 표준인원을 고려하여 도급금액이 산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도급인의 일반적 결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판시는 향후 제조업 사내도급에서 근로자파견을 다투는 사건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업무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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