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상사 거래에서는 상호 연관된 다수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각 계약의 체결 시점이나 협상 주체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쟁해결 조항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개별 계약 간 분쟁해결 조항이 정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경우, 관할, 절차, 집행 가능성 등에 관한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분쟁이 실제로 발생한 이후에야 문제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서 설명드리는 최근 영국 법원의 판결들은 분쟁해결 조항 작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순차적으로 체결된 계약에 포함된 중첩된 중재 조항, 다수 문서로 구성된 거래에서 상충하는 분쟁해결 조항, 담보권 실행을 둘러싼 경쟁하는 여러 관할의 문제 등은 불분명한 문안이 관할 다툼, 절차적 하자, 그리고 시간과 비용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아래 판결들은 영국 법원이 당사자가 합의한 문언대로의 분쟁해결 구조를 엄격히 따르며, 문언상의 결함을 사후적으로 시정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I. CAFI – Commodity & Freight Integrators DMCC v GTCS Trading DMCC [2025] EWHC 1350 (Comm)
A. 사실관계
본 사안은 GTCS(매도인)가 CAFI(매수인)에게 러시아산 밀 화물을 매도하는 두건의 매매계약에 관한 것입니다. 첫 번째 계약에는 GAFTA(Grain and Feed Trade Association) 중재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해당 조항은 “본 계약에서 발생하거나 본 계약과 관련된 모든 분쟁”에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화물을 하역항으로 운송하던 중, 매수인인 CAFI는 미국 제재로 인해 대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통지하며, Sanctions 조항에 근거해 이행 면제를 주장하였습니다. 이후 당사자들은 협의를 거쳐 동일 화물에 대해 가격을 달리한 두 번째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2차 계약에는 1차 계약이 “종료되고 무효로 간주된다”고 명시한 해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2차 계약은 정상적으로 이행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매도인 GTCS는 매수인 CAFI의 1차 계약상 의무의 이행거절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GAFTA 중재를 제기하였습니다. GAFTA 1심 중재판정부는 Termination 조항에 따라 1차 계약상 권리·의무는 소멸되었고, 2차 계약 체결로 손해배상청구권도 포기되었다며 GTCS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GAFTA 항소 중재판정부는, GAFTA 중재판정부가 1차 계약의 중재조항에 근거해 구성된 이상 2차 계약상 Termination 조항의 효력을 판단할 관할권이 없다고 보아 1심 판정을 취소하였습니다. 항소 중재판정부는 2차 계약 체결만으로 1차 계약상 권리의 포기가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여 GTCS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CAFI는 영국 상사법원에 해당 중재판정의 취소를 신청하였습니다. CAFI는 주위적 청구로 1차 계약의 중재 조항이 “본 계약에서 발생하거나 본 계약과 관련된(arising out of or under)” 모든 분쟁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2차 계약 체결로 인해 1차 계약상 권리가 포기되거나 소멸되었는지 여부 역시 포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GAFTA 항소 중재판정부가 관할권을 잘못 판단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CAFI는 예비적 청구로 설령 항소 중재판정부가 2차 계약을 해석할 관할권이 없다고 보더라도, 2차 계약에 기대어 책임 및 손해배상을 판단한 것은 결국 관할권을 초과한 것으로서, 중대한 하자이자 법리 오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 상사법원이 판단해야 할 핵심 쟁점은, GAFTA 항소 중재판정부가 2차 계약 및 그 Termination 조항을 해석할 관할권을 보유하였는지 여부, 그리고 그러한 관할권이 없다면 손해배상 판정이 1996년 영국 중재법상 관할권 초과, 중대한 절차적 하자 또는 법리 오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B. 영국 상사법원의 판단
상사법원은 항소 중재판정부가 두 계약의 중재조항을 서로 배타적인 것으로 잘못 전제했다고 판단하여 항소 중재판정부의 권리 포기 및 손해배상 관련 판결을 취소하였습니다. 1차 계약의 중재조항은, 2차 계약 체결로 인해 1차 계약상 권리가 포기 또는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분쟁까지 포함할 만큼 충분히 광범위하다는 것입니다.
항소 중재판정부는 스스로 관할권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책임에 관한 판단을 내리고 손해배상을 명하였습니다. 상사법원은 이러한 접근 방식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당사자들이 2차 계약의 해지 조항을 합의함으로써 1차 계약상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거나 소멸시키기로 합의하였는지 여부인데, 해당 쟁점은 책임 여부나 손해액을 판단하기에 앞서 선결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사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 중재판정부는 이 쟁점을 해결하지 않은 채 손해배상에 대한 판단으로 나아갔고, 상사법원은 이러한 사정이 중대한 절차적 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상사법원은, 이와 같은 권리 포기 여부에 관한 쟁점은 2차 계약을 유효하고 구속력 있는 계약으로 전제한 뒤, 그 명시적인 문언에 효력을 부여하여 해석하지 않는 한 적법하게 판단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C. 시사점
CAFI 판결은 다수 계약으로 구성된 거래에서 중재 조항을 정교하게 구성하고 해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명확한 계약 문언으로 다르게 규정되지 않는 한, 영국 법원은 서로 중첩되거나 경쟁하는 중재 조항을 상호 배타적인 것으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후속 계약이 기존 계약상 권리·의무를 변경·대체하거나 소멸시키는 것을 의도하는 경우에는, 각 계약에 포함된 분쟁해결 조항이 어떠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하는지를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병행 절차, 관할권 분쟁 및 절차 지연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영국 법원은 문언 간의 불일치를 사후적으로 조정하기보다 당사자가 정한 분쟁해결 조항을 문언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II. TECNICAS REUNIDAS SAUDIA FOR SERVICES & CONTRACTING CO LTD V PETROLEUM CHEMICALS AND MINING COMPANY LTD [2025] EWHC 1785 (COMM)
A. 사실관계
본 건은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가스 처리 플랜트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Tecnicas와 PCMC 간에 체결된 하도급 계약에서 발생한 분쟁입니다. 해당 하도급 계약은 구매주문서(Purchase Order)와 공사 하도급 일반약관(General Terms and Conditions for Construction Subcontracts, “GTCCS”) 등 여러 계약 문서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구매주문서가 다른 문서들에 우선하여 적용된다는 점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구매주문서에는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런던 중재가 규정되어 있었으나, 특정 중재기관이나 중재규칙은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반면, GTCCS에는 사우디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리야드(Riyadh)를 중재지로 하는 ICC 중재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양 문서 간 분쟁해결 조항이 상충되는 구조였습니다.
분쟁이 발생하자 PCMC는 먼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해당 법원은 관할권을 부인하였습니다. 이후 PCMC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ICC 중재를 개시하였고, 이에 대해 Tecnicas는 당사자들이 합의한 문서 우선순위에 따라 구매주문서에 포함된 중재 조항이 분쟁해결 방식에 관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는 이유로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을 다투었습니다.
ICC 중재판정부는 자신의 관할권을 인정하는 부분판정을 내리면서, 당사자들이 GTCCS에 따른 ICC 중재에 합의하였으되, 중재지(seat)는 리야드가 아닌 런던으로 변경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Tecnicas는 영국 중재법(1996년) 제67조에 따라 해당 중재판정에 대한 취소를 신청하였습니다. Tecnicas는 당사자들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런던의 ad hoc 중재에만 합의하였고, 그와 같은 중재 조항은 계약 문서 중 구매주문서에 포함되어 있으며 명시적인 계약상 우선순위를 가진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중재판정부가 서로 다른 계약 문서에서 일부 요소를 취사선택하여 ‘혼합적인(hybrid)’ 중재합의를 구성한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Tecnicas의 입장이었습니다.
B. 쟁점
본 건의 핵심 쟁점은, 상충하는 분쟁해결 조항이 있을 경우 당사자들이 합의한 문서 우선순위 구조하에서 어떤 중재 조항이 분쟁에 적용되는지 여부였습니다.
C. 영국 상사법원의 판단
상사법원은 중재판정부가 실질적 관할권(substantive jurisdiction)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해당 중재판정을 취소하였습니다. 법원은 계약서에 명시된 문서 우선순위(order‑of‑precedence) 조항을 적용하여, 구매주문서(Purchase Order)의 분쟁해결 조항이 GTCCS에 포함된 조항에 우선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구매주문서의 중재 조항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런던 소재 ad hoc 중재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중재판정부가 서로 다른 계약 문서에서 일부 요소를 취사선택하여(having “picked and mixed”) ICC 중재에 관한 혼합적(hybrid) 중재합의를 구성하려 한 시도를 명시적으로 배척하였습니다. 즉, 당사자들이 계약 문서 간의 적용 순위를 명시적으로 정한 경우, 중재판정부는 사후적으로 충돌하는 조항을 조정하거나 이를 조화롭게 하면 안 되고, 당사자들이 합의한 문서 구조를 그대로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입니다.
D. 시사점
본 판결은 중재가 기관 중재인지 ad hoc 중재인지는 단순한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 관할권에 관한 문제이며, 계약 문서 간 상충되는 분쟁해결 조항이 중재판정부의 관할권 자체를 부정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특히 건설·에너지 프로젝트와 같이 다수의 계약 문서로 구성된 거래를 사용하는 경우, 모든 문서에 걸쳐 분쟁해결 조항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III. FH HOLDING MOSCOW LTD. V. AO UNICREDIT BANK AND ANOTHER [2025] EWHC 3111 (COMM)
A. 사실관계
본 건은 FH Holding Moscow Ltd(“FH”)가 AO UniCredit Bank(“AO”)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고, AO를 각각 저당권자(mortgagee) 및 담보관리인(security agent)으로 하여 담보를 제공한 금융계약(facility agreement)과 이에 부수된 담보계약(mortgage agreement)에 관련하여 발생한 분쟁입니다. 금융계약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며 비엔나를 중재지로 하는 VIAC 중재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던 반면, 담보계약은 러시아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모스크바 상사법원을 전속관할로 지정하고 있었습니다.
AO가 채무불이행을 주장하며 러시아에서 담보권 실행(foreclosure) 절차를 개시하자, FH는 채무불이행 발생 여부 및 미지급 채무액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분쟁은 VIAC 중재합의의 적용 범위에 속하므로, 어떠한 집행 조치에 앞서 중재를 통해 선행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근거하여 FH는 모스크바 법원의 절차를 중지시키기 위한 anti-suit injunction을 영국 상사법원에 신청하였습니다. 아울러 FH는 예비적으로,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담보권 실행 절차가 부당하고 억압적(vexatious and oppressive)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B. 쟁점
본 사안의 쟁점은, AO가 러시아에서 진행한 담보권 실행 절차가 VIAC 중재 조항을 위반한 것인지 또는 부당하고 억압적인(vexatious and oppressive) 절차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이에 대해 영국 법원이 개입할 관할권을 보유하는지 여부였습니다.
C. 영국 상사법원의 판단
영국 상사법원은 담보권 실행 절차가 금융약정상의 중재합의를 위반하였을 고도의 개연성(high probability)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anti-suit injunction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법원은 채무불이행 발생 여부가 중재 조항과 관할 조항 모두의 적용 범위에 포함될 수는 있으나, 당사자들이 담보계약을 통해 담보권 실행은 사법절차를 통하고, 그와 관련된 분쟁 역시 중재가 아니라 해당 사법절차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합의하였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담보계약을 전체적으로 해석할 때, 채무불이행 여부를 포함하여 담보 집행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분쟁은 사법절차 내에서 해결되어야 하며, 선행적인 중재 판단을 예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모스크바에서 진행 중인 절차가 부당하고 억압적이라는 FH의 예비적 주장도 배척하였습니다. 법원은 국제재판관할에서의 상호 존중(comity) 원칙을 강조하면서, 영국 법원이 러시아 법원의 절차에 개입할 정당한 이해관계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금융계약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있다는 제한적인 영국과의 관련성에 비해, 러시아 은행이 러시아 소재 부동산에 대해 러시아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담보계약(러시아 법원 전속관할 조항 포함)에 따라 담보권 실행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 해당 부동산이 러시아에서만 영업하는 키프로스 회사 소유라는 점 등 러시아와의 실질적 관련성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을 대비하여 지적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AO에 대해 영국 법원이 관할권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Anti-suit injunction 청구는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금융계약 자체에 “관하여(in respect of)” 제기된 것이 아니라, 오스트리아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중재합의에 기초한 것이므로, 주계약의 준거법을 근거로 중재합의에 대한 영국 법원의 관할권을 간접적으로 도출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중재합의의 독립성(separability) 원칙을 적용하여, 중재합의의 준거법이 주계약의 준거법과 다른 경우에는 주계약의 준거법만으로 영국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D. 시사점
파이낸싱 구조(financing structure)에서 금융계약(facility agreement)에 대해서는 중재를, 담보권 실행에 대해서는 현지 법원의 절차를 적용하도록 의도적으로 구분하여 설계한 경우, 영국 법원은 원칙적으로 당사자들이 설정한 구조를 존중합니다. 채무불이행과 같이 중재 조항의 적용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 쟁점이 문제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명확한 문언이 없는 한 중재 조항은 당사자들이 합의한 담보권 실행 관할 법원에서의 집행 절차를 제한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이번 판결은 anti‑suit injunction이 예외적인 구제수단에 불과함을 재확인했습니다. 영국 법원은 외국에서 진행 중인 절차가 중재합의를 위반하였다는 점에 관해 높은 수준의 확실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개입을 자제하며, 분쟁이 특정 외국 관할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중재 조항과 담보권 실행 관련 규정을 상호 정합적으로 설계하고, 채무불이행, 기한이익상실(acceleration) 및 담보 집행(enforcement)과 관련된 분쟁을 중재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집행 법원이 판단하도록 할 것인지를 계약서상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E. 맺음말
종합하면, 위 판결들은 영국 법원이 당사자들이 선택한 분쟁해결 구조를 그대로 집행하며, 불명확하거나 일관되지 않은 문안 작성으로 인한 문제를 사후적으로 구제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 순차적으로 체결된 계약에 중재 조항이 중첩되어 있는 경우 관할권에 관한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중재판정이 취소될 위험이 존재.
- 다수 문서로 구성된 계약에서 분쟁해결 조항이 서로 상충하는 경우, 영국 법원은 조정적 해석보다는 정통적인 계약 해석 원칙에 따라 판단할 가능성이 높음.
- 담보권 실행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현지 법원의 관할을 정한 경우, 기초가 되는 금융계약이 중재에 회부되어 있더라도 anti‑suit injunction과 같은 구제는 쉽게 인정되지 않을 수 있음.
이와 같은 관할권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분쟁해결 조항의 범위 및 유효성을 둘러싼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분쟁해결 조항을 작성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실무적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복수 계약이 포함된 거래 전반에 대한 구조적 접근
거래가 다수의 계약으로 구성되는 경우, 분쟁해결 조항을 개별 계약별로 따로 작성하기보다는, 하나의 일관된 분쟁해결 구조의 일부로 설계해야 합니다. 포괄적으로 작성된 중재 조항이 당연히 후속 계약, 담보 문서 또는 집행 단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분쟁을 포섭할 것이라는 전제는 지양해야 합니다. 후속 계약을 통해 기존 계약상의 권리를 포기하거나 제한하려고 한다면, 그러한 의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관련 분쟁해결 조항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분명히 설정해야 합니다. 영국 법원은 병행 절차나 분쟁 해결 절차의 분절화가 발생하더라도, 당사자들이 선택한 구조를 그대로 집행할 것입니다.
순차적 매매계약 또는 합의계약에서의 해지·권리포기 규정
순차적으로 체결되는 매매계약이나 합의계약의 경우, 해지 및 권리포기 관련 문언을 통해 기존 계약상 청구권이 존속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특히 상사 협회 중재 규칙(trade association arbitration rules)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원계약에 영향을 미치는 후속 계약에서 발생하는 분쟁까지 중재 조항의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문서 계약에서의 일관성 및 우선순위 규정
구매주문서, 일반약관, 기술 부속서 등 다수의 문서로 구성된 계약에서는 분쟁해결 조항을 문서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유지하거나, 중재 조항에까지 명시적으로 적용되는 명확한 문서 우선순위(order of precedence) 규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Ad hoc 중재와 기관 중재를 서로 다른 문서에 혼재시키는 방식은 불필요한 관할권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계약에서 중재와 법원 절차의 배분
프로젝트 문서상 일부 계약은 중재에, 다른 계약(담보 또는 집행 관련 계약 등)은 현지 법원에 회부하도록 배분하는 경우, 그 구분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합니다. 채무불이행, 해지 또는 기한이익상실(acceleration) 등과 관련된 분쟁을 집행에 앞서 중재로 선행적으로 해결하려는 의도라면, 그 절차적 순서를 계약서에 분명히 반영해야 합니다.
파이낸싱 구조에서 중재와 담보 집행의 분리
파이낸싱 구조에서 계약상 분쟁은 중재로, 담보 집행은 법원 절차로 분리한 경우, 법원은 원칙적으로 그 분리를 존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명확한 문언이 없는 한, 중재 조항이 담보 집행 절차를 제한하지 않으며, anti-suit injunction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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