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L Legal Update

2026.03.24

ACP(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 판례 동향

- 대법원, 변호인 통화녹음 및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 

 

올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변호사법을 통해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이하 “ACP”)이 법률상 권리로 명문화된 이후 ACP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는 법원의 판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대법원은 ACP가 헌법상 권리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반하여 압수된 증거 및 이에 기초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5도4422 판결, 이하 “본건 판결”).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본건 판결의 주요 내용과 향후 기업 수사 대응에 미칠 시사점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I. 본건 판결의 주요내용

1. 사건의 경위

  • 혐의 및 1차 영장 집행: 피고인은 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수사기관은 '피해자 촬영 동영상 및 사진 파일'을 압수할 물건으로 하여 1차 영장을 발부받아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였습니다.

  • 영장 범위를 벗어난 증거 발견: 포렌식 결과, 영장에 기재된 '촬영물'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대신 피고인이 변호사와 통화하며 범행을 시인하는 취지의 통화녹음 파일이 발견되었습니다.

  • 수사기관의 조치: 수사기관은 이를 영장 없이 4개월간 보관하며 피고인에게 임의제출을 요구(압박)하였고, 실패하자 다시 2차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통화녹음 파일을 압수했습니다.

  • 하급심의 판단: 피고인은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하였고, 변호인과 함께 해당 녹음파일 및 녹취록에 대해 '증거동의'를 하였습니다. 이에 1, 2심 법원은 해당 증거를 토대로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파기환송)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관련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모두 부정하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그 주된 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 영장주의 위반: 1차 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에 통화녹음 파일은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이를 삭제·폐기하지 않고 수개월간 소지한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함

  • 변호인 조력권 침해(ACP 위반): 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이루어진 당해 형사사건에 관한 의사교환 등이 포함된 통화녹음 파일 압수는 피고인의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그 위반의 정도가 무거움

  • 2차적 증거의 배제: 위법하게 압수한 녹음파일을 기초로 이루어진 검사의 수사보고 및 피고인의 법정 자백 역시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음

 

II. 본건 판결의 시사점

본건 판결은 기업들의 수사 대응 실무에 있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핵심적인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1. '결정'이 아닌 '판결'로 ACP가 헌법상 권리임을 재확인

기존 대법원 2026. 2. 20. 자 2024모730 결정에서 ACP가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한 내용이라는 취지가 언급된 바 있으나, 위 결정은 압수수색에 관한 결정 사건에서 이루어진 판단이라는 점에서, 해당 법리가 본안 재판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본건 판결은 형사 본안 사건의 판결을 통해 동일한 취지를 명확히 확인하고, 피의자와 변호인 사이에 이루어진 통화내용에 대한 압수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증거능력까지 부정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또는 자료제출 요청 과정에서 변호인과의 소통 자료를 보호할 수 있는 실무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2.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의 엄격한 적용과 2차 증거의 차단

본건 판결은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확보한 1차 증거(통화녹음)를 바탕으로 획득한 2차 증거(수사보고, 변호사 문답)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법정진술(자백)조차 증거능력을 부정했습니다. 이는 향후 수사기관이 변호인–의뢰인 간 비밀유지권을 침해하여 수집한 정보나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할 경우, 그에 기초하여 수집된 후속 증거들까지 연쇄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와 같이 본건 판결은 ACP를 침해하는 방식의 증거수집이 자칫 수사 및 공소유지 과정 전반의 증거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의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3. '증거동의'보다 앞서는 'ACP 위반'의 중대성

실무적으로 주목할 만한 지점은 피고인과 변호인이 공판절차에서 문제가 된 통화녹음 파일 등을 증거로 사용함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그 증거능력을 부정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변호인과의 통화녹음 내용을 압수하는 행위는 헌법적 가치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사후적인 증거동의가 있더라도 그 위법성이 치유될 수 없을 만큼 위법의 정도가 무겁다고 보았습니다. 

4. '유력한 증거'라는 점은 ACP 보호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음

본건 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인의 변호인과의 통화녹음 외에는 유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범죄 사실이 추정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변호인 조력권 침해라는 중대한 절차적 위반이 있다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본건 판결이 명시적으로 설시하지는 않았으나, 이는 변호인과의 교신 내용이 사실상 유일하거나 결정적인 증거라는 사정만으로는 변호인–의뢰인 간 비밀보호의 예외사유로 인정되는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고, 향후 개정 변호사법의 예외규정 해석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건 판결은 영장 범위를 초과한 전자정보 취득 문제와 ACP 보호 문제를 결합하여,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실질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습니다. 특히 변호인-의뢰인 간 의사교환의 비밀이라는 민감한 영역에 대해 수사기관이 준수해야 할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 수사 대응 과정에서 ACP를 방어의 핵심 논거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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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ACP 제도 도입 이후 예상되는 실무상 쟁점과 판례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기업 고객의 법무·컴플라이언스 체계가 변화된 환경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자문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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