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L Legal Update

2026.02.12
신고에서 집단배상까지: 익명제보와 집단손해배상 도입 시사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최근 중소기업 및 소비자 피해의 ‘실질적 구제’를 정책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대∙중소기업 상생 분야에서 익명제보센터 운영을 대폭 강화하고, 민생 분야에서는 소비자단체가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두 제도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의 적발 가능성과 소비자에 대한 집단배상 가능성을 크게 확대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준법 리스크 관리 환경에도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I. 익명제보센터 활성화 방안

공정위에서 운영하는 하도급, 유통, 대리점, 가맹 분야 관련 익명제보센터는 종전에도 존재하였으나, 제보자 신원 노출에 따른 보복 우려, 익명제보 제도에 대한 낮은 인지도, 전담인력 부족으로 인한 제한적 조사 범위 등으로 인해 실효적으로 활용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익명제보에 따른 조사가 피제보기업에 국한되는 구조로 인해, 오히려 제보자의 신원이 역으로 특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제도상∙운영상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는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2026. 2.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공정위는 제보자 신원 보호를 위해 익명제보에 따른 조사범위를 피제보기업에 한정하지 않고, 피제보기업이 속한 업종 또는 분야 전반에 대하여 실태조사 설문조사 등을 통하여 해당 업종 전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익명제보센터를 통한 조사 방식이 특정기업 조사에서 업종 점검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변화로 꼽힙니다. 이 경우 제보자의 신원이 특정될 가능성이 낮아져 결과적으로 내부 제보나 거래상대방의 제보가 보다 용이해질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공정위는 익명제보 사건의 처리 지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조사 절차를 개편하였고, 익명제보 사건을 전담하여 처리하는 인력을 보강하였습니다. 익명제보센터의 관리·운영 체계를 종전의 국장급에서 조사관리관급으로 상향 조정함으로써 익명제보 사건 처리 전반에 대한 통제 수준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익명제보 활성화와 함께, 정부는 분쟁 발생 이후 피해자가 입증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구조 자체도 개선하려는 방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도 그 일환이며, 이를 통해 기술탈취 분쟁에서 피해 중소기업이 겪어온 구조적인 입증 곤란 문제가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상생협력법에 증거개시 제도가 도입된 이상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도 조만간 증거개시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구체적인 내용은 본 법무법인의 2026. 1. 30.자 뉴스레터를 참고하여 주십시오).


II. 소비자 단체소송 활성화 방안

현행 소비자 단체소송은 기업의 소비자 권익 침해 방지를 목적으로 기업의 피해 유발행위에 대한 금지 및 중지만 청구할 수 있으며(소비자기본법 제70조), 금전적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소비자 단체소송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소비자단체가 집단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2026. 1. 26. ‘소비자 피해의 사후적 구제를 위한 소송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하여 해외 제도를 분석하고, 우리 법체계에 맞는 모델 설계를 진행 중입니다.

공정위 검토 대상에는 독일∙프랑스∙일본의 단체소송 제도뿐 아니라 미국식 집단소송 수조도 비교대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도가 도입될 경우 예상되는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표] 소비자 단체소송 제도 변화 비교

내용

현행 제도

개선 방안(입법 추진 중)

소송 목적

위법행위의 중지 및 금지

위법 중지 + 실질적 손해배상

배상 절차

별도의 개별 민사소송 필요

단체소송 내 원스톱 배상 추진

주요 대상

권익침해 방지

소액∙다수 집단적 피해 사례

참고 모델

국내 소비자법 중심

독일∙일본식 단체소송 + 
 미국식 집단소송

기대 효과

향후 피해발생 억제

피해자의 직접적 현금 보상

소비자단체의 집단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게 될 경우, 표시광고, 전자상거래, 자동결제·구독서비스, 플랫폼 약관 분쟁과 같이 소액 다수의 소비자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 유형의 사건에서 집단적 금전배상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아가 공정위의 제재처분은 행정처분에 그치지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핵심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정위 조사 단계에서 형성된 사실관계가 이후 집단적 금전배상 책임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업에게 공정위 조사가 잠재적인 민사소송의 前 단계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소송절차 외에도 다수의 소비자들이 관여된 분쟁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집단분쟁조정’ 제도가 존재합니다(소비자기본법 제68조). ‘집단분쟁조정’은 (i) 물품 등으로 인한 피해가 같거나 비슷한 유형으로 발생한 소비자가 50명 이상이고, (ii) 사건의 중요한 쟁점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공통될 것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 제기 가능합니다(소비자기본법 시행령 제56조). 해당 사건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사건을 검토하고 조정을 진행하는데, 조정 성립 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습니다(소비자기본법 제67조). 소비자단체 소송의 활성화에 발맞춰 집단분쟁조정 제도가 최근 주목을 받으면서 실제 확률형 게임, 여행 및 숙박 등 다수의 소비자가 문제된 사례에서 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제도가 활용되고 있고, 향후 그 활용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III. 시사점 및 전망

1. 신고(제보)-조사-소송으로 이어지는 연쇄구조의 가능성

중소기업 및 소비자 피해 구제 체계의 전면 개편은 기업의 관점에서는 법 위반 행위가 외부로 인지·적발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현저히 증대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익명제보의 실효성이 제고됨에 따라 내부 관계자 또는 거래 상대방에 의한 제보(신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종전과 같이 위법 또는 편법적 관행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익명제보, 공정위 직권조사, 집단적 피해 구제 절차가 상호 연계될 경우, 단일 법 위반 사안이 단순히 행정조사에 그치지 않고 손해배상 책임, 나아가 평판 리스크와 추가적인 형사책임의 문제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질 수 있습니다. 단일 사안이 다음과 같은 연쇄경로를 밟을 수 있는 것입니다.

「내부자∙거래상대방의 익명제보 → 공정위 직권조사∙제재 → 공정위 제재를 토대로 한 소비자단체 소송, 집단분쟁조정 → 추가적인 민∙형사책임 및 평판 리스크 확산」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기업이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준법 관리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더 이상 합리적인 대응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형식적인 compliance 선언이나 사후적 대응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내부 신고·통제 시스템의 실질적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불공정거래·소비자 관련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식별·차단할 수 있는 상시 compliance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컴플라이언스의 방향

이와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에게 요구되는 대응 방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습니다.

  • 실질적 내부신고·제보 시스템 구축: 공정위 익명제보에 앞서 사내·그룹 내에서 문제를 포착·해결할 수 있는 채널을 강화하고, 보복 방지 및 비밀 보장 장치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외부 신고로 이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동시에, 향후 공정위 조사·소송에서 “적극적인 내부 통제 노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 거래 단계별 리스크 사전 점검: 하도급, 가맹, 대리점, 유통, 온라인 플랫폼 등 공정위의 중점 규율 분야에 대해 계약 체결·이행 및 종료 단계에서 구조적 리스크를 점검하고, 제도 변화(익명제보, 증거개시 등)가 실제 분쟁에서 어떤 자료를 쟁점화할 수 있는지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소비자 클레임·민원 관리의 체계화: 소비자 집단 피해로 전환될 수 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초기 클레임 단계에서부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분석하고, 설명·보상 정책을 일관되게 운영하여 집단분쟁조정·소송으로 비화되는 가능성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 정책·입법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및 의견 개진: 소비자단체 소송 제도 개선을 비롯하여 공정위의 제도개선 정책들은 상당 부분이 ‘설계 중’ 또는 ‘시행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이에 사업자로서는 입법·하위규정·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서 적극적인 의견제시를 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IV. 맺음말

정부와 공정위는 ‘피해의 실질적 구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신고에서 배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에게 공정위 조사는 단순한 행정조사가 아니라 집단적 손해배상 분쟁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사업자로서는 사후적 대응이나 형식적 컴플라이언스 정책에 의존하기보다, 내부 신고 대응체계, 거래구조 점검, 소비자 분쟁 대응 프로세스를 포함한 종합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를 사전에 설계·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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