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L Legal Update

2025.05.14

AI가 그린 지브리 : 스타일 모방과 저작권 · 부정경쟁 이슈

I. 배경

최근 OpenAI의 '챗GPT-4o 이미지 생성' 기능이 ‘스튜디오 지브리’ 특유의 화풍을 구현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맥도날드 멕시코(McDonald’s Mexico)가 ‘지브리 스타일’로 자사 제품을 표현한 이미지로 상업적 모방 논란에 휘말리면서 AI가 특정 작가나 콘텐츠의 스타일을 재현하거나 모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BKL 뉴스레터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중심으로 생성형 AI와 관련한 저작권법 및 관련 법제에서의 법적 쟁점을 살펴봅니다.

 

II. AI 생성 이미지의 저작권물성 판단 기준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으며(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이 정의에 따라 인간의 창작 개입 없이 AI가 독자적으로 제작한 이미지나 영상은 원칙적으로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습니다.

다만,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에 따르면, 사용자가 AI가 생성한 산출물에 대해 수정, 증감 또는 편집, 배열 등의 작업을 통해 창작성을 부가한 경우, 해당 결과물의 일부 또는 전체가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 역시 「AI 산출물의 저작권 보호 가능성에 관한 보고서(2차)」를 통해 인간의 개입이 있는 경우에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다는 입장임을 BKL 뉴스레터로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링크).

 

III. AI 생성 이미지로 인한 기존 저작권 침해 리스크

1. 저작권 보호 표현과의 유사성

저작권법은 아이디어 자체가 아닌, ‘구체적으로 표현된 창작적인 형식’만을 보호합니다. 대법원 역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한정된다”고 명확히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다49180 판결 참조).

이에 비추어 볼 때, 단순히 ‘지브리 스타일’과 같은 특정 화풍이나 분위기를 AI가 구현했다는 사정만으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캐릭터의 구도, 배경 묘사, 색채 사용, 장면 연출 등 구체적인 표현 요소가 기존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경우에는 저작권법상 복제권(저작권법 제16조) 침해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2. 상업적 활용과 공정이용

생성된 이미지를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침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맥도날드 멕시코 사례처럼, 특정 브랜드가 생성형 AI를 통해 제작한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를 공식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원저작물의 표현적 요소를 모방하여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해당 이용행위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저작권법 제35조의5)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으나, 생성형 AI 이미지를 광고, 마케팅, 상품화 등 상업적 맥락에서 활용하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공정이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 및 학계의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특히, AI가 특정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 저작물을 참고하거나 그 표현적 특징을 전형적으로 재현한 경우, 해당 이용이 기존 저작물의 경제적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공정이용 주장에 있어 더욱 엄격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3. AI의 학습 단계의 저작물 이용

AI 모델 훈련에는 보통 크롤링(crawling) 등 자동화된 방식으로 데이터를 복제, 전송하는 과정이 수반되는데, AI 개발자가 지브리 작품을 무단으로 수집하여 AI 학습에 활용한 경우, 해당 행위만으로도 저작권 침해 책임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이는 AI 개발자 또는 운영 주체의 책임으로 이어지며, AI 개발 및 활용 전반에 걸친 저작권 리스크 관리가 요구됩니다.

 

IV. 기타 법적 고려사항

1. 퍼블리시티권 침해 가능성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은 유명인의 이름, 초상, 성명, 음성, 서명 등 인격 표지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동의 없이 광고, 마케팅에 활용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또한 ‘인적 식별표지의 무단사용’을 부정경쟁행위로 규율하고 있습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

아직 특정 화풍이 ‘식별 가능한 표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국내 판례는 없지만, 지브리와 같이 강한 식별력을 가진 화풍은 그 자체로 창작자와의 연관성을 일반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해당 화풍을 재현한 이미지가 상업적으로 활용될 경우,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해석될 소지도 있습니다.

2.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모용행위 해당 가능성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제하고 있습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

이에 따라 작가의 수십년의 노력과 투자의 성과에 해당하는 지브리 화풍과 스타일을 AI가 무단으로 학습하고, 이를 통해 생성된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그 자체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3. 국내외 입법 동향

EU는 2026년 시행 예정인 AI 규제법에서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와 영상 등 콘텐츠에 대해 명확한 출처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AI가 기존 저작물을 학습하여 단순히 재구성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연방법원 판결1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AI 생성 콘텐츠 자체의 저작권 귀속 또는 침해 문제 관련한 직접적인 규제 사례나 공식 가이드라인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국내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각각 2023. 12. 27.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발간하여 AI 생성 이미지의 저작권 등록 가능 여부 및 침해 판단 기준에 대해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브리 사례처럼 AI 생성 이미지가 고도화되고 상업화되는 현재 시점에서는 보다 정밀하고 현실을 반영한 법적 해석 및 가이드라인의 정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V. 시사점

이처럼 AI 생성 콘텐츠와 관련한 법적인 취급 및 규제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게임, 광고, 웹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기반 콘텐츠 제작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AI 활용에 있어 저작권 침해 리스크 점검 및 라이선스 준수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관련 기업들은 (i)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IP 검토 및 이용약관 자문 등 법률 검토를 시행하고, (ii) 내부적으로 AI 학습 데이터 및 산출물에 대한 법 위반 리스크를 검토하며, 필요한 경우 AI의 학습 데이터 제한 및 법 위반 예방을 위한 내부 가이드라인 수립 등 사전 대응 체계를 마련하여야 합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AI팀은 국내외 인공지능 관련 규제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AI 기술을 안전하게 활용하면서도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 자문과 적극적인 실무 지원을 제공하겠습니다. 

 

 

  1.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가 로스 인텔리전스(Ross Intelligence)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인용된 사례입니다. 로스 인텔리전스가 리걸테크 AI 연구 플랫폼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로이터의 법률 데이터베이스인 웨스트로(Westlaw)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로스 인텔리전스는 AI 학습을 위해 웨스트로가 제공하는 법률 판례 요약(헤드노트)을 활용한 것이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으로 공정이용 원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로스 인텔리전스의 AI가 웨스토로의 법률 연구 서비스를 단순히 재구성했을 뿐이며, 새로운 의미나 해석을 더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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